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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Aug 16. 2020

초상(肖像) 박 춘자 12

12화 / 유화 5-2

전시회의 뒷 처리를 하며 회원들은 판매대금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고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노트에 적어둔 주소에 작품을 포장해서 배달해 주는일, 판매 대금으로 식료품을 구입해서 나누고 독거노인 일인당 얼마씩 정해서 봉투에 나누어 담는 일, 화분들을 옮기는 일, 그런 일들이 남아 있었다. 작품은 가치에 별 상관없이 10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의 가격에 팔렸다. 문화센터 수강생들의 작품이었다. 지도 화가의 끝마무리 손질을 거친 작품들도 끼어있었다. 그림 값의 기준이 무엇으로 정해졌는지 아리송했다. 유정은 지선의 <서울야경>에 100 만원의 값을 치렀다. 지선은 유정의 마음씀에 고마움을 느꼈다. 항상 어린 아이로만 생각하고 있던 유정이 지선과 대등한 사회인으로서 마주선 것 같아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선의 기분은 그리 상쾌하지만은 않았다. 지선은 전시회와 이웃돕기를 한데 묶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전시회에선 그림 자체로서만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보다 뒤늦게 구매자가 나타난 지선의 <고양이>는 뜻밖에도 300만원이라는 고가에 팔렸다.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지선의 작품은 역시 눈썰미 있는 사람이 제값을 주고 산 것 같다고. 지선은 작품의 구매자가 궁금했다. 그건 그렇게 산뜻한 인테리어용의 작품은 아님을 지선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매자에 대한 궁금증이 더했다. 아들 진식을 면회하고 난 뒤에 그린 그림이었다. 군부대 앞 가게에서 언뜻 본 검은 고양이를 생각하고 그린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듯 살곰살곰 몸을 사리며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지선은 그림에서 그 고양이를 반듯한 나무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귀를 강하게 세우고 눈을 또렷이 뜬 모습으로 당당히 앉아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그렸다. 의자 밑에는 주인의 번들거리는 장화를 놓아 두고. 주인의 장화보다 더 높은 곳에 고양이를 앉혀두었다. 지선이 그 고양이를 그리며 여러 번 독백을 했다. ‘너는 그렇게 당당한 자세로 주인이 가져다 주는 생선을 먹을 권리가 있다. 더이상 도둑괭이의 발걸음으로 다니지 말아라.’


작품을 포장하고 구매자의 집에 배달하는 일은 미술품 운반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 맡기기로 했다. 각자 집으로 가져갈 난 화분들도 여러개 씩 되었다. 세워둔 2단, 3단짜리 화환들은 빌딩의 청소부에게 치워 달라고 부탁했다. 빌딩의 경비원들 몇 명과 청소부들 몇 명에게 서운치 않을 만큼의 사례 봉투도 돌렸다. 그렇게 전시회는 끝났다. 지선은 자신의 작품 <고양이>는 직접 자기 차에 싣고 배달해 주겠다고 고집을 부려 주소를 들고 구매자의 집으로 갔다. 유정이 산 작품말고는 이것이 남에게 판매한 첫 작품이기 때문에 지선은 그 구매자를 꼭 보고 싶었다. 더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큰 금액을 주고 선뜻 그 그림을 구매한 사람이 궁금했다. 이웃 돕기에 후한 사람인지, 그림에 매료된 사람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누구세요?”  

“전시회장에서 그림 가져 왔는데요.”  

“예에.”  

젊은 여자가 문을 열었다.

“여기 받으셨다는 싸인 해 주세요.”  

흘깃 들여다 본 실내는 30여평쯤 돼 보이는 평범한 아파트였다.

“그림 풀어서 확인해 드릴까요?”  

“내가 할께요. 그런데 원래 그림 값이 그렇게 비싼 건가요?”  

여자가 지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선이 돌아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림 값이라는 말이 지선의 발목을 잡았다.

“그림 값이요?  댁에서 정해서 사지 않으셨나요?”  

“우리 애 아빠가 오늘 그림 가져오는 것 비싼 거니까 잘 받아두라고 하고 나갔어요. 삼백만 원 짜리라고요.”  

“남편께서 그림을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  

“가끔 전시회는 다니고 그러죠. 그렇지만 어디 이렇게 비싼 그림 살 형편이 되나요, 우리가.”  

