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주말 아침. 편안한 고요를 깨고 재난안전문자가 비명을 지른다. "타지역 외출을 삼가라"는 메세지다. 봄비를 좀 맞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제지하는 문자였다. 들어앉아 책을 읽는다.
<BTS 오디세이>.
브런치 지인의 첫 책을 어제 배달받았다. 단숨에 읽은 것은 결코 책이 가벼워서는 아니다. 꽤나 깊은 생각을 해야하는 어려운 대목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지만, 저자의 열정이 훅 뜨거운 김을 뿜어내어 한번에 완독할 수 있었다.
독후감을 쓰겠다는 댓글을 남겨뒀던 것이 부담이다. 약속이니 써야겠지. 나는 원래 '서평'이란 말을 거의 안쓴다. 그냥 '리뷰review'라고 한다. 사실은 리뷰에도 논평이 포함되지만, 논평은 내게 버거운 일이라 '리뷰'의 아주 단순한 해석 '다시보기' 정도로 글을 쓰곤한다. 책 속 문장들을 끌어내어 나열하며 약간의 생각을 곁들이는 정도로 리뷰를 써왔다.
지금 나는 무척 망설이고 있다. 독후감을 써? 서평을 써? 어쨌든 글의 성격을 확실히 하지 못한 채 시작한다.
<BTS오디세이>를 설명하는 글은 "김송연 고통과 치유의 이야기"이다.
부드럽게 피어오른 설화 속의 꽃 스메랄도를 한 손에 잡고 위로 오르는 사람이 표지를 장식한다. 무척 인상적인 그림이다. 스메랄도에 매달려 대기속을 비행하는 것일까, 스메랄도의 뿌리가 된 사람일까, 책을 읽어봐야 알 것같다.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라빛이 곱다.
저자 김송연은 1976년 은하수가 뜬 봄밤에 태어났다고 한다.
"가슴 뛰지 않던 제도교육과 돈벌이에 묻힌 청춘을 지나며 시를 쓴" 저자는 프랑스 남자와 국제결혼으로 삶의 터전을 프랑스로 옮겼다. "이국살이의 고독 속에서 불교 철학을 공부하며 융을 만나 마음의 우주를 탐험한다."
저자는 그 탐험중에 BTS를 만나고 열렬한 한 사람의 아미(BTS팬), 아미집단 속의 한 아미가 되어 이 글을 썼다.
프랑스의 굳은 전통문화속에 파묻혀 그대로 굳어버린 시집과, 문화 우월주의에 빠진 프랑스인들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저자의 고난, 고치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저자가 나비가 되어 날 수 있게된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분석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원형',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 그 둘의 개념을 구현한 BTS, 이들 셋과 하나가 된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굵고 짙은 가로 획을 그으며 연결된 글이다.
나는 책을 조금 읽자마자 '원형' '연금술'에 더해 '현상'이라는 개념을 추가하게 됐다. 저자의 글 중에 많이 등장하는 어휘가 바로 '현상'이다. 현상, BTS 현상. 계속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어휘를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가 서운했다. 어떤 곳에서는 현상(現狀/present, current, state, situation)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현상(現象/ phenomenon)의 뜻으로 쓰였다.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저자는 알고있는가, 자신이 얼마나 많이 '현상'이란 단어를 불러냈는지.
"BTS현상은 말 그대로 취향이 아닌 현상이다."25쪽. "BTS의 현재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고 현상이다."28쪽. (pp,23, 25, 28, 39, 52, 89, 95, 106, 110,111, 141, 148, 177, 178 ... ...) 이쯤되면 당연히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을 새삼 소환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는 융을 만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대극의 통합"이 그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신의 나침반의 극점에 서있는 사고와 감정과 감각과 직관이 통합되어야 자신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융을 통하여. 그리곤 옛 꿈을 상기하며 그 꿈을 설명했고, 책의 말미에 꿈 이야기는 현실과 조우한다.
융과의 만남은 또 하나의 귀한 만남, 저자의 '원형'과 '신성'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BTS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BTS를 '아이돌'이나 '예술가'라 칭하지 않는다. 그 범주에 가둘 수 없는, 그 범주를 벗어난 '신성' 그 자체라고 한다. 바흐를 좋아하는 저자, K-팝이나 대중음악에 별 관심이 없었던 저자의 눈에 BTS가 띈 것은 융을 통하여 저자의 눈이 순해졌기 때문이다. BTS는 "순한 눈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보석"42쪽 인 것이다.
독자로서 나는 생각한다.
