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아래 봄소풍
매화나무 옆 테이블 위에 초록색 비단 보자기를 깔고 커피를 내렸다. 봄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소풍이었다. 봄 소풍 하기에 딱 알맞은 장소를 겨울 산책 중에 미리 점찍어 두었다. 우리가 점찍어둔 숲 속의 작은 빈터에는 누군가 옮겨다 놓은 근사한 나무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에 앉으면 배 과수원의 풍경이 눈 아래서 펼쳐진다. 아직 배꽃은 피지 않았지만, 오래된 배나무의 가지가 통통하게 물이 오른 것이 느껴졌고, 매화나무는 분홍색 꽃망울이 팔 할은 터지기 일보 직전, 이 할은 활짝 꽃을 피웠다.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고수 잎을 찧어 넣고 만든 통밀 빵에서는 고수 향 대신 올리브 향이 났다. 커피와 올리브 향보다 매화 향기가 진했다. 가끔씩 둘레길을 걷던 산책자들이 우리의 봄 소풍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는데 나는 그 눈길을 기꺼이 즐겼다.
아카시아 나무 위에서 딱따구리들이 목탁 치는 소리를 냈다. 박새들도 질세라 아기 주먹만 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뭇가지들을 물어 나르는 것이 보였다. 4월에 알을 낳는 새들은 매화꽃 필 무렵이 가장 분주하다고 한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기 전에 새 보금자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짐승들이 털갈이를 하는데, 새들은 그 털들을 물어다 새둥지를 짓는다. 부화한 새끼들이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어머 새를 기다릴 수 있도록 말이다. 자연은 소리 없이 서로 돕고 터럭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
봄 소풍 끝에 숲 속으로 난 둘레길을 2시간 동안 걸었다. 양지바른 쪽에는 진달래가 나 여기 있어요 하면서 분홍 손을 번쩍 들어 눈길을 끌었고, 주말 텃밭마다 도시농부들이 지난해 쓰고 버려진 검정 비닐을 걷어내고 거름을 뿌리고 흙을 골라 농사지을 준비를 했다. 온 세상천지가 봄 소풍 중이다.
봄 오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