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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석 Mar 04. 2017

13. 날아올라 나라 (2일차)

사슴은 맹수였어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대략 11시. 그럼 슬슬 움직여볼까라는 생각으로, 어디로 가면 좋을까를 검색합니다. 나라는 상당히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굳이 버스를 타고 움직이지 않아도,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개뿔.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합니다. 게스트하우스별로 하루에 500엔이면 자전거 렌탈을 해주기도 하는데 강추합니다. 언덕도 크게 없고, 자전거 타고 왔다갔다하면 좀 더 편하게, 싸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물론 버스 패스를 사서 끊고 다니는 방법도 괜찮아요.

킨테츠나라역 상가 골목에 있는 빵집입니다. 상당히 유명한 듯하네요. 사람들도 꽤 많고, 이런저런 빵도 좀 사서 아침으로 먹으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은 아침대로 따로 먹고 이 빵은 안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즐거운패키지 (おたのしみ袋)라고 써 있는 1,000엔짜리 패키지는 쉽게 말해 럭키박스로 보시면 됩니다. 정초라 그런가 이런 행사를 많이 하더라구요.

킨테츠나라역에서 나라공원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나라공원이라고는 하지만 국립박물관, 코후쿠지 (興福寺) 근처에는 정말 사슴이 널렸습니다. 한참 사슴 개체수가 줄었다가 보호에 보호를 한 결과 지금은 사슴이 길을 덮어버리는 사태가. 사슴 괴롭히다 걸리면 바로 철컹철컹되니까 사슴이 물어도, 지도를 뺏어 먹어도 당하는 수 밖에 없어요. 진짜 많습니다. 농담으로 나라 도로의 10%는 사슴똥으로 덮여 있다고 할 정도니까.

이게 사슴인지 고양인지. 저렇게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먹을 거 보이면 손쌀같이 달려옵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몇 마리씩 (저글링인줄). 처음엔 이쁘게 하나씩 줘야지라고 했다가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다 줘버리던가 공중에 뿌려버리는 사태가 빈번합니다 (실제로 보기도 했고, 나라 다녀온 관광객들 이야기 들어보면 다 그렇더군요).

경주 느낌? 경주와 나라의 공통점은 과거 수도였다는 것이죠. 삼국시대, 통일삼국시대의 경주가 있다면 나라 시대의 나라가 있으니까. 그래서 박물관도 상당히 큽니다. 국립경주박물관같은 느낌. 게다가 토후쿠지라는 유명한 절이 있고, 거기에서 출품된 국보를 전시하는 국보관이 있는데 웬걸 하필이면 1월 1일부터 내진공사로 인해 1년간 휴관.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결국 국보관은 포기하고 이동합니다 (운좋게 나중에 몇 가지 전시물을 보게 됐습니다. 그것도 도쿄에서).

나라 공원 길거리에 보면 저렇게 과자파는 곳이 꽤 있습니다. 시카센베 (鹿せんべい)라고 하는데 150엔이고, 띠지에 묶어서 10개들이 한 묶음으로 팝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150엔 내고 과자를 받는 순간, 바로 사슴에 둘러싸이게 되니 약올리다 물리던가, 그냥 주고 평화롭게 해결하던가 알아서 하세요. 약올리려고 했다가 바지 물리고 바로 항복했습니다 -_-

우리가 늘 생각하는 이상적인 먹이주기의 예. 한 손에 과자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어이, 한 점하시게라고 하는 거겠지만 마침 저 아이 주변에는 운이 좋게도 사슴이 한 마리만 있더군요. 두어 놈 더 왔으면 헬이었을 듯.

나라공원을 지나 토후쿠지로 왔습니다. 국보관은 문을 닫았지만 절에 왔으니 당연히 절구경을 해야겠죠? 불국사처럼 높은 곳에 있지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진 않습니다만 토후쿠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동금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에라이 입장료라니. 300엔이면 싸진 않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볼 순 없어서 뒤 안 돌아보고 바로 300엔을 내고 입장권을 샀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금동관 입구에도 역시 소원을 비는 곳이. 신사와 절은 방식이 다릅니다. 일본영화나 만화에 보면 인사 두 번, 박수 두 번, 인사 한 번하며 소원을 비는 모습을 많이들 보셨을텐데 그건 신사에서 참배하는 방식이지 절에선 안 그럽니다. 끈을 잡고 흔든 후에 기도하는 것으로 끝.