“좋아하시면 좀 무리를 해서 구입할 때도 있지요.”  

그림을 받은 여자에게 지선은그림을 날라다준 배달원일 뿐이었다.

“분수대로 살아야지 어떻게 그렇게 터무니없이 돈을 써요? 이건 우리 애 아빠 회사 사장님이 사주시는 거래요.”  

지선의 귓바퀴에 잘못 들어온 벌 한마리가 출구를 찾느라 왱왱거리며 날고 있는 듯했다.

“회사 사장님이 이렇게 비싼 그림을 직원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러나 보죠.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요.”  

자신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했다. 방금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의 멍멍한 귀로 듣는 말소리처럼.

“사모님이 무슨 전시횐가를 하는데 사장님이 우리 애 아빨 시켜서 비싼 값에 그 그림을 사라고 그랬대요. 그이가 평소에 그림을 좋아하는 걸 사장님이 아시고, 사모님 그림도 팔아줄 겸, 그걸 사 가지고 집으로 들고 들어갈 수도없고 그러니까 우리에게 주신 거지요 뭐. 아니면 누가 이렇게 비싼 걸 괜히 주겠어요?”  

정성도 없이 포장지를 벅벅찢어내는 여자에게서 지선은 그림을 빼앗았다. 여자가 당황하는 눈으로 멈칫했다.

“이 그림 안 팝니다. 돈은 내일 변상해 드리겠어요.”  

“아니, 왜 그러세요? 배달만 하면 그만 아니에요? 참 별 아줌마 다 봤네. 저리 비켜요!”

“내가 이 그림 임자에요. 뭔가가 잘못된 모양이에요. 일단 이 그림은 내가 가져가고 다시 연락 드릴께요.”  


지선은 도망치듯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처음 들어선 차선에서 무조건 앞으로 달리기만 하였다. 어디로 가야하나? 한참을 같은 차선에서 한 방향으로만 달리던 지선은 유정이네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뒤 트렁크엔 엊그제 산 신생아용품이 들어 있다.

“어? 엄마, 웬 일이세요. 전시회 뒤풀이 안 하시고 갑자기 우리 집엘 오셨네요. 전화도 안 하시고.”  

“자식네 집에 오면서 일일히 전화하고 허락받고 와야 하니?”

“그게 아니라요 내가 집에 없으면 엄마 허탕 치시잖아요.”  

“배 불러가지고 돌아다니긴 어딜 돌아다녀.”  

유정은 지선에게 무슨 심상치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감지했다.

“엄마, 어서 들어와요. 추워요.”

자동차 트렁크에 있는 아기용품을 꺼내오는 것도 잊은 지선이었다.

“엄마, 무슨 일 있으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유정의 조심스런 물음에 지선은 긴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정이 불안한 눈으로 지선을바라본다.

“아니다, 놀랐니?  미안해. 내가 전시회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썼었나 봐. 막상 끝나고 나니까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구나.”  

“아유, 엄마, 깜짝 놀랐잖아요. 그러니까 뒤풀이하는 데 가셔서 함께 어울려 노시잖구 왜 안 가셨어요?”  

“그렇게 놀고 나면 괜찮을까?  떠들썩하게 놀다가 돌아오는 길은 더 허전해서 어떡하니?  참, 그림 배달 왔든?”  

“예, 저기 있잖아요. 이번 주말에 영식씨가 걸어 준댔어요. 근데 엄마, 어디에 거는 것이 좋을까요?”  

유정은 벽을 따라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손으로 벽을 짚어 보였다.

“그런데 유정아, 너희가 백만원씩이나 내고 그림 살 형편이 되는 거니?  이제 곧 아기도 낳을 텐데, 그렇게 여유가 있는 거야?”

“예, 걱정 마세요 엄마. 영식씨 벌이가 꽤 괜찮아요. 넉넉해요.”  

“그래도 내가 보기에 너 살림 너무 헤프게 하는구나. 젊은 애가 파출부까지 부르고, 그러면 안 되는데. 그리고 늬네 시댁 어른들 생활이 어려우시잖아?  거기도 좀 보태 드려야지.”  

“예, 시어머님한테 생활비 꼭 보내드려요 엄마. 난 그런 것 가지고 인색하지 않은 것 엄마가 다 아시면서.”  

