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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Sep 30. 2020

제사는 우상에게 절하는 것인가?

문화와 종교 사이에서


제사는 우상에게 절하는 것인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나라의 제사에 관한 이야기를 개인 의견대로 술술 쉽게 피력하기는 어렵다. 좀 주저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집안의 제사는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니 제사를 피해 다니며 해를 넘길 수도 없다.
하나님의 진정한 뜻은 분명 하나일텐데 우리들의 해석은 여러 가지로 이게 옳다 그르다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개인의 의견이 자기 편리한 대로의 해석일 수 있고, 교회의 가르침이 외곬으로 편협할 수도 있다.

나 개인이 제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신앙생활이 실제로 잘못되었음이 증명되거나, 잘못된 것으로 매도되거나, 그 결과에 상관없이 나는 변함없이 하나님을 믿고 있다. 지금 믿고 있는 하나님 만이 나의 유일한 하나님이며, 내 인생을 그 분이 주관하심을 믿는다. 내 몸이 무릎 꿇고 허리 굽히며 머리 숙여서 절하는 내 조상을 단 한번도 <하나님 외의 다른 神>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돌아가신 조상님들에게 좋은 음식상을 차려놓고 절을 함으로써 그 분들의 혼이 내게 복을 주고 내 자식들의 앞길을 탄탄대로로 닦아주신다고 꿈에서나마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분들을 공경하는 마음이 생전이나 사후나 다름없을 뿐이다. 그리고 그 분들의 생전의 가르침이 내 앞길의 등대가 될 뿐이지, 죽은 혼이 내려와 불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데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 형제 중에도 제사 지내는 것이 우상에게 절을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제사에 참여도 잘 하지 않을뿐더러 참여해도 절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 사람의 신앙인데 내가 왈가왈부할 순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신앙을 앞세워 제사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일상의 모든 일들을 하나님이 하라는 대로 절대복종하며 살고 있는지? 하나님이 하라는 대로 하지 못하며, 하지 말라는 데도 거역하며 사는 생활인데 왜 유독 제사 이야기에선 하나님 이름이 우선 앞서는지? 다른 일들을 하나님 뜻대로 살지 못하니 제사 지내는 것 하나만이라도 하나님 뜻대로 하는 거라고 답할 수도 있을것이다.........


나는외국으로 나가기 전에 시아버님 제사를 지냈었다.
시어머님은 기독교인이 아니시고, 제사를 잘 모시기를 바라신다. 형제들이 다 모여 화기애애하게 옛 이야기를 나누면 주름 가득한 어머님은 갑자기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로 되돌아가 즐거워하신다. 신혼시절의 아버님 모습을 회상하기도 하신다. 우리가 아버님 제사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시며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우리가 어머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금이나 나중이나 변함없을 거라는 짐작으로 든든해하신다. 아버님 제사에 소홀한 것같이 느끼시면 마치 어머님 자신이 자식들에게 홀대 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서운해하신다.

나는 돌아가신 시아버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살아계신 시어머님을 위해서 제사를 드렸다. 좋아하시니까.
내 자식들에게도 형제들간에 우애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자신들이 가족 나무의 한 열매로서 탐스럽게 열매 맺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습을, 관혼상제의 예를 익히는 것은 우리 문화에 뿌리를 둔 자식들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제사는, 신을 믿고 섬기는 종교생활이 아니라 내가 속한 나라의 문화양식이며,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남아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다.

만약에 기독교가 서양이 아닌 중동이나 동양 어느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직접 전파되었다면 우리는 그 전파된 나라의 문화양식을 좇아서 종교생활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서양에 기독교를 전파시켰다면 지금쯤 서양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 한국식의 절을 해야 한다커니 아니라커니 하면서 논쟁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 문화에 따라 표현방식이 다르니까 말이다. 더구나 선교는 문화를 파괴하는 침략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해 전에 시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세례를 받으셨는데, 어머니의 신앙심을 어찌 설명해야할지 난감합니다.

정신 맑고 또렷하실 때 이런 유언을 하셨었지요.

내가 죽으면 절하고 싶은 사람은 절하고, 기도하고 싶은 사람은 기도해라. 초상치르면서 형제간에 종교문제로 다투는 집 많이 봐왔다. 너희들도 성당다니는 사람, 교회 다니는 사람, 절에 다니는 사람 다 있으니 서로 이러자저러자 언성 높이지 말아라. 아들중에 목사도 있고 장로도 있으니 나 죽으면 기독교식으로 간편하게 장례치르고 앞으로 제사는 지내지 말아라.

이렇게 확실한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 시어머님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8남매의 어머니, 8남매가 당신으로 하여 의견분분히 불편한 상황 만들까봐 이미 다 교통정리를 확실히 해두고 가셨습니다.

시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는 궤연을 차리고 상식을 올리셨습니다. 삭망제사를 드리고 삼년상을 치렀지요.

생전에는 고인들께 지내는 제사에 정성을 다하셨고, 당신 사후엔 제사 폐하라고 유언하셨습니다.

8남매중 불교 2명, 기독교 4명, 천주교1명, 무교 1명입니다.

기일에는 산소에 형제자매들이 다 모여서 기도하고 절하고 그렇게 어머님을 회상하며 동기간의 우애를 나누며 하루를 보냅니다. 명절에는 어머님이 안계시니 형제들이 다 모이지 않고, 각자 자신의 직계자녀들과 함께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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