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어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가 민망할 정도로, 우린 거의 동갑처럼 지낸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라는 호칭보다는 내 본명을 부르는, 아메리카 스타일의 호칭을 즐겨 쓰곤 한다. 나 역시 크게 언니 노릇을 하면서 살고 싶은 건 아닌지라, 친구 같은 자매 관계가 꽤나 만족스럽다. 물론 가끔 투닥거릴 때면 쥐어박으면서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며 화를 내긴 한다.
2살 터울을 무시하고 친구가 된 우리는 좋은 여행 메이트이다. 여행 스타일이 잘 맞는 편이고, 식성도 비슷하다. 크게 가리는 것 없고, 많이 까탈스럽지 않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도 살짝 비슷하다. 적당히 여유롭고, 아기자기하지만, 근교까지의 교통수단은 잘 갖춰져 있는 곳. 좋아하는 풍경도 비슷하다. 바다보다는 강. 물보다는 초원. 일출보다는 노을. 버스보다는 오토바이. 또, 서로 관심 있는 분야를 이미 잘 알고 있어서 편집샵이나 소품샵을 구경 갔을 때 서로의 스타일을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한참을 더 말해도 장점만 나올 것 같은 우리의 여행에도 안 맞는 점은 분명히 있다.
동생은 겨울을,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름 날씨인 곳에선 동생이 힘들어하고, 겨울 날씨인 곳은 내가 힘들어한다. 선호의 문제라기보다는 컨디션의 문제라서 우리는 날씨에 따라 일정을 자주 바꿨다. 세계여행을 떠날 때 대략의 대륙은 이미 정했고, 그곳의 계절은 우리가 바꿀 수 없으니 순응했다. 다만, 날씨에 따른 우리의 컨디션은 매일 달라졌고, 그에 맞게 일정을 변경할 일이 잦았다. 추위에 약한 나는 추운 곳에서 더 금방 피곤함을 느꼈고, 대신 팔팔한 동생이 이것저것 알아봐 주었다. 반대로 찌는 날씨가 찾아오면 축 쳐진 동생 대신 내가 음식을 포장해와서 먹는다. 정반대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해야 하나. 그래도 서로 보완이 되어서 다행이다. 사실 더 안 맞는 것은 성격이다. 나는 조금 털털하고, 성격이 급한 것에 비해, 동생은 꼼꼼하고, 차분한 편이다. 그래서 예산관리를 동생이, 길을 보는 건 내가, 티켓 예약 확인은 동생이, 요리는 내가. 본인의 성격에 맞게 잘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그게 정반대인 우리는 싸우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는 쪽을 선택했다. 아마도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상대방과 여행을 다녀야 하는 현실에 순응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서로를 최고의 여행 메이트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