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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도 May 31. 2020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아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

동물원 수족관에서 살다가,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 여섯 마리 중에 네 마리가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고 한다. 잡지에 실린 사진 속에서 녀석들은 푸른 바다에 흰 물보라를 만들며 거침없이 유영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바다로 보내기 전에 오랫동안 적응훈련을 시켰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녀석들의 생존을 확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수족관에서 사는 돌고래들은 바다를 꿈꾸지 못한다. 수족관의 크기가 녀석들의 세계의 처음이자 끝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십 평의 세계가 어느 날 우주의 크기로 확장되었을 때, 돌고래들은 어떤 느낌으로 그 우주를 받아 안았을까?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노인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래 갇혀있다 보면, 자유의 감각도 잃게 된다.


그 날, 수족관 세계 밖의 세상과 처음 조우하던 날, 녀석들은 자궁을 빠져나와 첫 호흡을 하는 신생아처럼, 두렵고 막막했겠지.  엄마의 심장 소리를 찾듯 익숙한 무언가를 애타도록 찾으며 휘파람 소리를 냈을지도.  조금씩 공포를 털어 내며 바다 위로 멋지게 점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다면, 엄마 같은 사육사가 다시 우리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녀석들이 바다에서 보낸 첫밤을 상상해 보았다.

 

두려움, 그리움, 해방감을 차가운 바다의 온도로 녹이고, 그저 묵묵히 바다 위를 헤엄친다. 혼돈의 마음을 잠재우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그 밤 먼바다로 헤엄쳐 나아가는 일이 그들의 일이다. 검은 바다 위로 휘파람 같은 숨소리만 가끔씩 새어 나온다. 여섯 마리 돌고래의 차돌 같은 등허리가 그 숨소리에 맞춰서 바다 위로 오르락내리락한다. 돌고래들은 조금씩 더 멀리, 더 깊게 헤엄처 나아간다.


그날 밤바다는 온몸으로 녀석들을 환대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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