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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석 Feb 25. 2017

7. 사카사카 오사카 (마지막날)

또 올 생각을 하니 차라리 낫더라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날

그리고 고베로 넘어가는 첫 날

전날 고주망태가 된 채로 일어나서 그런가 머리는 뎅뎅 아프고 속은 울렁거리고.

어젯밤 같이 술 먹었던 일행 중 한 명. 자주 오는 게스트라며, 주인장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예약 받았다는 아저씨. 알고보니 심령술사 뭐 그런 거란다. 일전에 누군가를 보며 할머니가 아프실거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소오름. 심령술사 뭐 그런 대회가 있는데 전국에서 2등을 했다는 무서운 냥반. 내 뒤엔 뭐가 있어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시궁창이라구요? 네.

치쿠와 세트. 카오루상 친구가 준 거라며 맛보라고 내준, 그래서 한 접시씩 기분 좋게, 맛나게 먹었던 치쿠와. 이 뒤로 일본에서 치쿠와 꽤 챙겨먹었는데 이 날 먹은 치쿠와가 제일 맛났더랬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치즈 카마보코와 에비수. 체크아웃하는 날이었는데 주인장네 커플은 일이 있어서 나가고, 손님도 다 나가고, 카림도 마실 가서, 정말 나 혼자만 있던 시간. 주인장이 있을 때까지 있다가 나가면 된다고, 푹 쉬라고 배려해준 덕분에 어슬렁거리며 체크아웃 준비. 짐도 챙기고, 샤워도 하고.

그리고 고베 넘어갔는데 메일이 왔다.

"기껏해서 편의를 봐줬더니 보일러랑 불이랑 다 켜놓고 갔어? 에라이 못된..."

"앗, 정말 미안해요. 내가 죽을 죄를 지었어요. 정말 몰랐어요."

"그래도 내가 너 괜찮게 생각하니 봐준다.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새로운 손님 오면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인데 네 덕분에 재밌었다. 그러니 괜찮다"

"고맙고맙 ㅠㅠ 다음에 또 오겠어요.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배달부 키키도 안녕~

그냥 가정집 분위기. 밖에서 보면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뭐가 주렁주렁 달린 거 보면 알 거 같다. 위에 보이는 1층이 주인장네랑 독실이 있는 곳, 아래 보이는 문이 도미토리랑 리빙구가 있는 곳.

고베로 넘어가는 길에 잠시 동네 도시락 집에 들렀다. 일본에 왔으니 도시락 하나 하실래예? 예~

모둠카츠 도시락 하나 쿠다사이~

밥을 먹기 전에 늘 먹는 生ビール. 캬아, 맛난다

돈카츠, 생선카츠, 카라아게에 밥까지. 한그릇 뚝딱하고 냉수주세요했더니 찬 사케를 주더라. 알고보니 레슈 (冷酒)로 알아들었다는. 그래서 그 뒤로는 항상 물 주세요는 미즈 (水) 쿠다사이로.

미쿠니역에서 고베로 넘어가는 길.

그 동안 고마웠어요. 今日まで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またね。


다음에 오사카에 다시 오면, 저번에 갔었던 오사카성도, 헵파이브도

그리고 가보지 못한 다른 곳도 더 싸돌아 다녀야겠다는 마음으로

뭔가 남겨놔야 다시 오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떠난 오사카.


야구 시즌 개막하면, 벚꽃이 피면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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