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년차 그 다음 이야기
2년차도 중반에 접어 들었고
난 어느새 복학을 하여 전과는 다른 강도로 수업을 들었다
아무래도 우선은 2학기 때 까먹은 학점을 죄다 메워야했고
그러기 위해선 수업을 죄다 다시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한 기수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듣던 중 일부러 휴학을 하고 나타난
동기들도 꽤 있었고, 선배들도 있었던, 말 그대로 섞일대로 섞인 교실이었다.
자기네들도 수업듣기 바쁜데 어디서 선배라고 훅훅 나타난 인간들 덕분에
소수 정예라고 했던 학과도 시장바닥이 되고 말았고
서로 이해라기보단 밥그릇, 그리고 학점에 바빠서 데면데면하다가
회식이란 걸 했더니 회식도 별로 안 오고...
다음 날 수업이라고 2/3 이상이 도망간 회식 자리에서
지도 교수는 대학원 이 개...교수가 아직 있는데 말 없이 도망가냐고 대노했고
옆에 있던, 월요일 아침 수업을 담당한 교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휴강을 선언한 덕분에
술만 진탕 먹고 들었던, 그런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 때, 드디어 내 차가 생겼다
구라도스 (크레도스)라던, 주행거리 12만은 훨씬 뛰어 넘은
가스와 가솔린이 결합된 (알고보니 조작한) 나름의 하이브리드카...
이제 내 차가 생겼으니 죽어라 타고 다녀야지...그랬는데 수동...
당시 중고차 장사를 하시던 아버지가 차를 끌고 친히 제주까지 오셔서
차 한 대 주려고 왔다...라는 말과 함께 며칠을 집에서 엄마와 계시더니
비상품귤 (파치) 한 박스를 챙겨 홀연히 사라지던 그 당시였다
차가 생겼다고, 그런데 스틱이라 연습하겠다고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차 끌고 나갔다가 시동 수도 없이 꺼먹고...
그러다가 동네 아줌마도 스틱인데 나라고 못할 소냐...라는 객기를 부려서
며칠 연습하다보니 이젠 시동도 안 꺼먹는...
그러다가 교차로에서 싸움이 붙었는데 옆 차 놈이 창문 내리고 조ㅈ만이 어쩌길래
네 놈 조ㅈ은 너보다 크냐...라고 하니 옆자리 여자가 죄송하다고 창문을 내려버렸다...
(그 이후부터 그 누구도 나보고 조ㅈ만이라고는 안 하더라...)
나름 일에도 탄력이 붙었더랬고
이렇게 된 거 제주에 눌러 앉아보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야지라고
전부터 가던 사진모임과 함께 외국어 모임에 가서 입도 털어주고 그랬지만...
당시 세상 거의 포기한 듯이, 그리고 머리에 염색도 하고, 스트레이트 파마도 하고
머리를 죽을 때까지 길러보자는 객기로 어깨까지 기르다보니
혹자는 머리를 보고 '마대자루'라는 말까지 했다...
(하긴 당시에 미군 야상까지 입고 다녔으니 그 꼴은 과히...)
요즘도 가끔은 스트레이트 파마 이후에 머리를 다시 길러볼까
그리고 묶어 볼까 하다가...마흔 넘어까지 그 짓을 해야겠나...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뭐 어차피 세상 쪽팔린 건 나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어떻게 보면 포기가 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순응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용의 꼬리보다 새 머리라고 되겠다고 버티고 있었던 시절이었으며
제주도라고 하는 막힌 공간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해가던, 그렇게 그렇게
내 자신에 대한 한계를 규정해가던 시간이었던지라 더 비뚤어지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어차피 비뚤어졌지만 더 그렇게 되길 바랐던 시기랄까...
끝없이 재미를 좇지만 결국 내게 남은 건 술로 버린 속...
그리고 타인에게 남긴 무수한 상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