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절약하는 법

나의 방식을 지켜내는 연습

by 틈 사이의 온기

한 번은 친구 두 명, 미정이와 수진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였다.

아이 키우며 지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미정이는 “나는 월급쟁이라 애 키우면 돈이 지금보다 더 모일 날이 평생 없을 것 같다”며

한숨 섞인 얘기를 꺼냈다.

나는 그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고,

조심스레 내 생각을 나눴다.


“난 그냥… 몸테크가 최선인 것 같더라.

집에 들어가는 큰 고정비를 아끼면,

그만큼 심리적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


그 말을 꺼냈을 뿐인데,

수진는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아, 돈 아끼려면 그런 거 하지 말고

매직캔 같은 거 안 사고,

그냥 쓰던 쓰레기통 쓰면 돼~”




내가 무슨 거창한 소비 철학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그저 생활 방식 하나 공유했을 뿐인데.

그 반응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내 방식 자체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순간 움츠러들었고,

“아… 그래? ㅋㅋ” 하고 웃으며 넘겼다.

그 말 속의 의도도, 내 안의 감정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그때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생활에 필요한 건 충분히 쓰고,

그 외엔 줄일 수 있는 건 줄여.

집 같은 큰 지출에서 여유를 확보해두는 게

지금 내 삶엔 훨씬 낫더라고.

나한텐 이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마음이 편해.

그래서 미정이한테도 조심스레 추천해본 거였어.”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상대의 반응에 위축되어 내 생각을 더 설명하지도,

나를 지켜내지도 못했다.

그저 '맞는 말인가…?' 하고 마음속에서만 되뇌이며

나 자신에게 해명하고 또 해명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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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은

내가 아이 옷은 3만 원 넘으면 잘 안 산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겨울옷은 예외지만,

가급적이면 세일하는 제품 중에서 좋은 걸 찾는 편이라고.

그랬더니 수진이는 또


“3만 원? 말도 안 되는 금액인데?”




하며 웃어넘겼다.


나는 또 서둘러 변명하듯 덧붙였다.

“아… 물론 겨울옷은 그 이상도 쓰긴 써.

근데 평소에는… 그냥 최대한 그렇게 하려는 거지.”


지금 돌아보면,

나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기준을 이야기한 건데,

그건 조롱의 대상도, 타인의 평가 대상도 아니었는데.

왜 나는 그때마다 내 말을 줄이고,

상대의 방식에 맞춰 내 생각을 자꾸 ‘수정’해야만 했을까.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왜? 겨울옷만 아니면 세일할 때

3만 원짜리도 꽤 괜찮은 거 많은데?

나한텐 그게 더 실용적이고 좋아서 그래~”




말투는 가볍게,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하게.

내가 어떤 기준으로 살고 있는지,

그 기준이 누군가의 기준보다 모자라지도 않다는 걸

그제서야 나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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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은 각자 다르다.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진이의 말에는 언제나

자신이 우위에 있는 방식으로 상대를 바라보려는 비교와 우열의 감정이 깔려 있었다.


필요한 건 아끼라고 하면서,

정작 누군가 절약하는 이야기를 꺼내면 비웃는 태도.

싼 옷을 고르면 '너무 싼 거 아니냐'며 깎아내리고,

쓰레기통을 바꾸면 '그건 사치'라며 조소하는 말투.


이건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우위감을 확인하려는 언어 습관이었다.


나는 그 말들에 휘둘렸고,

마치 내가 틀린 사람인 것처럼,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말의 진짜 목적은 나를 돕기 위한 것도,

정말 실용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상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서고 싶은 마음,

불안한 내면을 비교로 덮으려는 심리의 반영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심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이상 그 게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내 기준을 지키기로 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방식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내가 내 마음을 지키는 첫 번째 절약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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