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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Feb 19. 2021

나의 브런치 생활


브런치 초기에 작가신청을 했고 작가가 되었었다. 그러나 활동은 하지 않았다. 로그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SNS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야하는데 나는 아무 싸이트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남들  하는 카카오톡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렇다고 내가  신비주의자는 아니다. 어디에도 매이고싶지 않았을 뿐이다. 누군가와 소통을 하려면 주거니받거니 들어가는 열정과 시간이 게으른 나를 망설이게  것이다. 일단 매이면 그것에 성실히 임해야된다는 성격 탓이다.

친구들이나 자식들은 내가 카톡을 하지 않아서 별도의 메세지를 보내는 수고를 했다. 그들에게 조금은 미안하다. 나를 따돌리지 않고 메세지를 따로 보내준 일에 감사하고 고맙다.


지난 해(2020년) 코로나 때문에 현장 참여하던 일을 못하게 되었고, 단톡방을 개설하여 소통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난감했다. 관리자는 나를 위하여 별도의 메세지를 보내줬지만 계속 그에게 수고를 끼칠 수는 없어서 뒤늦게 카톡 가입을 했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모바일 전화기에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투넘버 서비스를 사용한 것이다. 무슨 큰 비지니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공과 사를 구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전시회를 할 때 명함에 넣는 전화번호, 북아트 강사를 할 때 연락처로 등록된 전화번호, 이런 활동을 위한 전화번호와 개인적인 친구와 가족 지인들과 소통하는 번호를 따로 구별하여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해왔다. 그 두번째 번호로 카톡 가입을 하고 브런치 로그인을 시작한 것이다.

친구, 지인, 가족들은 내가 카톡 가입한 것도 모른채 계속 메시지로 연락하고 있는 상태이다. 브런치 작가인 것은 나의 직계 가족 빼놓고는 아무도 모른다.


카톡에 가입하니 갑자기 브런치 생각이 났다. 다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곧바로 작가가 되었다. 2020년 5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162개의 글을 발행했다. 이미 써두었던 묵은 글들이 많이 있어서 발행이 많아졌다.

나의 글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이제  따뜻해진  같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아직도 미지근한 편에 가깝다.  글이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것은 스스로 인정한다. 육아, 교육, 직장  내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만큼 방문객은 많지 않다.  또래의 같은 연령대 브런치 작가들이 얼마나 되는지   없지만, 내가 쓰는 일상의 글들이 다른 연령대에겐 전혀 관심도 매력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SNS 라인을 타고 따라온 팔로워라고는   명도 없다.

그러나 구독자의 숫자나 반응은 내 감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애초에 브런치를 시작한 목적은 늙으막한 인생의 고갯길에서 내 인생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함이었다. 누가 읽든지 안 읽든지 상관없이 내 생각을 정리하는 장으로서 브런치 플랫폼을 이용했다. 브런치 글 발행은 나의 게으름을 일깨워주었다. 혼자 잡기장에나 끄적거리고 끝낼 토막 글들을 한 편의 글로 완성시키도록 도와주었다.


다른 작가들의 많은 구독자들과 좋아요 댓글 반응에 놀라기도 하면서 "나는 뭔가"하는 생각도 잠깐씩 들기는 하였다. "내 글이 형편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 생각은 순간 사라지고 나는 여전히 다른 외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브런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구독자 수도 적고, 좋아요와 댓글 수도 적지만 조회수는 내 예상을 넘어서기 때문에 '누군가 읽기는 하나보다'라고 생각한다. 따지자면 "읽는다"에도 페이지를 열어봤거나, 읽다 말았거나, 끝까지 다 읽었거나, 여러 해석이 있지만, 조회수 대로 읽는 것으로 간주하면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제법 된다. 그 조회수는 일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남들이 읽을 수 있는 글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채찍질도 된다.


봄을 기다리며, 봄은 이미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다.


2021년 2월19일 시점으로 나는 32명의 관심 작가를 구독하고 있으며, 내 글의 구독자는 103명이다. 통계에 나타난 전체 방문자는 109,260명이다. 일일 평균 조회수는 약 420명 정도이다. 물론 어떤 날은 100명 이하일 때도 있지만 전체 방문자를 작가된 이후 경과된 날짜로 나누면 그렇다는 것이다.

구독자는 103명 이지만, 나의 구독자들이 내가 글을 올리는 족족 다 찾아와서 읽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3 개의 브런치 북을 만들었고, 현재 매거진 4 작품에 글을 쓰고 있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잊혀지지 않을만큼의 간격을 두고 글을 발행한다. '좋아요'를 누른 작가들의 브런치를 방문하여 그들의 글을 읽는다. 댓글 단 작가에게 답을 하고 역시 그들의 글도 읽는다. 내가 구독자로 정하지 않았어도 나의 구독자들 브런치를 자주 방문하여 그들의 글을 읽는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은 주로 '브런치 나우'에서 읽는다. 이곳에서 읽어야 여러 분야의 글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그래봤자 이것도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어떤 작가가 정성스럽게 발행한 글을 '브런치 나우'에서 찾아 읽는 것은 신선한 맛이 있다. 이것이 나의 브런치 생활이다.


순조롭게 잘 나가던 나의 브런치 생활에 과부하가 걸렸다.

구독자가 100명을 넘기면서 좀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 것이다. 굳이 <던바의 숫자>를 끌어다 붙이지 않더라도 내가 부담갖지 않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한계는 100명 남짓이다. 고릴라의 던바의 수가 50이라니 나는 고릴라보다 머리가 곱절이나 좋은 사람이다. 나의 구독자들 브런치를 방문하는 것은 나에겐 마치 의무처럼 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 무언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행이라면, 나의 구독자들이나 내가 구독하는 작가들이나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지 않으니 아직까지는 그들의 브런치를 찾아가서 글을 읽는 것에 큰 무리는 없다. 내가 읽는 스타일은 우선 최신 글을 읽고, 묵은 글들은 제목에 따라서 몇 개 더 열어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좋아요'를 누를 것인가, '댓글'을 달 것인가를 망설인다. 날짜를 보면 이미 일년이 넘은 글들도 있는데 새삼 반응하기는 좀 쑥스럽기 때문이다. 작가는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무슨 불편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늘 책을 손에 들고 읽듯이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그렇게 읽는 것으로 족할 뿐, 꼭 내가 이 글을 읽었다는 표를 남길 이유는 없다고 본다.


브런치 생활이 어떠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 작가들 모두 각자의 방법대로 브런치를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브런치 활동에서 내가 구독자들의 브런치를 방문하여 글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카톡 친구도 아닌, 지인도 가족도 아닌, 어떠한 SNS의 팔로워들도 아닌, 오직 브런치에서 알게된 순수한 나의 구독자들에게 나로서는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찾아와서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그 독자들 한분한분이 나의 지인그룹의 새로운 구성요소가 되었으니 그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글로만 소통하는 것이지만...


글은 계속 쓰고 발행할 것이다. '브런치 나우'에서 새로운 글들을 계속 찾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구독하지 않은 브런치라 할지라도 나의 구독자 분들 브런치는 계속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그 분들의 글을 살펴볼 것이다. 매일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너무 뜸하지는 않게 나의 브런치 생활은 이어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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