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2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Vincent van Gogh: The Paintings (First Steps) (vggallery.com)
Vincent van Gogh <the First Steps after Millet> 1890. 1월 Saint Rémy. oil on canvas, 72.4X91.2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도슨트 설명
빈센트 반 고흐의 <첫 걸음>입니다. 이 그림은 고흐 자신이 선택한 모티브는 아니에요. 평소에 사모하던 밀레의 그림을 모사한 것입니다. 고흐는 생 레미에 있는 동안 80여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중에 밀레 그림을 모사한 것이 21점이나 됩니다.
동생 테오가 밀레 그림의 사진을 보내주면 고흐는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어요. 이 그림은 흑백사진을 제곱하여 캔버스에 옮기고 즉흥적으로 색을 칠했습니다. 흑백사진을 받았으므로 고흐는 자유롭게 원하는 자신만의 색을 칠할 수 있었지요. 밀레의 그림과 달리 고흐는 하늘을 드러냈고, 나무는 고흐 특유의 붓터치(구부러진 스트로크)로 그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쉼표를 마구 찍어놓은 것 같죠?
격자를 그려 확대한 사본은 현재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있어요. 그때 테오가 보낸 사진의 밀레 그림은 미국 로렌 로저스 미술관에 있고요.
보고 그렸지만 사진처럼 똑같이 그려낸 모사는 아니에요. 고흐의 붓터치, 고흐의 색깔, 고흐 자신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난 또 하나의 창작품이죠. 고전음악이 수없이 많은 지휘자와 연주자들에 의해 거듭거듭 다른 감정으로 새롭게 연주되듯이 말이에요.
밀레의 암갈색 어두운 색채는 찾아볼 수 없이 고흐가 즐겨 사용한 푸른 색으로 그렸습니다. 색상과 붓터치는 고흐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큰 작용을 하지요. 고흐의 색상은 두껍고 채도가 높지만 캔버스 위에서는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고흐의 적극적인 후원자, 마치 분신과도 같은 동생 테오와 아내 요한나는 첫 아기를 낳고 이름을 빈센트라고 지었는데, 그 아기가 태어나던 해에 그린 그림입니다. 밀레에 대한 존경과 동생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배어있는 그림인데요, 고흐 자신은 이런 장면을 실현하지 못하고 갔지요. <첫 걸음>의 장면은 표면만 보면 엄마의 팔에 의지하고 겨우 서있는 아기가 등장하여 빙그레 미소가 번지고, 아기를 맞기 위해 두 팔 벌린 아버지의 사랑이 따뜻해보이는 그림이지만, 고흐를 생각하면 마냥 미소만 짓게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동생의 아기를 생각하며 행복했을까요? 가정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생각하며 쓸쓸했을까요?
Jean-François Millet <The First Steps> 1858. 32 x 43cm, Black conté crayon on paper.
Lauren Rogers Museum of Art in Lauren, Mississippi.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