“이서방 사무실이 아직 자리가 안 잡혔을 텐데 이상하다. 그 바닥에 발붙이고 일거리 물어 오려면 시간 투자를 좀 해야할텐데. 생각보다 이서방이 빨리 성장하는 것 같구나.”  

“예, 그이가 능력 있나 봐. 엄마 다행이지요? 우리 시집 어렵게 산다고 걱정하시더니, 이것 봐요, 아무 문제 없잖아요.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백만원짜리 그림도 살 능력이 있구요.  하하 하하하.”  

유정이 너스레를 떨며 한바탕 웃어댔다.


맞은편 아파트의 불켜진 창들 사이에 불규칙하게 듬성듬성 까만 창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마치 모자이크 작품 같다. 유정의 집에서 나온 지선은 경비실 앞에서 퇴근하는 영식과 마주쳤다.

“어머님 오셨어요?”

“응 자네 퇴근 일찍하네. 어서들어가 보게.”  

“그냥 가시려고요?  다시 들어가서 더 노시다 가세요.”  

“아냐, 벌써 한참 있었어. 참, 그런데 자네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구.”  

“예,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시지요.”  

“아니야 아냐, 이리와 여기 벤치에 잠깐 앉아 봐.”  


지선은 영식에게 회사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캐물었다. 영식은 미대 동창들 몇몇을 모아서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한다. 주로 대형 백화점에서 매장과 쇼윈도우 상품 디스플레이 일을 맡아서 하고, 방송국 드라마 셋트를 맡아 작업을 한다. 백화점은 상근 디스플레이어가 있지만 큰 작업은 외부 용역을 주는데 고정 이미지를 추구하는 업주는 한곳의 인테리어 사무실에 계속 의뢰하고,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업주는인테리어 사무실을 수시로 바꿔가며 일을 맡긴다. 지난 번에 일을 했다고 또 그 일을 맡는다는 보장이 없다. 방송국의 셋트장 일을 맡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럭저럭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이 안 놓이고 불안한가? 유정이가 철 없어서 너무 살림을 헤프게 하는 것만 같이 보여 내게는.”  

“아닙니다. 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언제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하게. 그리고 유정이에게도 형편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이겨 나가도록 어려운 사정을 알리고 함께 상의하면서 살아. 유정이 몸풀고 좀 쉬다가 함께 일해도 되고.”   

“사실은 장인 어른께서 많이 도움을 주십니다.”  

“그이가? 일거리를 소개라도 시켜주시는 건가? 자네 장인은 전혀 분야가 달라서 별 도움 줄 일이 없을 텐데.”  

“사무실 운영비를 좀 보태 주셨고요, 유정이 힘들지 않게 하라고 파출부 부르는 비용이랑 생활비 좀 보조해 주십니다. 제가 아직은 고정적인 일감을많이 맡지 못해서 벌이가 일정하지 않거든요. 시골 부모님들께서도 넉넉지 않으시고… 장인 어른께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파출부까지 부르고 그런 식으로 살도록 하나? 남편이 어려우면 당연히 아내도 함께 어려움을 겪는 게 부부 아닌가? 유정이가 바보천치야? 어린애야? 남편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저만 편하게 지내고, 절제할 줄도 모르고 그렇게 지내다가 나중에 자네 형편을 유정이가 알게 되면 그땐 어쩔 건가?  그애를 바보 만들참인가?”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진정하세요, 어머님.”  

“사랑은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게 아니라네 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나 자네는?  장인이나 사위나 똑 같구먼 똑같애.”  

영식의 앞에선 휭하니 차를 몰아 벗어났으나 아파트 밖으로 나온 지선은 계속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길가에 멈춰서 있다가 다시 운전을 해서 여기저기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트렁크에 든 아기용품은 그대로두고 그림 액자만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준호가 문을 열어줬다.

“뒤풀이는 우리 남자들도 좀 끼워 주지 그랬어? 이제 끝난 거요?”

“그건 뭐요? 당신 그림이 세 개였었나?”  

“당신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지선이 울먹이며 따지자 준호는 당황하며 지선의 손을 잡았다.

“왜 그래, 왜 그래 여보? 무슨 일로 이러는 거야?”  

