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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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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Nov 23. 2020

아이엠 파인애플러버.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수박이다. 하지만 수박은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 여름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과일은 파인애플이다. 중국에 살 때 자주 먹으면서 당당히 차애과일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 우리가 보통 아는 파인애플 크기가 아니라 주먹만한 파인애플을 자주 사먹었는데, 훨씬 달고 먹기도 편했다. 심지어 부탁하면 그 자리에서 손질도 해주었다. 한국에서는 손질이 귀찮아 안 먹은지 꽤 되었다.

 차애인 파인애플이 그려진 파우치를 우연히 치앙마이 쇼핑몰에서 발견했다. 치앙마이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보자마자 구매하지 않고, 사진만 찍어 두었다. 코르크를 이용해 만든 파우치였는데, 첫 날은 왼쪽 사진에 있는 물건만 있었다. 숙소에서 어떤 색을 살까 살짝 고민을 하다 잠들었다. 며칠 후 근처에서 밥을 먹고 지나가는데, 오른쪽 사진에 있는 파우치가 새로 생겼다. 심지어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아, 이제 이걸 사야겠구나’ 다짐했다. 그리고 바로 샀으면 되었을텐데, 환전한 현금이 얼마 남지 않아 숙소에서 카드를 가지고 왔어야 했다. 또, 바로 가서 가지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숙소에 들어갔고, 밖은 덥고, 에어컨이 빵빵한 숙소는 좋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정말 이제는 사야했고,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날이었기 때문에 카드를 들고 위풍당당 가게를 갔다. 가게가 닫았다. 오후에 다시 갔다. 또 닫았다. 그렇게 그 물건은 사진에만 남겨두고, 데려오지 못했다. 게으름을 이겼더라면, 저 물건이 내 손에 들어왔을텐데. 그냥 현금으로 우선 살걸. 귀찮음을 이길만큼 물건을 가지고 싶지 않았던거겠지. 안 사는게 맞았을 수도 있어. 이런 후회나 생각은 이미 늦었다. 사진을 지우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는 건 결국 지금 가지고 싶다는 뜻이니까. 다만, 언젠가 다시 가도 저 물건이 저 자리에 있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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