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릴로체에서 발이 묶이다.
아르헨티나를 5월에 입국했다. 점점 겨울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이라 교통편이나 액티비티들이 점점 줄고 있을 시점. 아르헨티나를 좀 더 잘 즐기려면, 날씨를 생각해서 날짜 계산을 잘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다음번엔 꼭 여름에 가볼 생각이다.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버스 편이 줄어들면서 받은 뜻밖의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푸콘에서 화산 투어는 하지 못하고, 작은 온천에 가서 몸을 풀고, 와인과 함께 스테이크를 먹었다. 푸콘 숙소는 정말 침대랑 가방 놓을 곳만 있는 곳이었는데, 대신에 천장이 창문이 뚫려있었다. 잠들 때까지 별을 볼 수 있고, 아침에 눈뜨면 바로 하늘을 볼 수 있을 만한 창문. 숙소가 작긴 했지만, 창문과 멋들어진 부엌 때문에 너무 만족스러운 하룻밤이었다.
푸콘에서 바릴로체로 가려면 오소르노에서 경유를 해야 한다. 심지어 이 구간은 버스 스케줄이 자주 변해서 푸콘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알아보았다. 다행히 일정에 맞게 표를 구할 수 있었고, 푸콘에서 하루를 지낸 후 바로 출발했다. 푸콘-오소르노-바릴로체의 여정은 자그마치 11시간이 걸리는데, 낮 버스... 야간이면 잠이라도 잘 텐데, 낮이라 더 힘든 느낌이었다. 중간에 국경도 넘어야 해서 잠을 푹 자기도 힘들다. 아침에 출발해서 해가 지고 나서야 바릴로체에 도착했다. 바릴로체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바로 다음 목적지인 엘 칼라파테로 가는 표를 사려는데, 버스 편이 줄었다. 3일간 머무르려고 했던 바릴로체에서 5일을 머물게 되었다. 크게 할 게 없어서 3일도 여유롭다고 생각했던 일정인데, 5일이라니! 빨리 파타고니아로 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숙소에 가서 숙소가 마음에 들면 같은 곳에서 연장하고, 아니면 옮겨야지 했다. 이게 웬일. 바릴로체 시내에서는 거리가 있었지만, 방 안에 자그마치 벽난로가 있었고, 숙소 바로 앞에는 호수가 있었다. 바로 같은 곳을 연장했다. 여행 내내 벽난로가 있는 숙소는 바릴로체가 유일했다. 바릴로체에서의 시작이 좋았다. 비록 바릴로체에서 유명한 스테이크 집 중 한 곳은 비성수기라 문을 닫았지만, 그 대신 마음에 드는 서점을 찾아 스페인어 책을 하나씩 샀다. 숙소가 시내와 거리가 있어서 버스카드를 사러 시내까지 가느라 추웠지만, 그 덕에 최고의 일몰을 봤다. 바릴로체에 있는 내내 일몰을 지겹도록 봤다. 유난히도 빨간 하늘을 담느라 바빴다. 또, 아르헨티나에 있는 내내 제일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기도 했고, 여유롭게 카페에 가서 다음 여행 일정을 짜기도 했다.
버스 편이 변경되면서 생긴 2일, 뜻밖의 선물을 많이도 받았다. 비록 파타고니아 일정이 줄었지만, 다음번에도 일정에서 뺄 수 없는 도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