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1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File:Berthe Morisot - The Cradle - Google Art Project.jpg - Wikimedia Commons
Berthe Morisot <The Cradle요람> 1872, oil on canvas, 56X46Cm, Musee d'Orsay, Paris.
도슨트 설명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입니다. 여러분 요람에 대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어때요? 따뜻하고 편안했나요? 우리중에 누구도 요람을 직접 체험한 느낌을 기억할 순 없습니다. 요람이라면 관념적인 느낌이 있을 뿐이죠. 따뜻하다, 평화롭다, 안전하다, 이런 생각들이죠.
그림엔 한 여성이 요람에 누운 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작가 베르트 모리조의 여동생인 에드마(Edma)와 그의 딸 블랑슈(Blanche)입니다. 엄마의 표정을 관찰해볼까요? 부드럽고 고요한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요람’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평화로운 느낌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기를 바라보는 표정이 그저 흐뭇하기만 한 것은 아니죠? 잔잔한 미소가 없습니다. 약간의 피로도 보입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된 불안감도 보이는 듯 합니다. 에드마는 모리조와 함께 화가수업을 받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여성이었습니다. 결혼과 함께 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아기 엄마가 됐어요. 자신과 아기를 그리는 베르트 앞에서 에드마는 아기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 당시엔 있지도 않았던 말이지만 “경단녀”의 씁쓸함을 느낀 건 아닐까요?
그림의 구성을 보면 삼각형을 두 개 볼 수 있는데요, 삼각형은 르네상스시대부터도 자주 사용하던 구성입니다. 에드마의 몸통, 그리고 요람의 베일이 삼각형 구도입니다. 엄마도 아기도 같은 삼각형 구도로 모녀의 유대감을 느끼게 되죠. 삼각형은 안전한 도형이구요, 요람이 아기를 보호하는 안전한 곳인 것처럼 말이죠. 색의 조화도 참 좋은데요, 엄마의 검은 드레스와 흰빛을 뿜어내는 요람의 베일 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에 한계가 있었던 그 시절엔 이렇게 모성을 나타내는 주제의 그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