아이는 놀이를 통해 성장한다

아이를 통한 깨달음

by 팥쥐아재

아이들은 무엇이든 놀이로 생각한다. 청소나 정리정돈처럼 다소 귀찮아 할만한 것도 놀이처럼 접근하면 신나서 달려든다. 특히나 처음보는 물건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도 한다. 현장을 오가는 바람에 차가 조금 더러워져서 아이들과 함께 세차장을 찾았는데 처음 방문한 세차장이 마냥 신기했나 보다.


워터건으로 물을 쏘니 아이들이 깜짝놀라 달아난다. 생각보다 강하고 소음이 큰 물살에 놀랐다. 아내님 옆에 바짝 달라붙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 본다. 한참 동안 꼼짝도 안하던 아이들이 거품솔을 문지르자 슬금슬금 다가온다. 첫째는 아예 나한테서 솔을 빼앗아 직접 세차를 하기 시작했다. 거품이 떨어지자 통에 담겨있는 거품을 묻혀와 제법 꼼꼼하게 닦아준다. 가끔 집에서 본인 신발을 빨 때가 있는데 크기만 다를 뿐인 솔질이 꽤나 익숙해 보였다.


솔질을 다하고 다시 물을 뿌리는데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아서 손에 쥐어주었다. 처음에는 강한 물살에 중심을 잘 못잡았는데 금새 적응하더니 신나게 물을 뿌려댄다. 마치 소방관이 된 것 마냥 즐거워 했다. 덕분에 옷은 많이 젖었지만 세차를 이렇게 신나게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내부 청소도 함께 했다.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면 서로 하겠다며 나서던 아이들. 이번에도 역시 서로 하겠다며 달려들었다. 두 녀석이 번갈아가며 청소를 하는 탓에 충전해 놓은 요금을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에어건 작동이 갑자기 멈추자 첫째가 적지않게 실망했다. 세차장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라는 사실과 너무 과하게 사용하게 되면 자원이 낭비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쉬운 표정은 쉬이 풀어지지 않았으나 평소보다 더 잘 알아드는 것 같았다.


다음에 또 세차장에 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미소가 번지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요즘 주말부부를 하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적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좋은 곳을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건 좋은 장소, 좋은 음식 따위가 아니었다. 적어도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거웠을 터였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내려놓으려 한다. 함께 있는 시간동안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고 모든 일을 놀이처럼 신나게 즐기도록 노력해야겠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시에 나 역시 성장하는 계기가 될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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