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념

All other goods

by 엡실론

다이어트 할 때 칼로리만 계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칼로리를 줄이면 살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칼로리를 어떤 식품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몸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저칼로리 라면이 아니라 건강식을 먹는다면 칼로리를 조금 더 섭취하더라도 몸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칼로리와 체중계의 숫자인지, 좋은 몸인지 정확히 하지 않으면 결과를 보고 후회하게 된다.

직장은 어차피 돈 버는 곳이고 돈을 많이 주면 다 견딜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한 것은 맞다. 같은 체급이어도 국산 소형차보다는 벤츠 A클래스를 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돈이 최고다. 어떤 사람한테는. 하지만 그 사람이 본인 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돈은 주는데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거나 시간은 많은데 돈이 달려 워라밸이 안 된다는 소리는 동일한 문제에서 기인한 다른 표현형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가치의 높고 낮음은 비교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겐 생명보다 돈이 나은 가치일 수도 있다. 막대한 병원비와 목숨을 본인이 저울질해야 되는 상황에서 생명이 최고의 가치라는 말은 무용하다. 식물인간은 사망보다 더한 재앙이다. 하지만 돈 외에도 여러 가치가 존재함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그 책은 유용하다. 다양한 가치를 모두 비교해본 후에야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법이다.

친구들과 가끔 그런 얘기를 한다. 얼마 주면 ( )하는 것까지 가능하냐? 백만 원 주면 안 하는 것들도 천만 원, 1억, 10억이 되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 가격 덕분에 내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될 확률은 제로다. 나보다 낮은 가격으로 그 일을 선택할 사람들이 이미 많다. 선호도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유치하긴 장난이긴 하지만 사실 이것만큼 나의 선호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질문도 없다. 돈은 곧 모든 것(All other goods)이다. 나에게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가 아직 남아있는지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름은 주춤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