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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Nov 08. 2020

9월의 중국, 열심히 적응 중

2017년의 블로그 일기 다시 읽는 추억여행물.


벌써 3년 전의 일을 다시 되돌려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면서도, 아주 자주 그리운 곳이라, 또 읽어 보게 된다. 투박하고, 조잘조잘 대는, 가끔은 억지로 쓴 듯한 중국에서 쓴 블로그 일기를 오랜만에 열어 보았다. 새록새록 그때가 떠올라서 좋다. 벌써 3년 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다. 오늘은 한참 열심히 적응 중인 9월의 일기들을 읽어 보았다.


1. 중국에 도착.



 짐이 한가득이었던 나는 카트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학교 이름을 대고, 택시를 타야 하는데 혹시 기사 아저씨가 내 중국어를 못 알아들을까 봐 입학허가서를 한 손에 쥐고 있었다. 다행히 아저씨와의 소통은 수월했고, 학교로 가는 내내 끊임없이 말을 걸으셨다. 생각보다 소통이 잘 되는 것에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었다. 문제는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 시작되었다. 외국인 기숙사의 위치를 아저씨도, 나도 모르고, 웬만한 학생들도 모르고... 택시로 학교를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사 아저씨가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봐가면서 기숙사를 찾아주셨다.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그 짐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겨우 도착한 기숙사동 앞에서 방을 배정받았다. 기숙사 상태에 대한 기대를 크게 안 해서 그런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저녁만 먹고, 내내 청소를 하긴 했지만. 아, 저 침대에서 자기 싫어서 바닥에서 잤다. 하하.


2. 편한 건 빨리 적응하는 법.

 중국 생활하면서 제일 편했던 건 역시나 결제시스템. 알리페이가 안 되는 곳이 없고, 과정이 매우 간단했다. 처음 알리페이를 해보고, 이 편한 게 왜 한국엔 없지? 했었다. 비록 처음에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은 오래 걸렸지만, 그다음부턴 편해진 결제 방법 덕에 모든 생활이 편해졌다. 동시에 배달도, 타오바오도 아주 쉽게 자주 즐겨했다. 타오바오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시키기 시작하면서 방이 빠르게 정돈되었다. 나중엔 택배 찾으러 가는 게 하루의 일과일 정도로... 많이 시켰다.

 그다음은 배달시스템. 배달 안 되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 배달비가 거의 없거나, 배달비가 저렴해서 배달음식을 진짜 자주 먹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버블티 먹으려고, 전 날 마감시간 전 버블티를 미리 시켜놓는 치밀함도 생겼다. 날이 안 좋은 날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어플을 켜기도 하고. 역시 편한 건 적응이 빠르다.


3. 학교 첫 등교


 4일에 중국에 갔는데, 개강은 20일이었다. 2주 동안 거의 기숙사에만 있어서 개강을 기다렸다. 반에 갔는데, 한국인이 절반이다. 기숙사 등록할 때만 해도 한국인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다들 지난 학기부터 있는 사람들이었다. 살짝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잠시, 수업 따라가느라 머리가 터졌다. HSK 5급이 있다는 이유로 중급반에 넣어주셨는데, 역시나... 예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나의 미래가 뻔했다.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열심히 예습해갔는데.... 그 이후엔 적응을 한 건지, 실력이 조금 생긴 건지 무리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중간에 반을 내려가려고 상담도 한 번 했었는데, 안 하길 잘했지!

 반 사람들이랑도 점점 친해졌다. 물론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진짜 좋은 사람들이었다. 문득 중국 생활 생각할 때마다 연락 한 번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다들 바쁘겠지, 오랜만에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라는 이유로 연락을 미루는 중이다. 반에 인도네시아 친구랑 친해져서 같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 친구들이랑은 가끔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코로나 이후에도 서로의 건강을 묻곤 한다.


4. 좋아하는 중국 간식이 생겼다.


주기적으로 좋아하는 간식이 바뀌었는데, 첫 달엔 위미창(옥수수 박힌 소세지)와 유자에 꽂혔다. 토독토독 거리는 소세지랑 맥주를 먹으면 끝도 없이 들어가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다. 오도독, 오도독. 중국의 유자는 한국 유자랑 약간 다르다. 단 맛이 적은 오렌지 같은 느낌? 그것도 철이 있어서 날이 따듯해지면 먹기 힘들었다. 한국에선 볼 수 없어서 괜히 더 그리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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