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사용하기 아까운 기념품

뱃지와 패치

by 애라

여행 내내 제일 많이 산 기념품은 엽서이다. 제일 싸면서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념품이다. 도시에 따라서는 여러 장 산 경우도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엽서를 구하기 힘든 곳도 꽤 있었다. 그럴 땐 아쉽지만, 돌아서는 편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엽서는 결국 꺼내 볼 때마다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행 내내 모은 엽서를 앨범에 차곡차곡 넣어놨다. 책상 앞에 앨범을 놓고, 가끔 열어본다. 16년도의 엽서들은 특징이 있다. 화질이 약간 나쁘고, 꼭 하단에 도시 이름이 크게 쓰여있다. 그런데 웃긴 건 19년도에 사 온 엽서들도 마찬가지다. 3년 동안 엽서는 변한 게 없나 보다.


엽서랑 비슷하지만, 이상하게 잘 안 꺼내 보는 기념품은 패치와 뱃지들이다. 사실 이 친구들은 어디엔가 붙어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서랍 안에 고이 모셔놨다. 패치는 우연히 와라즈 중앙시장에서 처음 봤다. 생각보다 저렴해서 여러 개 샀다. 바로 옆에서 가방에 박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뭔가 아까워서 가지고만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달아서 가방 자랑을 하고 다녔어야 했다. 막상 저게 서랍에 있으니까, 제자리에 없는 느낌. 저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남미대륙 패치다. 손바닥만 한 저 패치는 제일 비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자마자 안 살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간 나라들이 내 손바닥에 들어오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달까. 언젠가 다시 갈 땐, 저 모두를 가방에 달고 떠날 것이다. 저 친구들도 고향으로 가는 느낌으로 데려가야지.


뱃지는 처음에도 몇 개 달고 갔었다. 그런데 비행기 수화물로 부칠 때마다 한 두 개씩 없어져서 나오는 거다. 분명 인천에서는 5개였는데, 멕시코에 도착하니 3개뿐이었고, 그 마저도 숙소를 몇 번 옮기니까 다 사라졌었다. 그 이후로는 뱃지는 가방에 넣어두기로 했다. 뱃지들을 하나씩 살 때만 해도, 집에 오면 패브릭에 꽂아서 걸어놔야지 했는데, 또 서랍 속이다. 패치랑 뱃지는 뭔가 아까워서, 귀찮아서, 잃어버릴까봐 등 다양한 핑계로 서랍 속에만 넣어두게 된다. 엽서보다 사기도 힘들고, 더 비싸서 그런지 아끼게 된다. 가끔 꺼내서 흐뭇하게 쳐다볼 뿐.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엽서 앨범을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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