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LA 디즈니랜드
기념품 이야기를 쓴 지 오래돼서 오늘은 기념품 이야기.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기념품 말고, 서랍을 열어봤다. 언젠가는 꼭 써야겠다고 다짐한 물건을 꺼냈다. 미국에 갔을 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지퍼백에 들어있는데, 이 지퍼백도 미국에서 샀던 거다. 그 지퍼백 안에는 하이스쿨 뮤지컬 노래가 나오는 카드 2장, 티슈 2장, 디즈니랜드에서 열심히 만든 코인, 퍼레이드 때 뿌려주는 미키마우스가 들어있다.
티슈랑 퍼레이드 종이가 도대체 저 봉지에 왜 들어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어떻게 저런 것까지 들고 올 생각을 했냐고! 10년 전의 나는 꽤나 동심이 가득했구나. 봉지 안에는 구겨진 미키마우스들도 여러 장 있다. 그나마 덜 구겨진 3개의 미키마우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퍼레이드를 처음부터 놓지지 않으려고 미리 앉아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정말 눈을 못 떼고 봤었는데, 미국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이 들은 하드가 몇 년 전에 사망해서 확인을 못 한다. 몇 장 남아있을 사진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50센트를 넣고, 손잡이를 같은 방향으로 돌리면 또롱~ 코인이 나왔다. 동전을 녹여서 기념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처음 접했고, 정말 눈에 보이면 돌리겠다고 했다. 나중엔 결국 아빠가 10달러를 쥐어주고, 동전 바꿔오라고 했던 기억이... 영어로 해야 해서 쭈뼛거리니까 그러면 코인 안 할 거냐고.. 스파르타였네 아빠. 뽑은 코인들에 큰 공통점은 없다. 그저 처음 본 것에 대한 흥분감과 신기함을 다 토해낸 산물이다. 꺼낸 김에 한 번 닦고, 소독해야겠다. 저렇게 방치하다간 몇 년 후에 고철덩어리가 될 것 같다.
‘하이스쿨 뮤지컬’ 은 진짜 좋아했던, 아니 지금도 좋아하는 하이틴 영화다. 3편까지 DVD를 다 소장하고 있고, 2편까지는 원서도 가지고 있다. 월마트 엽서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동생이랑 둘이 뭘 살지 진짜 오랫동안 고민했다. 결국 나는 이렇게 두 개를 가졌고, 동생은 푸우를 선택했던 것 같다. 카드를 열면 영화 ost가 나왔는데, 아니 분명 나왔는데, 지금은 안 나온다. 배터리가 다 된 거겠지? 배터리를 사다가 바꿔봐야겠다. 10년 동안 아까워서 몇 번 듣지도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될 거 자주 들어 볼 걸! 아끼다 똥 된다는 게 딱 지금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때의 사진들이 남아 있지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10년째 안 버렸던 봉지 하나가 글을 쓰는 시간 동안은 10년 전 디즈니랜드에 내려놓아주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쓰는 내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