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복학 이후
그러게 복학 후 한참 공부라는 걸 제대로 해보겠다고
집에도 잘 안 들어가고 차에서 자면서 공부한답시고 도서관에 처박혀 있다가
가끔 국수나 먹으러 가자면 따라가서 국수에 막걸리 마시고 들어가던 생활을 하던 중
어찌저찌 하다보니 외국어 모임에 나가서 입도 털어보고
그러면서 영국 코쟁이 한 놈과 엄청 친해져서 주말마다 술술술...
그리고 몇 사람 묶여서 매주 두세 번은 술술술...
학교 집 술 세 가지 말고는 전혀 기억날 게 없는 그런 날들이었다.
뭐 어때, 어차피 이거 말고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는데...
운동도 해보자는 마음에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됐고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늘 하던 배구도 시작하게 됐다.
야구부에서는 위로 한 명 있었으니까 돈 좀 쥐어주면서 이거 사와라 저거 사와라
그런데 배구하러 가니 밑에서 두 번째니까 심부름 전담이었던...
(냉탕과 온탕 사이랄까...)
그리고 겨울방학이 왔고, 나름 상당히 준수한 성적으로 2학기를 마감한 후
슬슬 논문이란 걸 준비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웃긴 게 논문을 쓰기 위해선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했고
이 졸업시험이 사람을 잡는 것이...하루에 일곱 과목을 봐서
다 합격을 해야만 논문 심사를 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인지라
대부분 논문보다는 졸업시험에 목을 매는 상황이...
뭐라도 해보겠다고 아등바등거리던 겨울방학도 끝나고
기름 보일러를 때지 않아 1년간 기름이 떨어질 일도 없던 집에
엄마가 친구분들이랑 놀러오시는 바람에 3일간 집 밖에서 생활하고
결국 기름 조금 부어주는 걸로 퉁치던...무슨 게스트하우스도 아닌 생활도 하다가
3학기를 맞이하게 됐다...
2007년 봄...
학교 입구는 벚꽃이 가득 피어난, 그래서 주차장이 되던 그 시절
뭘 했나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늘 그랬듯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았다는 것이다
학교, 집, 술...
남들은 관광 안 다니냐고 그랬지만 관광이란 걸 해 본 것은
1년차에 내려왔던 친구들과 가이드 역할 하면서 살짝 돌아본 게 전부이고
차가 생겼다고 좋아라했지만 갈 수 있는 곳이래봐야
가끔 머리가 복잡하다고 차를 끌고 올라갔던 관음사나 공동묘지...
(공동묘지...생각보다 차가 많다...특히 밤에...김 서려서...)
지도교수가 안식년을 떠나는 바람에 다른 지도교수를 구해야 했고
유일하게 통역 전공한 양반이 떠나는 바람에 수업은 윗 기수 선배들이 하게 된 상황...
뭐 나름 학교생활 나쁘지 않았으므로 일도 띄엄띄엄 받아서 생활할 수 있었던...
그렇게 여름방학이 왔다
그리고 9월에 있을 시험 때문에 방학에 회화 수업을 두 개나 들었으나
아침 수업은 갈 일이 거의 없었고, 오후 수업은 놀자판...
(그래도 이왕 노는 거 이렇게 놀면 위안이나 얻겠지...)
그리고 마지막 학기에 들어섰고 졸업시험을 봤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쉬지도 않고 떠들어 댔고 글을 썼고
마지막 과목인 에세이에서는 뭘 썼는지 기억도 안 났지만 어쨌건 답안지를 가득 채웠고...
그리고 한 번에 붙었다...크아~
(확실하진 않지만 졸업시험 1등한 각이다...확인 안 돼 모른다...)
떨어진 사람과 붙은 사람 사이의 푸념과 원망도 있었고
난 왜 떨어졌나, 교수가 거지같다는 탄식도 있었지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11월에는 드디어 머리를 올렸다
(머리를 올렸다는 건 동시통역부스에 처음으로 들어갔다는 걸 의미한다)
그 때 수업을 하던 선배가 이래저래 보다가 한 번 가자고 했고
(마침 공학 분야 통역이라서 데려갔다고...)
그 뒤로 몇 번을 같이 나가기도 했으니 본전치기는 한 셈...
그 뒤로 나도 부스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꼭 후배들을 데리고 간다
일 시키기 편한 것도 있지만 나름 배운 게 있어서...머리라도 올려주려고...
(그랬다가 절망했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리고 이제 논문만 남았더랬다...논문...논문...
이게 사람의 발목을 꺾을 줄이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