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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도 Mar 21. 2021

봄이 오는 느낌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매화나무 아래 봄소풍

매화나무 옆 테이블 위에 초록색 비단 보자기를 깔고 커피를 내렸다. 봄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소풍이었다. 봄 소풍 하기에 딱 알맞은 장소를 겨울 산책 중에 미리 점찍어 두었다. 우리가 점찍어둔 숲 속의 작은 빈터에는 누군가 옮겨다 놓은 근사한 나무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에 앉으면 배 과수원의 풍경이 눈 아래서 펼쳐진다. 아직 배꽃은 피지 않았지만, 오래된 배나무의 가지가 통통하게 물이 오른 것이 느껴졌고, 매화나무는 분홍색 꽃망울이 팔 할은 터지기 일보 직전, 이 할은 활짝 꽃을 피웠다.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고수 잎을 찧어 넣고 만든 통밀 빵에서는 고수 향 대신 올리브 향이 났다. 커피와 올리브 향보다 매화 향기가 진했다. 가끔씩 둘레길을 걷던 산책자들이 우리의 봄 소풍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는데 나는 그 눈길을 기꺼이 즐겼다.

 

아카시아 나무 위에서 딱따구리들이 목탁 치는 소리를 냈다. 박새들도 질세라 아기 주먹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뭇가지들을 물어 나르는 것이 보였다. 4월에 알을 새들은 매화꽃  무렵이 가장 분주하다고 한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기 전에  보금자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짐승들이 털갈이를 하는데, 새들은  털들을 물어다 새둥지를 짓는다. 부화한 새끼들이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어머 새를 기다릴  있도록 말이다. 자연은 소리 없이 서로 돕고 터럭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

 

 소풍 끝에  속으로  둘레길을 2시간 동안 걸었다. 양지바른 쪽에는 진달래가  여기 있어요 하면서 분홍 손을 번쩍 들어 눈길을 끌었고, 주말 텃밭마다 도시농부들이 지난해 쓰고 버려진 검정 비닐을 걷어내고 거름을 뿌리고 흙을 골라 농사지을 준비를 했다.  세상천지가  소풍 중이다.


봄 오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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