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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an 12. 2021

립스틱 색깔 바꾸기


립스틱 색깔 바꾸기


바르던 립스틱이 다 닳아갈 무렵엔 이런 다짐을 한다. 이번엔 좀 다른 색깔로 사야지.
숍에 가서 먼저 것과는 다른 색깔부터 이것저것 손등에 발라본다. 그리고 값을 치르기 위해 계산대에 가지고 가는 것은 먼저 것과 똑같거나 비슷한 색깔이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이다.
어쩌다가 과감히 전혀 다른 색깔을 사보긴 한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잘 사용하지 않아 몇년 씩 화장품 바구니에 묵고 있다. 나중엔 쓰레기로 버린다.

옷도 마찬가지.
새 옷을 살 때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색깔, 새로운 디자인을 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사가지고 오는 것은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색깔,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다. 변화를 추구하지만 결과는......
옷이란 아래 위, 겉과 속의 것을 어울리게 입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여러개를 새로 사지 못하고 집에 있는 옷들과 잘 어울려 입을 수 있는 것을 고르다보면 결국은 비슷비슷한 것을 집어들게 된다.

변덕이 갑자기 커진 날, 어쩌다가 그 동안의 것과 전혀 다른 색깔과 모양의 옷을 사기도하지만, 결국은 장롱지기로 지키고 있게되고 눈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버려야겠다는 생각 바로 뒤를 이어서 옷값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냥 한 계절동안 더 장롱지기를 하다가 버리게된다. 같은 실수를 거듭하는 나는 바보다.

먹고 남은 음식을 곧바로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에 며칠 묵힌 다음에 버리는 습관도 고쳐야하는데, 먹을 수 있을 때 버리는 것과 먹을 수 없을 때 버리는 것의 양심의 가책이 달라서 늘 반복되는 일이다.


변한다는 것, 바뀐다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일이다!

같은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수없이 많이 다짐하고 약속하고 결심하지만, 지금까지 지내오던 생활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개인이나 사회나 변화는 참 어려운 일이다.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에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희망이고 축복이지만, 현실이 고통인 사람에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절망이고 저주이다. 변화를 기대하고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사회는 참 야속하게도 그 변화가 더디다.


나는 현실이 유지되기를 원하는가, 바뀌기를 원하는가? 변화를 원한다. 새로와지기를 원한다. 이 사회에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다. 새로와지기를.

현실이 평온한 안식처일지라도, 새로운 세계가 가시밭길일지라도, 나는 벗어나기를 원하다. 새로운 길을 걷기를 원한다. 삶의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그 수치는 미지수이지만 유한한 것인데, 좀더 다채로운 색깔을 누리다 가면 좋다는 생각이다. 측근 누군가가 핀잔한다. "팔자좋은 소리하고 있네."


살아온 날들보다는 살아갈 날들이 확실하게 적은 이 시점에도 나는 변화를 추구한다. 립스틱 색깔도 바꾸고, 패션 스타일도 바꾸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박힌 굳은 살을 빼내고, 시야를 넓혀 타인을 바라보고......

그런데 왜 이렇게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많지? 지켜야 할 것들이 왜 이렇게 많지? 익숙한 것들에 대한 편안함이 왜 이렇게 달콤하지?

변한다는 것,

바뀐다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일이다!


그래도 해가 바뀐 것을 계기로 한 번 시도해본다. 우선 립스틱 색깔부터.




뱀의 발 ; 사실은 립스틱 색깔 바꾸는 것이 조금은 비겁한 결정이었다. 왜 비겁해?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는 현실이 나의 어색함을 가려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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