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마스터
첫째는 만들기와 그리기를 좋아한다. 요즘 들어 종이접기 크리에이터인 네모아저씨에 푹 빠져있는데 가끔 아이와 함께 종이접기를 한다. 종이 접기라고는 학밖에 접지 못했던 나도 아이와 함께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다 보니 제법 재미를 붙이고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첫째가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이다. 땀 때문에 결과물이 쪼글쪼글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옷에 땀을 쓱쓱 닦아가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도 아이와 함께 종이접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모아저씨가 아닌 다른 사람 영상을 보더니 도전해 보고 싶어 했다. 고난도의 악어 접기였는데 설명이 없이 종이 접기만 하는 영상이어서 따라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이와 함께 접기는 어려울 거 같아서 다른 걸 만들어보자고 했지만 아이는 끝까지 악어를 고집했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순간 불편함이 몰려왔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기 때문에 영상을 돌려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나 역시 꾸역꾸역 따라 하다가 중간에 막혀버렸고 처음 느꼈던 불편함은 어느새 짜증으로 바뀌었다. 설명 없이 종이접기를 하는 크리에이터를 향한 짜증, 종이접기를 잘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짜증, 그리고 이걸 고집했던 아이에 대한 짜증까지 이어졌다.
"아빠, 잘 보고 따라 접어봐. 왜 못해? 나 악어 갖고 싶단 말이야."라고 징징거리는 아이의 말에 결국 눌러왔던 짜증이 터져버렸다.
"아빠가 처음부터 어려워서 안된다고 했잖아. 아빠도 못하는 게 있단 말이야. 매번 보던 영상 안 보고 왜 하필 이런 걸 골랐어. 이제 아빠한테 종이접기 하자는 얘기 하지 마!"
아이를 다독이고 좋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한 번 화에 갇혀버리니 쉽게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 혼자 방에 앉아 책을 읽으며 억지로 화를 삭였다.
한참을 혼자 놀던 아이는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자기 책을 읽어달라며 무릎 위에 털썩 앉았다. 내키지 않았지만 이미 내 무릎을 차지하고 앉은 아이를 밀쳐낼 수 없었다. 몇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아이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내 코를 간지럽히는 아이의 머리카락은 굳어있던 내 기분을 말캉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아이는 내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말부부를 하느라 주말에만 겨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 소중한 시간을 아깝게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이제는 화를 거두고, 미안함을 담아 사과하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일만 남았다. 아이와 함께 간식을 먹다가 용기를 내 말했다.
"오늘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아빠도 못하는 게 많아서 부끄러울 때가 있어. 사실 아빠도 악어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어렵더라. 네모아저씨처럼 설명이라도 좀 해주지 말이야. 그래도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연습해서 꼭 멋진 악어 만들어 줄게. 그리고 아빠가 빨리 화 풀고 윤이랑 많이 놀아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오늘 같이 놀고 싶었는데 못한 게 많지? 얼른 간식 먹고 놀자. 이번에는 뭐하고 놀까? 변신 놀이? 그림 그리기? 주저리~ 주저리~ 여하튼 아까 화내서 정말 미안해. 사랑해."
"응, 괜찮아. 나도 사랑해."
주절주절 늘여놓은 내 사과는 아이의 쿨함에 묻혔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님은 아이의 쿨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오히려 나에게 일일이 마음 쓰면서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래, 맞아. 나는 소심한 a형. 아이의 쿨함을 배워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