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Jan 16. 2020

신과함께-인과 연 (2018년)

敍事가 있는 스펙터클 그리고 영악함

이 영화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스펙터클’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한 마디 더 보탠다면 영악함이다.


spectacle은 쇼를 의미하는 라틴어 spectaculum(스펙타쿨룸)에서 온 프랑스어인데, "특별히 준비되고 마련된 전시"를 의미한다. 스펙터클은 연속되는 순간적이고 강한 시청각 자극을 통해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켜 사물과 현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고 오직 소비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소외를 야기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문자 그대로 “특별히 잘 준비되고 잘 마련된 볼거리 그리고 이야기 거리”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


1편을 보지 못한 나는 2편을 오히려 편견 없이 두 번 보았다. 열돔 속의 뜨거운 한 낮을 지나가고 있는 여름에 추운 듯이 시원한 극장의 어둠 속에서 성주神 마블리가 들려주는 저승차사 해원맥과 덕춘 그리고 강림의 천년 전 옛날 이야기는 마냥 재미있고 좋다.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꼬마 현동은 가왕 조용필의 ‘돌고 도는 인생’을 흥얼거린다.


천년 전 고려 동북9성 변방에서 있었던 해운맥과 덕춘의 이야기, 이승의 허춘삼 집에서 벌어지는 꼬마 현동에 관한 이야기, 7개의 지옥을 지나가는 차사 강림과 寃鬼 수홍의 저승순례 그리고 순례길에서 나누는 각자의 이야기, 이들은 서로 變奏되면서 잘 만들어진 CG와 함께 관객을 저승의 마지막 법정으로 솜씨 좋게 그리고 재미있게 안내한다. 그리고 마지막 법정에서 차사 강림의 ‘죄와 속죄 그리고 용서’에 대한 격정적이고 슬픔 가득한 변론을 들은 관객은 감동과 의미를 각자 받아 들고 극장의 출구를 빠져 나와 다시 이승의 현실로 귀환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영악함에 있다. ‘재미와 의미’라는 콘텐츠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승과 저승 그리고 현재와 천년 전의 다양한 서사가 시냇물처럼 흘러 마지막 법정으로 모이더니 마침내 큰 강물을 이룬다. 관객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 속절없이 흘러오다가 문득 속죄와 용서라는 보편적 주제를 만나게 된다. 천년 전에 지은 죄와 속죄의 인연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서사구조도 영악함을 더한다.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면 스토리이고 인과관계를 집어 넣으면 플롯이라고 했던가?


이 영화의 영악함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뼈 있는 대사 한 마디들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 가자.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도 자신의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 때문에 성주神에게 의문의 일패를 당한 판국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그러면 거지란다. 하여튼 문제가 될만한 말이나 기록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


영화를 같이 본 20대 지인이 알려 준 바에 의하면 마지막에 붙어 있는 쿠키영상에서 영화는 원작 웹툰의 애독자들에게 비밀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寃鬼 수홍이 환생하러 가는 길목에서 염라대왕이 그를 불러 세워 사시 1차를 여덟 번 만에 합격했냐며 ‘진기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원작 웹툰의 주요인물인 ‘진기한’ 변호사를 기리며.


수홍도 “자신과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염라대왕의 제안에 묘한 답변을 한다.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영악하게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영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회와 세상에 대한 두 교황의 신학적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