저자 김송연의 마음 속에 생의 불씨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불씨가 없다면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점화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의 '원형'을 비밀리에 지켜왔고, 소중한 불씨를 잘 파묻어두었었기 때문에 순한 눈을 회복하게 되었고, 빛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BTS의 상징색은 보라색이다. 저자는 이 보라색을 "따뜻한 보라색"이라고 한다. 물론 나도 '그 보라색'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생각은 저자와 달랐다. 따뜻한 색으로 분류하지 않고 파란색처럼 찬 색깔로 정의하고 있었다. 때문에 책의 짙푸른 파란(보라색이지만)색을 보고는 약간 걱정도 했다. 아, 이 사람, 아직도 블루 피리어드(Blue Period)를 벗어나지 못했나? 이런 기우였다. 막상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니 그런 내 생각은 정말 기우였을 뿐이다. 저자는 이미 핑크 피리어드(Pink Period)에 편안히 안착했는데 말이다.
저자는 BTS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영혼의 지도를 가져왔다고 적었다. 영혼의 지도는 국내에서도 번역출판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융의 영혼의 지도> 머리 스타인, 문예출판사, 2015. 또한 BTS의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다. <Map of the soul : Persona>. 저자에게 '영혼의 지도'는 속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거듭 '영혼의 지도'가 언급된다. (pp63, 73, 78, 89, 154, 155......)
책장을 넘기며 읽은 쪽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데 어찌나 BTS 예찬을 하는지 슬쩍 심술이 날 지경이었다. “BTS 안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으로 치지도 않겠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자에게, 아미들에게 BTS는 종교다.
2020년 1월초 런던에서 BTS국제 회의가 있었다. ~~~ 어느 신학대학교 교수의 발제문 제목은 ~"내가 BTS교로 개종한 이유".77쪽
이 기사를 뒷받침하는 국제뉴스를 살펴본다.
2020년 1월 4-5일, 런던에서 열린 <BTS: A Global Interdisciplinary Conference Project>에서는 BTS를 종교적 개념으로 발제한 타이틀이 눈에 띠었다. The Religion of BTS- Rev Rita Powell, Practicing K-pop: A New Religion called BTS and ARMY- Sun Yong Lee.
맞다. BTS는 종교다. 새로운 종교다.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의 간증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다.99쪽.
저자는 '간증'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간증이란 종교적 체험을 고백하는 일이다. BTS팬들이 그 간증을 한 것이다. BTS가 종교이고 경전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pp.106, 141)
종교적 기쁨은 '신명'으로 나타나고, BTS는 신명을 불러일으킨다. 스스로의 어두운 감옥에 갇혀있던 저자는 융을 만나고, BTS를 만나 신명을 얻고 우울의 감옥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리고 신바람나게 붓을 휘둘러 신명에 대한 긴 설명을 기록했다.
신명이란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상태다. ~~ 원형이라 부르는 인류의 오랜 집단 무의식과의 접속을 일컫는다. ~~~ 일곱 소년들의 선한 의지와 신명을 만났기에, 강력한 치유라는 신바람 태풍이 분 것이다.107, 108쪽
융이 말한 자기실현이란 나를 회복하는 것, 신명을 만나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114쪽
신명 자체가 공동체의 번영과 구성원 간의 상생을 위한 것이었기에 그 많은 역사적 아픔에도 우리는 함께 노래했고 춤추며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119-120쪽
책의 중반쯤에 이르러 저자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 이야기를 꺼낸다. 코엘료가 BTS의 팬임을 그의 트윗을 통해 밝혔었다는 기록도 빠뜨리지 않았다. ‘연금술'과 BTS, BTS 자체가 바로 연금술사임을 서술한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단 하나의 진정한 임무지. <연금술사>의 주제인 이 문장은, 융이 말한 개성화 과정과 완벽히 일치한다. BTS가 하고 있는 것이다. 131쪽.
몰론 저자는 '자아의 신화'를 놓치지 않는다. 이미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는 '현자의 돌'을 끄집어내어 자유롭게 하고 억눌린 의식을 해방시키는 것, 그 연금술, '개성화 과정에 이르는 작업'으로 작가는 자아의 신화를 이룬다. 연금술사 BTS를 통하여 그 자신도 연금술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뻗는다.
