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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Nov 07. 2020

음식사진을 찍은 이유

지우지 못한 이유 : 또 먹고 싶어서.

오늘의 주제는 음식 사진. 물론 음식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니라... 정말 목적으로 찍었다는 걸 염두하고 보는 게 좋다. 음식 사진 찍는 걸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잘 찍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왜 찍어야 하는 지도 잘 모르는 편인데, 그럼에도 찍은 것들은 정말 기억하고 싶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 1 / 사진 2

사진 1

커피가 유명한 콜롬비아에 도착하자마자 커피 마실 생각에 신이 났다. 커피를 평소에 좋아하고, 하루에 2잔 정도는 마시며 살아서 더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웬걸. 대부분의 콜롬비아 원두는 산미가 심한 편이라, 고소한 원두를 좋아해서 그런지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쉬워하던 차에, 숙소 근처에 구글 평점이 4.8점인 카페를 발견했다. 또 이러면, 괜히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방문해봤다. 다들 블랙커피보다는 라떼나 플랫화이트를 추천하길래 플랫화이트를 시켰다. 한 입 먹자마자, 와.. 뭐야.. 이거... 이게 진짜 콜롬비아 커피일 거야. 하고 감탄했다. 물론 블랙커피를 시킨 동생은 진한 산미에 정신을 못 차렸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정신을 못 차렸다. 한 잔 더 먹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맛이었으니. 물론 한국에서는 이 정도 되는 커피를 꽤 자주 만날 수 있겠지만, 남미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저 사진을 볼 때마다 콜롬비아 커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 잔의 기억이 꽤나 강렬한가 보다.


사진 2

비주얼이 살짝.. 그렇긴 하지만, 추위에 떤 우리에게 구세주 같은 음식이었다. 새벽에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다음 버스는 아침에나 있다는 소식을 카운터에서 듣고, 구석에 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잠은 오지, 짐은 챙겨야 하지, 돌아가면서 한 명씩 쪽잠을 잤다. 아침에 다 되어가자 터미널에 있는 식당들이 문을 열었고, 따뜻한 거라도 한 잔 마시려고 들어간 곳에서 시킨 음식이었다. 살짝 갈비탕 맛이 나면서, 뜨끈해서 몸이 풀리는 기분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특히 저 감자가 포실포실하니 맛있었다.

 

사진 3 / 사진 4

사진 3

우리의 만능 가방에 항상 들어있던 비빔장. 저걸 챙겨간 걸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마트 구경을 갔는데, 고기가 세일하길래 오늘 저녁은 비빔면에 고기를 구워 먹자! 선언했다. 오뚜기 라면이 있어서 잽싸게 계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안 쓴 라면 수프도 만능 가방에 들어갔다. 뭐, 저 조합은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심지어 타국에서 먹는 비빔면과 고기는 완벽했다. 이럴 때 보면 주방이 있는 숙소가 참 좋은 것 같다. 맨날 밖에서 사 먹는 것도 찾아가는 것도 일인데, 간단히 해 먹을 수 있으니까. 물론 고기 구운 프라이팬을 닦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진 4

한식이 비싸거나 한식을 파는 곳이 없으면 찾게 되는 건 베트남 음식이었다. 물론 결은 많이 다르지만, 대신 하기엔 충분한 음식이었다. 국물이 당기는 날은 포를 시켰고, 밥이 먹고 싶은 날은 볶음밥을, 상큼한 게 먹고 싶은 날은 분짜를 시키면 완벽하다. 게다가 뭘 시켜도 맥주를 곁들이기 좋아서 저녁 메뉴로 안성맞춤이었다. 프라하에서 있는 내내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 베트남 음식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파리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음식도 태국 음식. 그것도 배달해서 먹은 팟타이. 이상하게 본토보다 맛있었다.


여행도 밥심이니까, 열심히 먹고 다녔다. 아주 가끔 비싼 곳도 가보고, 가끔은 귀찮지만 해먹기도 하고. 그것도 지금은 다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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