지선은 대꾸도 없이 포장지의 한쪽이 쭉 찢겨 나간 그림을 준호 앞에 들이대고 포장지의 나머지 부분들을 마구 찢어댔다. <고양이>가 툭 튀어나왔다. 순간 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방으로 들어갔다. 준호가 지선을 따라 들어왔다. 지선은 겉옷을 벗고 거칠게 옷장문을 열었다.

“여보, 진정해 여보, 내가 잘못했어. 진정해.”  

준호가 지선을 껴안으려 들었다.

지선이 옷장의 옷들을 마구 꺼내어 준호에게 집어던졌다.

“자, 다 가져가 다 갖다버려 이거. 당신이 나에게 준 행복의 껍데기들 이런 껍데기로 내가 행복했었다고 믿어, 당신은?”

준호가 강제로 지선을 껴안았다.

지선이 완강히 거부하며 준호를 향해 마주 버티고 섰다.

“하! 하! 내 그림이 제일 훌륭해. 제일 비싼 값에 팔렸어. 하!”

“여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당신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유정이에겐 왜 그러는 거야? 왜 그 아이를 허수아비로 만들어요? 나 하나 허수아비 만드는 것으론 부족해요?  당신이 우리 모녀에게 행복을 배급해 주는 거야?”

“나를 사랑해서 거짓이라도 꾸며서 행복하게 해줘야 했어요? 딸을 사랑해서 유정이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손에 쥐어 줘야 했냐구? 당신이 그렇게 당신 멋대로 생각하는 행복을 우리들 손에 쥐어주면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유정이를 뱄을 때 당신이 겪은 고생을 유정이에게는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당신이 고생할 땐 내가 죽은 목숨인 척 눈감고 지날 수가 있었는데, 유정이가 고생하는 건 상상만 해도 그냥 눈감고 지나칠 수가 없었어. 처마 밑에 달아낸 한데 부엌에서 당신 등에 매달려 볼에 얼음이 박히면서 큰 유정이잖아. 이제라도 난 그애에게 보상해 주고 싶었어.”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이건아니야.”    


그 밤은 참 길고도 짧게 지나갔다. 그 밤은 참 느리고도 빠르게 지나갔다. 준호가 서재에서 꼼짝않고 앉아 밤을 밝히는 동안 지선은 이젤 앞에 앉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지선의 내부는 원인 모를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지선은 스스로의 어깨를 강하게 찍어 누르며 이젤 앞에 앉아 붓을 들었다.  여자의 실루엣을 그렸다. 뚜렷한 형체로 가까이에 선명하게 서 있는 여자가 그림 속에 들어섰다.  흐릿한 형체로 생각 없는 여자가 멀거니 저만큼 서 있다. 그보다 더 가까이에, 그보다 더 멀리 여자는 실루엣으로만 왔다갔다 방황을 한다. 그림의 가장 앞까지 와도 여자의 이목구비는 볼 수가 없다. 다만 색깔로만 다가오는 여자, 다만 크기로만 다가오는 여자가 그림 여기저기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잡을 물이 필요했다. 지선은 화폭에 물을 뿌렸다. 굵은 청색의 물방울들이 화폭 위에 뚝뚝 떨어졌다. 지선은 더 많은 물을 뿌렸다. 수직으로 세워둔그림 위로 수없이 많은 청색의 물방울들이 마치 분노한 피처럼 철철 흐르고 있었다. 채 마르지도 않은그림 위에 지선은 단숨에 이름을 써넣었다. 날이 밝고 준호가 출근을 하자 지선은 아는 여행사에 채근을 하여 비행기 표를 구하고 서둘러 집을 떠났다.


준호가 서재에 구겨 던져 버리고 나간 종이쪽지, 지난 밤 준호가 끄적거려 놓은 낙서를 지선은 발견하지 못한 채 집을 떠났다.  ‘내가 장학금을 놓친 대학 2학년 때 등록금을 김 선배가 내 줬지.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하신 것도 김 선배 덕이었고. 셋째가 사법고시 준비하는 동안 김 선배는 계속 하숙비를 대 주었었어. 김 선배가 당신의 그런 심부름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았소. 우린 왜 이렇게 말을 절제하며 살아 왔을까. 당신을 만나는 처음 그 순간부터 빗장을 걸어 잠근 내가 시작을 잘못한 게요. 그러는 게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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