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짧은 메모 8#유독 슬픈 날

by 난동경


유독 슬퍼지는 날이 있었다.
유독 축 처지는 날이 있었다.
유독 이유 없이 눈물 나는 날이 있었다.


그냥 그런 날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유난히 예민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들을 감당하느라 힘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런 날들은 감기처럼 반복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 자주 들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와 모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던 날이었다.
면접 당일, 그날은 지금도 생생하다.

얼굴은 시뻘개지고, 말은 횡설수설.
면접관도, 면접자인 나도 서로 당황해했던 그 날.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단어가 떠오르지 않고,

입에서는 주어도 동사도 제멋대로 흘러나왔다.


가까운 지인의 권유로 처음 병원에 가보게 되었다.
정신의학과.


.....

........

..


'에이, 제가요? 전 괜찮은데요.
원래 직장인들은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총 세 곳의 병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모두 같은 말을 들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우울감과 불안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해요."


그때까지도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비록 상담 시간 내내 눈물을 쏟았지만, 난 인정하지 않았다.


'제가 왜요? 그냥 늘 좀 피곤하고, 일이 많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걸 인정하기까지 정확히 그 후로 2년이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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