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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May 14. 2022

콩나물밥

큰 며느리 친정에서 보내주신 콩을 독일로 가져왔습니다.

원래 제가 이런 것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늙은이라는 핑계로 좀 뻔뻔해진 것 같아요.

옆지기와 아들은 항상 저를 경계해왔고, 저도  지켜왔답니다. 생물이나 식물의 씨앗을 외국에 함부로 가지고 다니지 않아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물론 우리나라로 가져가도  되고요. 그전에 네덜란드에서 정말 사고싶었던 튤립 구근도 꾸욱 참고  샀지요. 외국에 나올 때면 참깨도 생으로 안가져오고 볶아서 가져왔고, 콩은 아예  가져왔었지요. 그런데 이번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그냥 중간크기의 지퍼백에 콩을 넣어왔어요. 규정을 찾아보진 않아서  모르겠으 본인이 먹을  조금은 괜찮을  같아요.

우리 부부는 복용하는 약이 있는데  오래 경우에는  약처방전을 병원에서 영문으로 발급받아서 가지고 나옵니다. 지금까지   번도 약에 대한 질문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혹시라도  성분을 의심받을 수도 있을테니까 미리 준비를 하는 겁니다. 만약의 경우에 병이 생겨서 병원에  경우에도 복용하던 약들을 의사에게 알려줘야  테니까요.

어쨌든 콩을 가져와서 맛있게 먹고 있답니다.


까만 콩은 잡곡밥으로, 흰콩은 콩국을 만들어서 두유처럼 마시거나 콩국수를 해먹고, 비지찌게도 할 수 있고요, 작은 콩은 콩나물 콩입니다.

콩나물 콩을 하루정도 물에 담근 후 구멍뚫린 용기로 옮겨 키우는 거에요. 포도가 담겼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어요. 빛을 보면 콩이 초록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검은 그릇으로 위를 덮어야해요. 가끔 생각날 때마다 물을 부어주기만 하면 잘 자랍니다.


적당한 길이로 자라면 우선 짧은 콩나물이 필요한 요리를 하고, 더 길면 그대로 긴 콩나물 요리를 하면 돼요. 우리는 콩나물 밥을 해먹었어요. 콩나물의 마지막 사진(아래 우측)을 보세요. 참 잘 자랐지요? 곧은 뿌리가 하나로 짧게 자라서 좋아요. 어떤 경우엔 뿌리가 지저분하게 여러 갈래로 자라는데 그러면 다듬어야 하거든요. 이제 그릇에 남은 것은 다 뽑아서 다듬어 냉장고에 보관할 거에요. 더 크면 안 좋으니까요.

주의할 것은 물빠짐이 좋아야 썩지 않으니까 바닥이 짝 달라붙게 놓으면 안돼요. 좀 띄워 놓아야해요. 그래서 물빠지는 그릇에 넣어두고 키운 겁니다.


이렇게 단순한 글 써도 되나요? 귀한 시간 내서 읽은 독자들은 좀 짜증나지 않을지... 초록이를 감상하시면 좀 나아지려나요?

아침에 눈을 뜨고 커튼을 젖히면 보이는 창 밖입니다. 이 동네는 건물이 높아야 3층정도로 낮은 집들이기 때문에 나무의 키가 집의 키보다 더 커요. 지은지 100년 가까이 되는 낡은 집에서 발걸음 옮길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불편함이 있지만 창밖의 초록색이 모든 불평불만을 다 덮어주네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목욕탕과 부엌에 활짝 열 수 있는 창이 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 지금 이 집보다 더 좋은 아파트에 살을 때도 목욕탕에 창이 없었고, 주방에 있는 작은 창은 베란다로만 통했거든요.

저는 지금 마치 피난민 살림같은 보따리를 늘어놓고 살고 있지만 주변의 초록색으로 마냥 행복합니다.


다음 발행할 글은 좀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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