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순기능
첫째가 하원 하면서 사탕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왠 거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낸 퀴즈를 맞춰서 받은 거라고 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환경을 주제로 교육이 있었는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맞추는 퀴즈가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 정답은 '풍력에너지'이었고, 두 번째는 '태양에너지'이었다. 6살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문제일 수는 있으나 첫째는 태양열에너지를 맞췄고 다른 아이가 풍력에너지를 맞췄다. 첫째는 아빠, 엄마가 만든 동화를 보고 두 문제의 답을 모두 알고 있었는데 풍력에너지가 갑자기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며 두 문제 모두 맞히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풍차'라고 답했다고 한다 ㅋㅋㅋ). 아이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가 문제를 맞힌 것 자체가 기뻤고,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있음에 기뻤고, 바른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있어 기뻤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동화가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저녁을 잘 먹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려고 포장지를 뜯었는데 '홍상캔디'가 들어있었다. 아...... 홍삼캔디라니......ㅠㅠ 입맛이 약간 까탈스러운 첫째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든지 잘 먹는 둘째에게 홍삼캔디를 건네주고, 첫째에게는 꼬불쳐 놓은 지렁이 모양의 젤리를 대신 주며 달랬다.
문화체육부에서 발행하는 주간 정책 잡지 "공감"이라는 것이 있다. 나 역시 한국콘텐츠진흥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생소한 잡지였는데,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칼럼이 많아서 꽤나 재미있다. 더군다나 웹툰으로 제작한 '카툰 공감' 덕분에 편하게 읽으면서도 정책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한 번쯤 보아도 좋을 듯하다. 어쨌든 프로젝트 요구사항 중 공감에 소개되는 정책을 하나 선택하여 영상으로 만드는 콜라보가 있었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당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코로나 19였기에 '코로나 블루 극복'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민감한 주제이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비슷한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주제를 찾아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꼭 알맞은 주제를 찾아냈다. 바로 '한국판 뉴딜'이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우리는 한국판 뉴딜 중에서도 '그린 뉴딜'에 초점을 맞췄고 아이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었다.
정부 정책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른들도 정부에서 주관하는 정책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당장 나부터도 정부 정책은 어렵고 일반 사람들과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그린 뉴딜만 보아도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선박, 그린팩토리, 친환경산업 등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지금 내 생활과 연관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덕분에 알고 있는 지식은 있었으나 대부분이 생소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린 뉴딜에 등장하는 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고 문장을 수정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동화를 쓰면서 이렇게 자주 사전을 찾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화를 완성했다. 완성된 동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아이 역시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재미있게 보았고, '미세먼지를 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로봇을 만들고 싶다'와 같은 유쾌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꽤나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라 다음 동화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 위해 따로 메모해 두었다. 역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어 좋다. 여하튼 첫째는 우리가 만든 동화를 통해 그린 뉴딜까지는 몰라도 태양열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오늘 퀴즈를 맞추고 사탕(비록 아이가 먹지 못하는 홍삼캔디였지만)까지 받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처음 동화를 쓴 이유는 많은 아이들이 우리 동화를 통해 밝고 건강하고 꿈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통해 소소한 감동을 주는 창작동화뿐만 아니라 속담, 과학, 경제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해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동화를 쓰고 싶다. 글쓰기 실력이 더 쌓인다면 굳이 보충설명을 하지 않아도 동화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