각자가 '자아의 신화'를 살지 못하고 고유성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142쪽
자아를 찾은 작가는 BTS의 <등골 브레이커>를 그늘없이 마냥 즐긴다. 이미 치유되고 빛나는 작가를 만나는 건 독자로서 감동적인 일이다. 경직되고 긴장되어있던 가슴이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위로를 받고 웃음을 되찾고 때로는 삶의 변용을 경험한다. 147쪽
여기에 '변용'이란 말이 나온다. 바뀐다는 뜻의 '변용(變容)'이지만 나에겐 '변용(抃踊)’으로 읽힌다. 기뻐서 손뼉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의미로. 어둠에서 해방된 작가, 원형을 찾은 작가가 변용(抃踊)하는 모습을 보고있다. 그의 춤사위에 얼쑤! 추임새를 더한다.
뒤에 다시 등장하는 변용은 변용(變容)으로 사용된 글이다.
원형적 존재와의 만남이라는 외부적 사건과 함께, 자기변용이라는 정신적 결과가 집단으로 일어난 현상, 이것이 BTS 현상이고 융이 말한 동시성이다. 179쪽
마음을 다해 외치면, 반드시 다른 별에 가 닿고, 그 별을 움직이고, 그 별을 바꿉니다. 269쪽 여기서 '바꿉니다'는 변용(變容)과 변용(抃踊), 두 가지 의미가 될 것이다. 바뀌면 기뻐할테니까.
고치를 터뜨리고 나온 작가는 자신이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고치'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등장하는 '알'이야기가 연상된다. 그 유명한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말이 생각남은 단순한 연상작용은 아니다.
헤르만 헤세가 분석심리학에 의해서 가장 먼저 발표한 작품이 바로 <데미안>이다. 개성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본조건은 의식과 무의식의 대극 문제, 개성화, 그림자 작업이다. 헤세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완전히 이해했고 그의 작품으로 구현했다.
저자는 자신이 갇혀있던 곳을 '고치'라 하였고, BTS의 <Black Swan>을 이야기할 때는 '알'이라 했다.
알을 깨고 나올 준비를 하는 백조의 모든 아픔과 슬픔이 담긴 처연함. 166쪽.
<BTS오디세이>는 쓰윽 훑어볼 수 있는 간단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책의 부제처럼 "고통과 치유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융의 이론들에 대한 기술을 간략하게 드러내기만 하였다. 그 깊이있는 이론들의 표면만 맛보는 것이 안타깝다.
BTS는 마치 비틀즈(B.T.S)의 약자처럼 보인다.178쪽
저자는 여기서 융의 '동시성' 이론을 발견한다. BTS와 B.T.S로부터 출발한 저자의 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동시성' '자연의 비인과적 질서' '양자역학' '관찰자 효과'.
융은 무의식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유는 동시 현상의 비예측성에 나타난다." (the freedom appears in the non-predictability of synchronistic phenomena. Carl Jung, Letters Vol. II, Page 447.)
꿈, 환상, 예감같은 내부적 정신이 현실(외부적)로 나타난 그것을 동시현상이라고 한다. 같은 생각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을 무의식에서의 원형적 과정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공동 연구자,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존 아치볼드 휠러는 우주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우주의 진화에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참여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저자는 전세계에 흩어져 았는 BTS 아미들을 통하여, BTS에게서 치유받은 자들을 통하여 증명하는 것 같다.
원형적 존재와의 만남이라는 외부적 사건과 함께, 자기 변용이라는 정신적 결과가 집단으로 일어난 현상.이것이 BTS현상이고 융이 말한 동시성이다. BTS현상은 이렇듯 동시성이라는 커다란 원형으로 묶여있다. 179-180쪽. 이 문장은 이론들의 집약적인 글이다.
책을 읽다보면 밑줄을 긋고싶은 문장이 나온다. <BTS오디세이>의 저자는 참 친절하다. 저자 스스로 밑줄을 그어 독자에게 제공한다. 밑줄이 아닌 BTS 상징색의 굵은 글자체로. 밑줄을 그으려고 보면 모두 굵은 글자로 되어있다. 리뷰를 쓰는 나역시도 책의 인용구들은 짙은 보라색의 굵은 글씨를 사용한다. 이런 것도 BTS팬의 동시성이라 할 수 있을가?
저자가 돌출시킨 글자들을 따라가보자.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존재 그대로의 힘이다. 189쪽
저자는 융의 이론들을 꿰뚫고 있다. 겉핥기로 융을 맛본 나로서는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 덕분에 카를구스타프 융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융은 말했다. "자연, 정신 그리고 생명은 신성이 펼쳐진 것처럼 나에게 나타난다. ~~~ 나에게 존재의 최고의 의미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로만 구성될 수 있다.( Nature, the psyche, and life appear to me like divinity unfolded ~~~ To me the supreme meaning of Being can consist only in the fact that it is, not that it is not or is no longer. Carl Jung <Memories Dreams and Reflections> page 276.)
