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의 조건 - 번역은 국력이다

20대 시절의 단상 (6)

by Youngh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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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원본 주소 : https://www.youtube.com/watch?v=mxAXAckBLXA&feature=share )


(*바바 타츠이馬場辰猪 : 1850년도에 출생한 일본의 정치가, 사상가. 코우치 번주 휘하 무사 집안 출신으로, 동생인 바바 코쵸馬場弧蝶는 영문학자이다. 게이오기쥬쿠 대학 출신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가 법학을 공부했다. 자유당 의원이었던 그는 일생을 민주주의 사상의 보급에 힘썼으며, 메이지 학원明治義塾을 설립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 투옥되고, 석방 후엔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40대를 채 맞기도 전인 1888년에 객사했다. 주요 저서로 '천부인권론'이 있다.

출처 : 코지엔広辞苑(일본의 대표 백과사전) 제6판)


'경쟁력'과 '영어', '근대화'에 대한 이토 히로부미, 모리 아리노리와 바바 타츠이의 방법론의 차이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일단 영어를 전국민이 배우고 봐야 한다는 '엘리트 관료'의 관점 VS 계층간 불통과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불평등을 지적한 '목민관'의 관점


우리나라에선 소설가 복거일 씨가 모리 아리노리와 같은 영어 공용화론의 선두주자로 유명하다. 일본식 학제와 커리큘럼을 거의 그대로 모방한 우리나라의 공교육 제도의 영어교육은 메이지 시대 확립된 일본 영어 공교육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젊은 세대들, 심지어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전반적으로 영어를 잘 하는 줄 아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다. 특목고부터 시작해 영어유치원에 이르기까지 영어 사교육의 버블 현상으로 토익, 텝스, 토플 등의 자격증 점수 찍는 스킬만 무지막지하게 연구된 상태이며, 그 결과 현장에선 전혀 써먹지도 못하는 토익, 토플 고득점자들이 발에 채이게 많다.


독해/청해 위주의 문제 개발에 치중하다보니 이젠 한국의 수험생이 눈썰미로 정답을 찍는 문제를 현지인들이 이해를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 영어 회화평가라는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도 결국은 패턴 싸움이 되어 학원들이 난립해 온 것만 봐도 한숨이 나온다.


광복 이후에도 이 나라의 계층 격차는 날로 심해졌고, 지역 및 계층간 우수 컨텐츠 접근의 불평등,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우리가 스스로 선진국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이 상황에 영어 공용화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일 뿐이다.



(2) 영어를 배워 '경쟁력'을 갖춰 서구 열강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급함 VS 진정한 '경쟁력'을 꿰뚫어보는 장기적 안목


열도에서 근대 문명과 고립되어 있던 일본인들이 미국의 페리 제독의 함선에 놀라 통상을 시작한 이후 에도 막부말 수많은 젊은 관료들이 정부 주도로 해외 문물을 배워 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서구 열강들의 근대 문물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막부는 번역방翻訳方이란 직책을 따로 두었는데, 이들의 업무는 해군 장교나 외국 사신의 밑에서 문서를 번역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기능을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일본에서 활성시킨 게 바로 '번역국'이다.


서양 근대 문명의 텍스트를 자국어로 번역하여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한 일본 정부의 이 한 수는, 자국의 사회 전반의 근대화와 함께 막강한 공학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강호급 군대를 만들어 아시아를 제국주의의 군홧발로 짓밟은 데 그치지 않고, 먼 훗날 기초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낳고 기술 집약적 산업의 대표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뿌리가 되었다.



근대 일본의 행보에서 알 수 있는 건, 나라의 진정한 문화적 국력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치열하게 공부해 자신들의 관점에서, 즉 위에서 아래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자국어로 부담없이 유익한 텍스트들을 접하여 국가 전반의 시대적 통찰력 향상을 꾀하며 보다 많은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2016.02.05

김 영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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