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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통번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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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석 Oct 14. 2016

통번역사?

9. 프리랜서 vs. 인하우스

보통 통번역사라고 말을 하면

아...프리랜서구나...일 편하게 하겠구나...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물론 저도 지금 프리로 일하기 때문에 출퇴근 걱정 안 해도 되고

전 날 늦게 자면 다음 날 일찍 안 일어나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합법적인 올빼미라고 해도 됩니다)


그런데 프리라는 게 말처럼 프리한 삶을 사는 건 아닙니다.

휴가가서도 (휴가라는 개념 자체가 없지만) 노트북과 스마트폰 챙겨야 하고

가서 며칠 일이라도 안 하게 되면 일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

이러다가 짤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으로 인해 노는 게 노는 것도 아니게 되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인하우스 (상근직)로 일하는 통번역사들도 꽤 됩니다.

말 그대로 어느 기관이나 조직에 소속되어 회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말 그대로 직장인이죠


둘 사이에는 장단점 또한 뚜렷하게 존재합니다.


상근직의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정해진 일자에 정해진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일이 줄더라도 소속이 되어 일을 하는 거니까 그만큼 고용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프리랜서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고

통번역사로서 커리어도 계속 유지할 수 있기도 하죠.


그런데 정규직보다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계약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 생활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프리랜서의 장점이라면 앞서 말한 시간의 유연성은 물론이고

일 한 만큼 돈을 받기 때문에 성수기에 몰아서 일하고 

비수기에는 일 좀 덜 하면서 자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돈 자체도 고무줄처럼 들어올 때 확 들어오고, 아닐 때는 손가락만 빨 수도 있기 때문에

프리로 일하면서 따박따박 돈을 벌 수 있는, 과외나 학원일을 병행할 때도 있습니다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이 인하우스와 프리랜서 중 뭐가 좋아요...라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인하우스로 일을 하다가 프리로 전향하는 걸 추천합니다.


인하우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 좀 덜 받고, 그리고 인하우스를 통해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이나 기관에 잘만 보이면 나중에 일을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가운데에 에이전시 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수입도 높을 뿐더러

일이란 게 해 본 사람하고 하는 경향이 크다보니 이왕이면 아는 사람이 나은거죠.


예를 들어, 인하우스로 일하던 조직에서 나온 후 프리로 일하던 중에

어 그 놈이면 우리랑 같이 일했었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담당자와도 친분이 있으니 일할 때 서로 좋지 않겠냐라는 기대감이 있죠


저도 그런 식으로 일을 해봤는데 확실히 편합니다

하나하나 다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백업이 필요한 부분에서 알아서 들어가고

용어나 개념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해당 분야에 생경한 통번역사보다 더 잘 아니까요


물론 그 안에서 평판이 안 좋게 나왔다면 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인하우스로 일하면서 짬날 때마다 따로 프리로 일해도 되니까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도 좀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피곤하긴 하겠지만...)


그렇다보니 가뜩이나 여성들이 90%가 넘는 통번역 시장에

아직까지 남자가 돈을 따박따박 벌어와야 한다는 알량한 가장의 자존심이 한 데 묶여

순수하게 통번역사로 생활을 꾸려가는 남자들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될 거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유리한 측면도 있죠

(여자들이 말을 잘 해서 통번역을 한다고 하는데...글쎄요...말 못 하는 여성도 많고, 말 잘 하는 남성도 많고)


평일 오후에 고양이가 득실대는 카페에 앉아서 이렇게 끄적이는 거 보면

나름 프리가 갖고 있는 장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드네요

전기, 담배, 인터넷만 있으면 어쨌건 밥벌이는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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