에마 500엔. 절도 신사도 에마가 꽤 쏠쏠한 수입원이 되는 듯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 사서 소원 좀 빌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금동관 내부입니다. 사진을 찍긴 했는데 정면에서 찍지 말라고 해서 그냥 측면만. 저게 다 금이라니. 부처 주변에 보살들도 있고, 사천왕도 있고.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동금당이라고 한 거 보니 동쪽에 있는 금으로 만든 불상이라는 느낌이 오더군요. 뭔가 상당히 오래됐지만, 오래된 불상에서 오는 은은한 느낌? 불교 신자가 아니라 뭐라고 설명할 순 없겠지만 종교에서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느낌은 종교 불문하고 똑같더군요.

역시나 우리나라 사찰과 똑같습니다. 후원액과 후원자의 이름을 적어놓는 건 한국 사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과는 완전히 다른 탑. 목조탑이 상당히 많더군요. 토후쿠지 이후 여러 사찰에 갔을 때마다 석탑보다는 목탑을 더 많이 본 듯하네요.

토후쿠지를 다 보고 나라박물관으로 향하던 중에 배가 고파서 잠시 식당에 들렀습니다. 식당이라기보단 박물관 마당에 커다랗게 천막을 쳐놓고 음식을 파는데요. 유부우동을 시켰더니 면보다 유부가 더 많더라는. 한 그릇에 500엔이라는 꽤 괜찮은 금액에 양도 상당합니다. 맥주 한 캔과 호로록~

이 정도입니다. 여기에 과자 들고 들어가는 순간 바로 물어뜯깁니다. 나라시에서는 사슴이 지도도 먹고 종이가방도 먹는데, 그렇게 화학처리가 된 종이는 사슴에게 해로우니 차라리 해롭지 않은 사슴과자를 사서 먹여라라고 홍보를 (민관 콜라보인가?)...

나라국립박물관입니다. 마침 축제와 카스가 (春日)신앙의 미술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더군요. 상설전시와 특별전시전을 보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도 있습니다. 물론 전시회 입장료 800엔에 오디오가이드 500엔. 싸진 않지만 나름 박물관 즐겨하기 때문에, 그리고 가이드 들으면 더 좋을 거 같아서 과감히 질렀습니다. 상설전시는 마침 불상전이어서 동금당에서 본 불상 배치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이제까지 그냥 보기만 하던 불상을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좋았습니다.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박물관 내부는 촬영 불가니까 하라는대로 하는 소심한 관광객.

오고가는 길에 보이던 인력거. 사실 한 번 정도는 타고 싶었지만 킨테츠나라역까지 완만한 내리막이었고, 게다가 저거 탔다가는 왠지 팁이라도 더 줘야할 거 같다는 생각에, 팁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 보낼 거 같다는 생각에 과감히 접었습니다.

내려오던 길에 보이던 한 식당. 나라에서 꽤 유명한 솥밥집이라길래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기다려야 했지만 혼자니까 굳이 테이블에 안 앉아도 되니 생각보다 빨리 안으로 들어갔다는.

세트로 시켜봅니다. 7종 가마메시 (釜飯)세트를 시켰는데 이것저것 많이 나오네요. 튀김도 있고, 미소시루에 하루종일 걸었던 저에게 보상은 아니고 그냥 배가 고팠습니다.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뚜껑을 열어 그릇에 덜어줍니다. 밥을 다 덜지 않고 살짝 남겨 놓은 다음에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닫습니다. 덜어놓은 밥을 다 먹고 나중에 누룽지 비스무리하게 먹으면 끝. 영양비빔밥 뭐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거 같은데 한국의 돌솥과는 달리 누룽지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밥이 많이 눌러붙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깔끔하니 괜찮더군요. 제가 시킨 메뉴는 7가지 고명이 올라오는 가마메시였는데 킹크랩이 솥밥에 떡하니 있더군요. 7종이라는데 7종이 맞긴 한가? 뭐 하여간 깔끔하니 괜찮았습니다.

