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
엄마 없으니 맘껏 뒹굴거릴 곳도 없네.
엄마 집에 가면, 세수도 안 하고 조기찌개에 밥 두 그릇 뚝딱 해치우고, 과일 먹고, 차 마시고, 그대로 방바닥으로 내려와 엄마 베개 베고 누워 자다 졸다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 쌀밥에 열무김치, 고추장, 들기름 듬뿍 넣어 싹싹 비벼 먹고, 나란히 누워 막내 이모 시집가기 전에 사고 친 얘기,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다가 할아버지한테 들켜 매 맞은 얘기, 살림 어려워져 아끼던 레코드 한 장씩 내다 팔아 저녁밥 지은 얘기, 열 번도 백번도 더 들었던 엄마표 얘기들을 듣다가 졸다가 하다 보면 어느새 한밤중. 식탁과 방바닥을 오가며 하늘 아래 더 이상 게으를 수 없이 그냥 먹고 잠만 자고 오는데도 늘 애잔하다 그러시던 엄마.
추석 무렵 가을, 오늘 같은 날, 그냥 뒹굴 거리고 싶은 날, 엄마가 더 그립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냄새 맡고 싶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그리움. 엄마가 해주던 조기찌개, 아무리 흉내 내도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엄마의 옷에 내 몸을 넣어 보고, 엄마처럼 웃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