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자
아버지는 폭력성이 강했다.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내 어린 시절은 두려움과 공포에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와 마주하는 것조차 무서워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도 아버지가 출근할 때까지 자는 척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했어도 가끔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할 때면, 너에게 잘못이 없다고 잘 이겨내줘서 고맙다고 위로해주곤 한다. 잊은 것 같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다만 그 감정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깨달았고 다음 세대에게 그런 악습을 되물려 주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첫째가 7살이 될 동안 단 한 번도 아이에게 손을 댄 적이 없다. 그에 반해 5살이 된 둘째에게는 두 번이나 손을 댔다. 그렇다고 첫째를 편애하는 건 아니다. 둘 다 나에게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들이기에 어느 한쪽이 더 예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첫째는 언제나 나를 성장시켜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 둘째는 마냥 예쁘다. 어찌 보면 둘째를 조금 더 편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년 전, 두 번째로 아이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린 후, 아이 울음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거실 구석에서 내 눈치를 보며 울고 있는 둘째에게서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았다.
아......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까......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 눈물이 났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한 번이 힘들지 두 번, 세 번은 쉬워진다. 폭력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나는 두 번째라 더 쉽게 아이를 체벌했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더 쉽게 아이를 체벌하게 될 거고 그다음은 매우 자연스럽게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조심스레 아이에게 다가가 달래주었다. 어느 정도 울음을 그쳤을 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율아, 미안해. 많이 무서웠지."
"응."
"이제 절대 율이 엉덩이 팡팡 안 할게. 진짜 미안해. 아빠 용서해 줘."
"응."
아이는 짧은 대답과 함께 내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이 볼에 남아있던 눈물이 내 볼에 닿았다. 차가웠다.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