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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Nov 16. 2020

겨울엔 역시 아이스크림

지우지 못한 이유 : 지금 더 먹고 싶어서.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놓여있다. 햇빛 때문에 땀이 삐질 나던 계절은 지나간 지 오래고, 바람 한 번에 시원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돌아왔다. 앞으로 돌아올 계절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또 이 계절만의 매력을 즐기며 보내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아이스크림. 여기까지 읽고, 머리 위에 물음표가 100개 정도 생겼다면, 아직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의 매력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물론 추위를 싫어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건 약간 모순적이지만.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그 어떤 계절에 먹는 것보다 맛있다. 그래서 오늘의 사진 정리 주제는 아이스크림.


엘 칼라파테 / 바릴로체

 어딜 가든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여행할 땐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까지 찾아다닐 정신이 없달까. 눈에 보이는, 당장 꽂히는 것을 먹는 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카페나 디저트 가게는 미리 찾아보는 편이다. 엘 칼라파테의 아이스크림집이 그랬다. 구글 후기에서 다들 꼭 먹어보라고 했던 곳인데, 비수기의 엘 칼라파테는 영업시간이 짧아서 시간을 잘 보고 가야 했다. 2번의 허탕 끝에 먹을 수 있었던 빙하 맛 젤라토. 적당히 단 맛이 나는 소다 맛이었다. 다 먹고 나오니까 쌀쌀한 바람이 불어 춥긴 했지만, 먹어보기 참 잘했다. 빙하 맛을 언제 먹어 보겠어!!

 바릴로체도 비수기라서 문 연 식당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한 블록에 하나 씩 있는 초콜릿 전문점은 꼬박꼬박 문을 열었다. 사람도 꽤 많고. 스테이크로 배를 불린 우리도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 초콜릿은 먹기 싫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시켰다. 길쭉하게 생긴, 시그니처 같은 초콜릿이 얹어져 있는 똥 모양을 연상시키는 젤라토를 내주었다. 날이 추웠지만, 들고 근처 호수에 가서 먹기로 했다. 노을, 찬 바람, 아이스크림. 이 셋의 조합은 완벽했다. 추운 곳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다 좋은데, 먹고 나면 손이 시린 게 참... 물론 지금은 후다닥 달려와서 장판 위에 몸을 눕힌다.

아카치나 / 히론

 추운 곳에서도 자주 먹었지만, 더운 곳에서는 더 자주 먹었던 아이스크림. 분명 먹고 나면 더 갈증 나 힘들 것을 알면서도 사 먹게 된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걸 보고, 당연한 일이면서도 신기했다. 냉장고가 없었다면.. 하면서 괜히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 손은 진득진득해졌다. 입에 들어온 것 반, 바닥에 떨어진 것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히론에서 물놀이를 하루 종일 하고, 물 사러 가는 길에 발견한 아이스크림집. 막 맛있는 맛은 아니지만, 쿠바에서 먹은 첫 번째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런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다음 날에도 또 먹으러 갔다. 동그랗게 한 스쿱 올라간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꽤나 멀리 걸었다. 한 입에 온통 넣고는 차가움에 몸부림쳤지만, 행복했다. 햇빛은 따듯하고, 입 안은 차갑고. 여름에만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쓰고 나니 그냥 나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인 듯하다. 지금이 겨울이라서 생각난다기보다는 12개월 내내.. 하하. 겨울엔 추운 날씨에 추운 걸 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여름엔 더운데 입만 차가워서 기분 좋고. 글을 마무리하는 대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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