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단원에서 생애 초기 '엄마의 헌신'으로 아이는 점차적으로 자기(self) 안으로 여러 경험들을 모으며 인격이 형성되어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와 연결 지어 볼 때, '손가락 빠는 아기의 행동'은 엄마(나중에는 타인으로 확장)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형성하는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아기는 본래 엄마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엄마와 일치된 존재인데, 점차적으로 손가락 빨기 등과 같은 행동을 통해 외부세계로 나아가게 되고, 그것은 엄마와 일치 상태를 벗어나 '관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아기가 불안할 때 손가락을 많이 빤다고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엄마의 직감을 위니코트의 이론과 연결 지어 보면, 결국 엄마와 '분리'될 것 같을 때(잠들기 전), '분리'되었을 때(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겨졌을 때, 새로운 외부 세계의 자극에 갑자기 노출될 때), 손가락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위니코트에 따르면, 손가락은 아이가 엄마와 외부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세계에 해당하는 대상(transitional object) 중 하나로, '중간대상'은 이 외에도 아이가 들고 다니는 이불, 인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엄마와 외부세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베이비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면, 엄마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다가 실험이 시작되어 엄마가 반응을 하지 않자(엄마로부터 분리됨), 아이는 불안감을 느끼면서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중간대상인 손가락을 이용해 스스로를 달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중간 대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그동안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되었으며, 엄마와의 관계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위니코트에 따르면,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경우, 빠는 습관에 강박적 요소가 스며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중간 대상을 활용한 '놀이'의 의미는 외부세계에 대한 '리얼'한 탐색활동이며, 엄마로부터 한걸음 떨어져 엄마에게 아이가 보여주는 최초의 애정행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와의 관계가 깨지기 시작하는 경우, 이러한 손가락 빨기와 같은 놀이는 의미를 잃게 되고, 만약 다큐멘터리의 아기가 이런 경우였다면, 엄마가 다시 다가오더라도 강박적으로 빨기에만 집중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며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엄마가 실험시간인 2분이 종료되고 아이에게 다시 웃으면서 다가가자, 스스로 손가락을 이용해 달래던 행동을 멈추고 엄마에게 '화'를 내는 울음을 우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돌도 안 돼 보이는 아기가, 엄마가 자기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이 '옳지 않다'라는 감각을 발달시키고, 그 감정을 억압하거나 다른 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엄마가 나를 이렇게 대우해서 난 화가 났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날것의 도덕감에 대해서는 9화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인데, 다큐멘터리 속 아기는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도덕감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는 아기가 얼마나 어린 시절부터 관계성과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아기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관계의 상호성, 즉 "야!"라고 부르면 "왜!"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아기는 본래 엄마와 일치된 존재이므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심리학과 관련된 대중 서적이나 유튜브 채널을 보면, 엄마와 분리가 안 된 딸,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이 안 된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고, 현실 세계를 분별 있게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아이가 이러한 발달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세계와 외부세계 사이에 있는 중간세계(손가락 빠는 행동으로 대표되는, 어른이 보기에는 굉장히 분별없어 보이는 행동들, 상상놀이 등)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기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self)가 구축된 만큼 외부세계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되는데, 자기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강력한 현실의 경험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손가락 빨기 행동으로 설명하자면, 수유를 통해 영양분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모든 신체기관에 영향을 주는 경험보다는, 손가락이나 인형을 빠는 것이 훨씬 더 아기에게는 현실적인 경험일 수 있습니다.
결국, 아기의 자기(self)가 발달하는 보폭에 맞추어, 엄마는 중간세계를 충분히 허용하며 차근차근 손을 잡고 외부세계로 향하는 다리를 같이 건너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엄마와 아기는 일치된 상태에서 점점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위니코트의 설명은, 행동 교정을 위한 섣부른 통제를 하기 전에, 그것이 엄마와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는 데에 마이너스 요소가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게 합니다. 손가락 빨기와 같은 행동이 아이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아기의 선택이라면,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믿고 기다려주며, 아이가 멋지게 독립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까지 아이의 손가락 빨기나 중간대상을 활용한 행동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또는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이런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댓글로 나눠주세요. 다른 부모님들과의 대화가 육아 여정에 큰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