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푸른 나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by 최오도

아들과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면서 문득 돌아서서 녀석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연하늘색 스웨터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녀석. 봄기운 가득한 광장을 가로지르는 뒷모습이 왜 그리 작아 보이는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기타를 전공한 아들은 2년제 예술대학의 졸업과 함께 '백수'가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다고, 군대 갔다 오면 영영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난다고 한다. 이런 고백에 무슨 위로가 어울리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냥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긴 속눈썹을 내려 깔고 녀석이 겁이 난다고 말할 때, 사실은 나도 겁이 났다.

세상은 빠르고 더 편리해졌다고 하는데 청춘들의 삶은 왜 갈수록 힘겨워지는가.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인생이라서 묵묵히 지켜보려고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게 된다. 시행착오도 삶의 한 과정이고, 결국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 먼저 나간다. 아들은 언제나 알았어 엄마라고 순하게 답 한다.


공연히 뭐라도 사주고 싶어서 운동화 사줄까 했더니 두 켤레 있으니 충분하다고 한다. 엄마 연봉이 높다고 거들먹거려 봐도 괜찮다며 총총히 집으로 돌아가는 녀석. 내가 아들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으니까 벤치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빙그레 웃는다. 당신 마음이 어떤 마음인 줄 다 안다는 미소다. 세상에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하니까.


아들, 용기 내서 너 가고 싶은 곳으로 뚜벅뚜벅 걸아가렴. 가다가 힘들면 쉬어도 된다. 되돌아 걸어와도 되지. 안될게 뭐야.


언젠가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대화를 한 적이 있지? 너는 그 이유를 여전히 찾는 중이겠지만.. 음악이 너의 밥이 되지 못하더라도 너의 평생의 벗은 될 수 있을 거라고 엄마가 말했던 거 기억나? 엄마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밥걱정 없이 사는 곳이 낙원이라는 생각을 해. 아직 여기는 낙원이 아니라서 네가 가는 길이 얼마나 고될지 엄마는 가끔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아파.


마르고 긴 너의 손가락을 보면서 오래전 외할아버지 가 서울에서 자취하던 엄마를 찾아왔을 때가 기억났다. 돼지갈비를 사주셔서 먹는데 할아버지가 엄마 손목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시더라. 왜 이리 말랐냐 하면서.. 엄마도 이제야 외할아버지의 그 마음을 알겠구나. 사랑하고 응원한다. 아들.


pohto by 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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