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by 이랑

나는 C를 곤란하게 하는 여자친구였다.

우선 물리적인 나이가 많았다. C는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에 곧잘 내 사진을 해두기도 했는데, 부모님의 “여자친구는 몇 살이냐?”는 물음에 본인도 차마 5살이 많다고는 말을 하지 못하고, 2살이 많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직업도 변변치 못했다. 그 당시 1년짜리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었고, 1년 계약이 만료된 이후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잠깐 공무원시험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C는 내게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꼭 공무원이 되면 좋겠어.” C는 나를 사랑했다. C는 내가 변변한 사람이 되어, 계속 나와 함께하고 싶음을 그렇게 표현한 사람이었다. C는 어렸다. 때문에 그 당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응원뿐이었을 것이다. 나는 C의 진심을 안다.

오빠는 운전이 능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C는 이제 막 운전을 하여, 차선을 끼어드는 일이나 주차를 하는 일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처음 나를 엄마승용차에 태우고 근처 바닷가를 가던 날 밤이었는데, 차선을 제때 변경하지 못해 30분이면 될 거리를, 50분이 흘쩍 넘어 도착했고, 같이 간 펍에서는 음료잔을 깨버려, 돌아오는 내내 나는 C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처음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에 C는 하얀색 터틀넥니트를 나에게 선물했다. 함께 걷는 길에 “저거 어때?”라는 질문에 내가 분명 “괜찮네.”라고 대답을 했다고 하는데, 누구의 기억이 잘못되었는지, 나는 평소에 목이 답답한 옷을 잘 입지 못한다. 어차피 안 입을 옷이라 “엄마 드려. 나는 불편해서 못 입어.”라고 말했는데, C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그에 화가 난 나는 바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화가 나면 전화와 메시지를 차단하는 일이 일쑤였고, C는 집전화나 친구의 핸드폰을 빌려 내게 연락을 하였다.


이 많은 일들 중에서 C를 가장 곤란하게 한 일은 나의 “아이”였을 것이다.

C와 교제한 지 100일쯤, C와 함께하는 나의 첫 번째 생일이었다. 생일선물로 C에게 담배를 끊어달라고 말했다. 길거리에 던져버리는 꽁초가 싫었고, 그가 나간 후 혼자 남겨지는 일이 싫었다. C는 아주 쉽게 담배를 끊었다. 나를 혼자 두는 일이 사라졌다.

C와 맞는 두 번째 생일이었다. 두 번째 생일에는 생일선물로 내가 너에게 비밀이 있는데 나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비밀이 대체 무엇이냐 채근하는 C의 닦달에 못 이겨,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아이”가 있음을 고백했다. 이야기를 듣더니 C가 처음 한 말은 “많이 힘들었겠네. 너 안아주고 싶다. “ 였다. 나는 그 말에 안심하였다. C를 더 이상 속이지 않아도 되었고, C가 여전히 따뜻해서 안심하였는데, 그날 내가 전한 비밀은 C를 관통해 작은 구멍을 냈다. 계속 비밀을 지켰더라면 C를 더 오래 볼 수 있었을까, 혹은 나의 미래가 바뀌었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미래를 바꿀 수는 없었을지라도, C를 더 오래 볼 수는 있었을 것 같다.


C는 천천히 변해갔다. 흔들리고, 망설이고, 화난 나를 화난 채로 내버려 두는 날이 많아졌다. 다른 여자를 만났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아이”를 데리고 셋이서 같이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는데, 직원이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호칭에 C는 당황한 표정을 하였다. 짧게 스친 표정이었지만 내가 모를 리 없다. 나는 C를 매우 곤란하게 만드는 여자친구였다.

점점이 갈라지는 균열들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설령 무엇을 할 수 있다 하여, 막을 수 있었을까? 애초에 구멍을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 더 애초에 너와 헤어졌어야 했는데. 만나지도 말았어야 한다는 건 너무 슬프니깐 그건 안 되겠고,, 나는 이것도 저것도 후회했다.

변해가는 C를 보며, 자주 C에게 화를 냈다. 나는 감정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깨달음이 느리니 올바르게 표현하는 일도 서툴다. 나는 그 당시 C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많이 슬폈던 거 같다.

나를 혼자 길에 세운 채, 어두운 얼굴로 담배를 피우던 네가 너무 슬펐다. 혼자 남겨지는 일이 싫었는데, 두 번째 생일선물은 나를 혼자 있게 만들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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