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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Nov 02. 2020

우리의 첫 여행지, 멕시코

최고의 일출을 본 날

그렇게 떠난 우리의 첫 여행지는 멕시코.

그저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표가 쌌기 때문이다. 그래서 멕시코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다. 오히려 멕시코에 대한 안 좋은 얘기만 들었다. 소매치기는 아주 흔한 이야기고, 밤마다 총소리가 들리고, 납치가 빈번하다나 뭐라나. 그래서 우리는 멕시코에서 일주일도 체류하지 않고, 쿠바로 떠나는 일정을 잡았다.


일주일의 짧은 시간 동안 멕시코에서 너무 좋았던 도시가 있었다.  바로 '과나후아토'.

멕시코시티에서 4시간 버스 타고 가면 도착하는 작은 도시로,  영화 '코코'의 배경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조화로웠다. 우리는 여기서 하는 산책을 좋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야외 테라스를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고, 길거리에서 파는 오렌지주스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최고의 아침을 맞이 했다.


과나후아토에서 우리의 숙소는 꼭대기에 있었다. 꽤 많은 계단을 걸어 올라와야 했지만, 그 대신 조용하고, 테라스에서 보는 전경이 정말 예뻤다.

첫날 밤, 나는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 조용히 일어나 숙소 테라스로 올라갔다. 그때가 새벽 4시쯤 되었던 것 같다.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했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가 좋았다. 살짝 추워지려고 할 무렵, 해가 뜨기 시작했다.


이 동네의 꼭대기에 위치한 우리 숙소에서 보는 일출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닭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따듯한 햇살이 나를 비췄고, 금방 더워졌다. 사람들이 하나 둘 테라스로 올라왔고, 다들 사진 찍기에 바빴다. 이미 테라스를 충분히 즐긴 나는 이제 사람들 구경을 했다.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거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체조를 하고 들어가는 사람. 각자의 아침은 다 달랐지만, 아마 이 풍경을 보고 싶어서 테라스까지 올라오지 않았을까.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일출에 나는 설레었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날이다.  

평소에 아침잠이 많은 우리에게 일출을 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도 그 자리에서 일출을 봤다.

과나후아토에서의 일출은 우리 여행의 시작을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감싸고, 그 시간 온전히 우릴 위해 따뜻함을 주는 기분. 덕분에 우리는 씩씩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며칠 후 ,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온천 ‘똘란똥꼬’를 다녀왔다. 가는 길이 험난하긴 했지만, 너무 좋았다. 따뜻한 물에서 첨벙첨벙 거리며 긴장감을 풀었다.


여기까지 온 동양인이 신기한지 사람들은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멕시코 아이들은 우리와 사진을 찍자고 했다. 평소라면 거절했겠지만, 그 상황이 너무 신기해서 다 같이 찍었다. 비록 어디에 올라갔을지 모를 사진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큰 추억이었다. 언제 우리가 그렇게 많은 외국인과 사진을 찍어보겠어.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마지막 날, 소칼로에서 본 일몰도 멋졌다. 멕시코에 대한 걱정만 많아서 일정을 짧게 잡은 걸 후회했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다른 소도시들도 많이 다니고 싶다. 스페인어도 배우면서 말이다.


짧은 시간 동안 멕시코를 다 느끼진 못했지만, 여전히 따뜻하게 기억되고 있는 나라다.

그 날의 일출, 그 날의 사람들, 그 날의 일몰. 이런 짧은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이 여행이 완성되지 않을까. 그런 설렘으로 다음 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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