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는 짧아도 소도시를 많이 가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많이 가진 못했지만. (그래서 여전히 아쉽다.) 그런 이유로 론다에서도 하루 머물렀다. 전에 다녀온 친구가 론다에서 1박을 했는데, 2박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며 꼭 하루는 자보라고 추천한 것도 한 몫했다.
론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정말 시내 한가운데 있는 곳의 2층 에어비앤비였다. 1층은 카페였고, 2층부터 집인 구조. 들어가자마자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이었다. 크진 않지만, 주방도 깔끔하고, 방과 거실이 나누어져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주방을 보자마자 든 생각. 오늘이다. 비빔면과 고기를 먹을 날은! 바로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사기 시작했다. 하루만 있을 거지만, 오래 머무는 사람들처럼 과자도 여러 개, 사진엔 없지만 작은 수박도 샀다. 스페인에 파는 레몬 환타는 정말 최고다. 한국과는 달리 레몬 함유량이 높아서 맥주에 섞어먹으면 클라라랑 비슷하다. 비빔면과 삼겹살, 클라라를 곁들인 점심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늘어져 잠에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누에보 다리를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누에보 다리까지 거리가 멀지 않았다. 분명 가까워서 출발했는데, 구글 지도를 잘못 본 건지, 목적지를 잘 못 찍은 건지, 누에보 다리가 보일 것 같지 않을 길로 우리를 인도했다. 중간에는 꽤나 높은 오르막이 우릴 기다렸고, 다시 또 흙길이 시작되기도 했다. 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멋지지 않았다면, 뒤 돌아 숙소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약간 이탈리아의 소도시 같기도 했고, 흰 집이 가득한 모습이 그리스를 떠올리게 했다. 걷다 보니 어느새 해는 져물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걸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갈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우리의 목적지가 보였다.
알고 보니 구글 지도에서 스폿을 잘 못 지정했다. 그래서 조금 더 고생스러운 길로 왔다. 그럼에도 오는 길이 누에보 다리보다 예뻐서 짜증이 나진 않았다. 막상 다리 앞에서는 잠시 보다가 불이 들어오는 모습까지만 보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마라톤대회를 하는지, 길거리가 분주했다. 덕분에 사람들 구경도 하고, 같이 응원도 했다. 정말 삥 돌아갔는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밑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들어갔다.
여행지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는 것 같다. 론다를 추천해준 친구는 누에보 다리가 불 켜지는 게 너무 예쁘다며 칭찬했다. 그런데 나에게 론다는 우리에겐 좋은 에어비앤비와 헤매다 찾은 아기자기한 동네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다시 가면 찾지 못할 까 봐 지도에도 저장했을 정도로. 같은 곳을 다녀왔지만,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다르게 추억하는 걸 공유하는 게 여행 이야기의 묘미가 아닐까. 그렇게 물꼬를 튼 여행 이야기가 끝이 없는 이유도 아마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르지만, 같은 곳을 그리워하는 소재가 여행 말고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