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나 열도나 새해에 쉬는 건 마찬가지
어김없이 하루가 바뀌었고, 한 해가 바뀌어서 2017년이 됐고, 난 한국 나이로 43살이 됐고
그리고 점점 마감의 압박은 다가오고 있었다.
관광 아니었느냐라고 말하면, 난 어차피 프리랜서라 큰 문제 없다고 말하면서, 그러면서 일본어 문장을 하나 외우게 됐다
電気と、ネットと、タバコがあればいつでも、どこでも、仕事をできます。
(전기, 인터넷, 담배가 있으면 언제라도, 어디에서도 일을 할 수 있어요)
새해를 맞이하여 나름 맛난 걸 얻어먹었다
치쿠와 (ちくわ)라고 하는, 가운데 구멍이 송~하고 뚫린 어묵인데 이 안에 치즈를 넣으면 치즈 치쿠와, 햄을 넣으면 햄 치쿠와가 되는, 그래서 손가락에 반지처럼 낑구기도 하는 그런 어묵. 생각보다 맛났다.
ごちそうさまでした。
전날 광란의 밤을 보낸 프랑스인 카림과 메이짱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승없이 난바에 갈 수 있댄다. 대신 25분을 걸어서 히가시미쿠니 (東三国)까지 걸어가야 했지만 까짓꺼 동네 구경도 할 셈치고 걸었는데, 정초라서 그런가 시장이 몽창 문을 닫아버렸다. 결국 문 닫은 시장구경으로 때움.
한쪽 구석에 몰려 있는 담배 가게 광고판. 옆에는 재떨이도 있고, 자판기도 있고한데...
어, 어디서 많이 본 담배다했더니 모히토였다. 호오라.
보다시피 정초라 모두 문 닫음, 고양이 털도 안 보일 정도로 조용함.
우리로 치면 복주머니랄까? 새해맞이 기념으로 집집마다 걸어놓은 걸 볼 수 있다.
가운데 한라봉 비스무리한 귤까지 걸어놓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히가시미쿠니역. 미도스지선 (御堂筋線) 난바역에 내리면 되기 때문에 환승 안 해도 되고, 가격도 싸고, 딱이구만요 딱.
1천엔짜리 레인보우 패스를 샀다. 탈 때마다 요금이 차감되고, 나중에 다 떨어지면 충전도 하고, 요금 모자라면 개찰구 안 정산소에서 정산도 가능한, 나름 단기 여행객이나 열차 많이 안 타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카드인데, 100엔 정도 남겨놓은 상태에서 분실 -_-
난바역 ビックカメラ
요도바시와는 다른 분위기에 더 좋다, 그렇다, 나 비쿠 빠...
게다가 새해맞이라고 할인까지. PS 비타랑 서피스 완전 땡겼는데 완판이란다. 망했어요.
쿠보타만쥬 (久保田萬寿)
일전에 어느 일식집에서 한 병에 38만원 받는 걸 보고 진짜 먹고 싶다, 준마이다이긴조 (純米大吟醸)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꼭 먹겠다고 했으나 1.8리터라서 안 샀다. 나중에 다른 곳에 가서 먹어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못 먹고 왔다. 아쉽다. 다음에 일본가면 꼭 저것부터 사서 먹고 말테다.
ビックカメラ가 좋은 건 주류매장이 따로 있다는 것. 냉장고를 가득 채운 호로요이를 봐. 결국 어제 먹고, 오늘도 먹기 위해서 종류별로 싹쓸었다. 게다가 가격도 108엔.
어머 이건 꼭 사야해.
미니어처 양주. 종류도 워낙에 많고, 다케츠루 (竹鶴), 요이치 (余市) 등 일본 몰트는 물론 제임슨, 맥켈란 등 나 같은 주당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딱이다. 전자제품 구경하고 술 사갖고 집에 가서 마시면 딱인,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룰루랄라~
저 안에 보이는 블랙이라는 양주가 진짜 가성비 최고인 것이, 산토리에서 만든 저가형 양주인데 편의점에서 700ml 한 병에 750엔 정도하는 싸디 싼 양주가 맛은 왜 이리 좋아. 하루에 2/3병씩은 먹고 다닌 것 같다.
닛폰이치. 비쿠카메라 옆에 있는 회전초밥 (回転寿司)집인데 한 접시에 130엔이라는 엄청 싼 가격에 맛은 그 이상. 사람들로 꽉 찼는데 운 좋게, 혼자 가서 그런가 생각보다 자리가 빨리 나왔다. 이제부터 먹어보겠습니다.
농어 한 점. 위에 있는 붉은 점은 고추장. 매콤~
피부미용을 위해서 낫토도 한 번 먹어보겠어요. 아 역시 미용의 길은 어렵다. 드럽게 느끼하다.
난바나 도톤보리 (道頓堀)에 가면 꼭 얼굴 보고 온다는 구리코상 (グリコさん)
2년 전에 왔을 때, 그리고 혼자 다시 왔을 때 그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달랐다.
그럴 이유가 있었으니까.
실컷 떠돌아다닌 후,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호로요이
자그마치 열 두종이라니, 이걸 다 합해도 2만원이 안 된다니.
동네 술집은 다 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 술 먹으며, 일하며 그렇게 연초를 보냈다.
한국에 있었어도 큰 차이는 없었을 거라며, 둘이 왔던 오사카를 혼자 오는 것도 재밌다고 위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