계속 저자가 강조한 문장들을 따라간다.
어떠한 외부의 것도 나를 본질적으로 자유롭게 해줄 수 없었다. 242쪽.
내가 찾은 답은 어디 다른 곳이 아닌 내 안에 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를 알기 위해. 244쪽.
내 고통의 씨앗, 그것은 다른 어떤 곳이 아닌 바로 내 마음 안에 있었다.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곳에. 251쪽.
책의 후반부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 저자의 지혜와, 이미 상처가 치유된 저자의 파리 일상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책을 통해 쏟아낸 자전적 고백이 더이상 아프지 않다. 제자리를 찾아 앉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은하수가 흐르는 봄 밤에 태어난 저자는 별이 되고싶어했고, 별이 되었고, 가슴에 별을 품었고, 2021년 봄에 자기를 꼭 닮은 별 <BTS오디세이>를 세상에 내놓았다. 긴 여정이었다. 험로였다. 그러나 결론이 이미 나있는 일이었다. 그림자를 쫓아내고 가면을 벗겨줄 융을 친구삼아, 묻어두었던 현자의 돌을 찾아줄 코엘료와 손을 잡고, BTS가 선물해준 영혼의 지도를 따라 걸었으니 이미 정해진 결론 아니었는가!
하나의 별자리로 완성된 일곱개의 별, 하늘에 빛으로 배열된 별들을 바라보며 딸과 함께 신명나는 춤을 추는 저자를 그려본다. 이제 BTS가 없어도 숨쉴 수 있고, 새로운 무언가에 퍼부을 수 있는 에너지가 솟구치는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보기만해도 사랑 사랑 사랑이 넘쳐흐를 것 같은 핑크빛 커버, 저자의 핑크 피리어드(Pink Period) 보고서를 기대한다.
끝까지 마음에 남아있는 말.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였다. 나만의 우주를 발견하는 것. 나만의 신화를 찾아가는 것. 254쪽.
나를 비롯한 이 책의 모든 독자들이 자신의 우주, 자신의 신화를 찾기를 바란다.
덧붙이고 싶은 말.
저자는 방송인 Drew Garabo의 말을 통해 BTS현상을 이해했다고 썼다. 메시지, 가사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BTS 노래들에 담긴 엄청난 메시지의 힘이었다. 노래 가사를 알지 못한 채로 들을 때는 와 닿지 않았던 감동이 그를 흔든 것이었다. 87쪽.
왜냐하면 그들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요. 90쪽
메시지와 노랫말에 감동했고 거기서 힘을 얻었다고. 나 역시 그랬다. 91쪽
BTS의 랩에는 분노와 증로, 조롱이 아닌 성찰과 반성, 사유와 사랑이 담겨 있다. 자신과 삶과 세상을 사유하는 자의 힘. BTS의 깊고 아름다운 메시지의 힘은 거기서 나온다. 92쪽
어느 노래든지 가사의 힘은 크다. BTS 노래의 가사들도 우리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힘이 대단하다. 그러나 BTS는 세계적 공용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로도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가 외면받지 않았다. 전세계 모든 언어권의 사람들이 한국어 노래를 부르는 BTS에게 열광했다. 한 마음, 같은 모습으로 열광한다. 이건 어떤 해석이 필요할까?
BTS, 그 존재 자체에 열광하는 것이다. 해석과 이해보다 앞서는 몸의 느낌, 이것이 BTS현상이다. 메를로 퐁티가 말했던가. 몸의 현상학을.
나에게도 긴 인생여정 중에 어둠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융을 만났다. 만다라를 그렸다. 만다라에는 전체성과 복합성이 있다. 페르소나, 그림자, 애니마, 애니무스, 문화 복합체, 정체성을 알게되면 자아감은 동시에 확장되고 집중된다. 만다라를 그리는 것은 집중이다. 자아를 찾고 끝내는 무아를 알게되는 과정이다.
어둠이 밝은 빛으로, 꽃으로 피어나는 그 과정은 분명 치유의 시간이었다.
만다라는 원래 모래로 그린다지만 나는 밝고 고운 색깔로 종이 위에 채색했다. 아래 사진은 만다라 그림과 융의 이론을 공부하며 만든 북아트 작품이다. <BTS 오디세이>의 저자 김송연이 융을 만나고 BTS를 만났다면, 나는 융을 만나고 만다라(그림)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