역시나 밥과 술은 뗄 수 없습니다. 준마이긴조를 하나 시켰네요. 옆에 보시면 정미보합 60%라고 되어 있는 건 쌀 한 톨 중 60%를 술 만드는데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40%는 버린 겁니다. 왜냐면, 사케 주조 시 쌀눈이 들어가게 되면 발효가 일어나서 사케가 망하게 되는데, 얼마나 깎아 내느냐에 따라서 그만큼 술 한 병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쌀이 많아지고, 그렇기에 값이 올라가는거죠. 참고로 제가 좋아하는 준마이 다이긴조는 50%, 즉 쌀의 반을 버린...

요렇게 마지막 남은 밥을 쓱~ 사진으로 보면 그래도 꽤 눌어붙은 느낌인데 빠득빠득한 누룽지라기보단 부드러운 맛? 숭늉이라도 있으면 딱이었겠으나 그런 건 없더라는...

슬슬 밥도 먹었겠다 후식거리를 찾으러 다시 킨테츠나라역 상가거리로 내려왔습니다. 아까 낮에 갔던 그 빵집.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이것저것 시식도 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물론 배가 불러서 많이는 안 봤지만 저녁에 분명 숙소에서 술을 마실 것이기 때문에 빵 두어 개 사서 돌아왔습니다.

어슬렁거리다 어제 아차, 못 들른 곳이 있었으니 거긴 바로 부엉이 카페. 이후 도쿄에서도 몇 군데 본 적이 있는데 신기하더군요. 안에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뭐 그리 많은지. 한 시간에 1300엔 입장료를 내면 부엉이도 구경하고 음료수다 마실 수 있습니다. 열 마리 정도는 있던 걸로 보이는데 사람들이 만질 수 있는 부엉이와 만질 수 없는 부엉이가 있습니다. 지금 위의 부엉이는 쇠 횃대에 있는데 이 경우 만지는 안 됩니다. 앞에 푯말에도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 쉬게 가만히 놔두세요. 사진 촬영은 가능합니다라고 쓰여 있고 직원들이 카페 이용법 설명할 때도 꼭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고, 쉴 땐 부엉이도 안 쓰다듬습니다. 성질이 더러워서 발톱으로 찍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나무 위에 있는 부엉이는 만져도 되고, 쓰다듬어도 됩니다. 부엉이 머리를 고양이 쓰다듬듯 쓰다듬으면 고롱고롱하진 않지만 그냥 그런가보다라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신기한 건 고양이를 쓰다듬을 땐 두개골이 느껴지는데 부엉이는 정수리 부분에 털이 가득하여 푹신푹신한 느낌? (하...저도 이렇게 머리숱이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으려나 -_-)

오, 헤드위그 아닌가?

이렇게 팔에 장갑을 낀 상태에서 체험도 가능합니다. 다리에 묶인 줄을 한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팔 위에 올려놓는 건데요. 보통 큰 부엉이는 무겁기도, 난폭하기도 하고 해서 작은 부엉이들이 많이 올라온다는군요. 원래는 두 배 정도 큰 부엉이랑 놀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장갑 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발톱맛을 볼 수 있다고.

우쭈쭈쭈~ 정말 푹신한 정수리.

그렇게 한 시간을 놀고, 밖에서 혼자 술 먹어봐야 별 거 없다는 생각에 마트에 들렀습니다. 옐로우 테일이야 뭐 한국에서도 많이 먹던 거고하니 맛은 검증됐으니까 그냥 사면 되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둘러보는데 카베르네 소비뇽이 8천원 정도 하네요. 한국보다는 싸다는 생각에 바로 겟!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이 숙소는 오늘도 절간. 그래도 같이 있던 벨기에 룸메이트와 나라 관광왔다는 일본 처자와 셋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빵도 나눠먹었습니다. 아까 샀던 달달구리한 빵과 와인으로 오늘 하루도 끝. 나라의 마지막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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