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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May 02. 2022

소식

작가 근황

일기는 일기장에, 편지는 수신자에게 쓰는 것이지 공개된 대중에게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펼쳐진 일기장이나 남의 편지를 안보는 척하면서 힐끔힐끔 쳐다보게되는 유혹은 강하다. 이 글은 그런 비밀도 설렘도 매력도 없지만 나의 근황을 쓴다. 한 달이 넘도록 브런치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혹시라도, 정말 다만 몇 명이라도 이 브런치가 궁금하지 않았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근황을 알린다. 내가 구독하는 작가는 34명, ‘피드’에 그 작가들의 글이 올라오지 않은 지 제법 오래된 것 같으면 그분들의 브런치를 방문하여 확인해보는 나이니까. 나를 구독하는 145명 작가들의 절반은 허수인걸 알면서도 부정기적이나마 가끔 그분들의 브런치를 방문하여 새 글을 읽어보는 나이니까, 잠자고 있는 내 브런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착각?)으로,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을 쓴다.




바빴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자리를 이탈한 정신이, 나이를 잊은 몸이  질끈감고 달렸습니다. 52일까지 마감인 원고를 422일에 끝내서 보냈는데 이건 불가능할  같았지만 해냈지요. 23일에 3명의 손녀들을 이끌고 12 여행을 하느라고 원고는  전날 끝냈습니다. 24 늦은 밤에 돌아와 잠을 잤던가 아닌가 인지할 수도 없는데 25일은  앞으로  달간 비워둘 집을 정리하고, 저장가능한 한국식품을 준비하여 커다란 여행가방을 챙겼습니다. 26일에 코로나 4차 예방접종을 했고, 27 이른 아침에 상경하여 장남의 혼사를 앞둔 지인을 만나 점심을 함께 먹었죠. 저녁엔 지난 15년간 이어왔던 도슨트 활동을 마감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도슨트 회장의 마지막 인사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 낭송이었습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그렇게 15년의 도슨트활동을 마감했습니다. 뒤풀이 커피도 맥주도 못마시고 이튿날 28일에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기타 몇가지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결과 보기로  , 초음파 검사날, 모두   후로 예약 변경하고 29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왔답니다.


6개월간 비워두었던 집에 들어와 앉을 곳도 누울 곳도 마땅치 않아 먼지를 문지르고, 먹을 물도 없는 집에서 부엌에 들어가 우두커니 서있다가 조금씩 움직이며 이곳에서 지낼 준비를 했지요. 우선 먹을 것만 시장을 봐왔고, 5월2일엔 슈퍼마켓을 다 털어오듯이 장을 봐올 것입니다. 이렇게 지냅니다.

Erding


옆지기도 나도 글을 씁니다.

옆지기는 450여쪽의 소설을 7권, 장편소설 마지막 원고를 이번 여행전에 바로 출판사에 넘기고 왔습니다. 독일에 도착하던 날 밤에 다음 책을 준비하느라 아마존에 150달러치의 책을 주문했답니다. 소설을 쓰기 전에 그는 개인 사업을 했습니다.

저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중에 출간제안을 받았습니다. 5월2일이 원고마감이었는데 이미 제출을 했고, 그 초고를 편집자와 제가 서로 주고받으며 수정 보완을 할 것입니다. 책은 8월 이후나 돼야 나올 것 같습니다.옆지기의 소설전집도, 저의 미술관련 책도 출간될 무렵에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겠습니다. 그땐 보는 분들이 지겨울 지경으로 홍보 광고 마구마구 할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미 늙어있어서 무엇이든지 하면 최선을 다해서 해야되거든요. 저는 북아트 작업을 해왔었는데 눈이 침침하고 손이 정교하지 못하여, 무엇보다도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북아트 작업을 끝냈습니다.

도슨트활동을 마감하는 날 이런 걸 주네요. 이름 지울까하다가 어차피 책을 출간하면 이름이 알려질테니...


앞으로 브런치 매거진에 발행하는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에 집중하고, 화가가 일상을 풍속화로 그리듯이 저는 일상을 글로 쓸까합니다. 일기가 되든, 편지가 되든, 기록하려구요.

한 가지 야무진, 맹랑한 꿈은, 올해 가을쯤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싶은 시골 노인들의 자서전 쓰기를 돕고싶어요. 제 나이로서 봉사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서요. 출판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북아트 작업의 경험으로 자서전 수제책을 만드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나이들면서 역사의 거대담론 대서사보다는 미시사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입니다. 촌로들의 얼굴 주름살 갈피갈피에 숨어있는 미시사를 꺼내어 한권의 책으로 엮어드리는 일, 괜찮겠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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