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퇴고
새벽 2시부터 시작한 설악산 등반은 무려 14시간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무섭고, 힘들었습니다. 졸리면 어쩌나 했는데, 긴장 넘치는 산행 코스 덕분에 잠을 못 잤다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발끝 하나 잘 못 디디면, 집채 만한 바위들 아래로 굴러 떨어져, 삽시간에 지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집중 또 집중. 공룡능선의 비경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등산화 끝만 보며 걸었습니다. 사서 고생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산행이었죠.
늦은 밤 집에 왔는데, 창비’ 출판사에서 보낸 교정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지난달 탈고해서 보낸 원고가 마침내 교정교열 전문가와 창비 편집부의 1차 교정을 마치고 제게 돌아왔습니다.
운 좋게 브런치 대상을 받고, 창비에서 첫 책을 출판하게 되면서, 신나서 입이 헤 벌어지고 으쓱으쓱했었는데, 퇴고 시작하면서 어깨가 자꾸 움츠러들었습니다.
‘탈고’가 원고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서 해방되는 과정임을 알았습니다. 원고를 쓸 때 장거리 산행의 기억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크고, 험한 산맥을 한발 한발 걸어서 올랐던 기억으로, 한 줄씩, 한 문장씩 쓰고, 고쳤습니다.
7월 8일 출판까지 교정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창비와 카카오 브런치 팀이 제안하는 홍보 활동에도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책을 여러 권, 수십 권 내신 분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 사서 고생 뻔히 알면서 무박 산행을 따라나서는 그런…. 마음과 비슷한 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