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예수>의 문학적 조명
지난 주말(1월14일) <소설 예수> 북 콘서트가 열렸다.
2020년 4월 22일 첫 책이 출간되고, 2022년 7월 25일 마지막 책인 7권이 출간되어 드디어 <소설 예수>는 완간되었다.
옆지기가 7권의 장편소설을 완간하고 처음으로 열리는 북 콘서트였다. 우리(남편과 나)가 주최하는 <소설 예수>의 첫 행사다. 완간 이후 작가가 속한 모임에서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베풀어줬고, 고등학교와 대학 동창들과 서클 회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축하해줬다. 마음 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교회 평화부와 문화부 합동으로 출판기념회의 성격이 아닌 북토크 시간을 가졌다. 독자들의 북리뷰 발표, 작가의 발언, 질의 응답의 시간은 예정된 3시간을 넘어 저녁 식사자리로, 그것도 부족하여 식사 후 카페로 옮겨 밤10시에 끝났다. 작가만 할 말이 많은 줄 알았는데 독자들 또한 작가 이상으로 할 말이 많았나보다. 이 모임의 주체가 기독교 교인들이었으니 당연히 <소설 예수>의 북토크는 기독교적인 조명이었다.
"소설"을 쓴 작가는 단지 기독교적인 시각보다는 문학적인 평도 받고싶어했다. 그동안 지인들이 마련해준 축하의 자리가 아닌 평론의 자리를 작가가 주체가 되어 마련했다. 북콘서트 <소설 예수>의 문학적 조명이다.
평생 소설과 함께 살아온 공주대학교 국문과 조동길 명예교수의 "7일간의 간절한 물음, <소설 예수>에 담긴 경계의 미학" 강연이 있었다.
기독교나 동학이나 불교나 위대한 가르침에는 경계가 없고, 또 없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깨달음이고 독자에게 주는 메세지라는 강연이었다. 소설책인데 소설적인 재미가 부족하고, 책 내용에 교훈이 많았다는 평을 하였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조동길 교수의 평이 객관적이라 좋았다.
강연이 끝난 후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단체인 서울 엠앤피 챔버앙상블의 아름다운 연주가 있었다. 후반부에는 "독자가 묻고 작가가 답하다"의 독자와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아주 소박한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박하지 않고 대단한' 전직 국어교사 최윤선 선생의 아주 맛깔난 발표 시간이 있었다. 기독교 교회 권사인 최선생이 <소설 예수>를 읽고 느낀 갈등과, 그 갈등의 시간을 무사히(?) 잘 넘기고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은 결과 발표였다. 기독교인의 시각과 평생 국어교사로서 책을 대하는 독자의 시각이 잘 버무러진 발표였다.
2시부터 5시까지 주어진 시간을 넘겨 장소를 대여해준 정동1928문화센터의 끝내기 독촉을 여러번 받고 행사를 마쳤다. 45명 정도의 청중이 참석했다.
이미 출판기념회 행사를 했던 터라 이번 북토크는 출간 축하파티가 아닌 '책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계획이었다. 일일이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책 7권을 완독한 독자는 참석자의 30%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추측). 낱권으로 일부라도 읽은 독자는 참석자의 70~80%는 된다. 재미있는 유튜브 동영상도 길어서 Shorts 영상을 보는 이 시대에 책 일곱권을 읽다니!
북콘서트를 안내하면서 일가친척들은 초청하지 않았다. 지정된 30~40석의 좌석을 "작가"보다는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형제들도 자식들도 오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가족행사가 아니라 북콘서트이기 때문에. 실제로 작가가 모르는 분들이 꽤 많이 참석하였다.
우리 나이쯤 되면 떠들썩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경험이 많다. 우리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초대하면 몰려와 파티 분위기를 돋궈줄 지인들도 많다. 애초부터 그런 모습을 배제하려고 지인들 초대를 경계했다. 오로지 '책 이야기' <소설 예수>이야기에 집중하도록 기획했다.
조촐하지만 우리의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만족스러운 북콘서트였다.
시위가 벌어진 서울 도심을 뚫고 참석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나의 브런치 구독자분들이 참석하여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이 하늘만큼 크다. 부탁하지도 않았고, 예상치도 못했는데 한 구독자님께서 행사 전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그날 저녁에 메일로 보내주셨다. 이건 빚이다. 갚아야 한다. 언젠가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부부가 귀한 주말 오후 시간을 내어주신 구독자분께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아티스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분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 나는 아내가 아닌 독자로서 읽은 <소설 예수> 책리뷰를 다 끝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애썼는데 은연중에 아내의 시각이 들어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지인들이 베풀어준 출판기념회 파티도 끝났고, 책 이야기에 집중한 북콘서트도 끝났다. 앞으로 또 무언가 한다면 독자의 요구에 따른 북토크가 몇 차례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있는 중이거나 이미 완독한 독자들, 또는 읽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많은 예비 독자들이 모인 북토크의 시간을 마음에 두고 있다. 강연이 아닌 대화의 시간으로 참석자는 5~7명 정도가 책 이야기를 하기에 적당할 것이다. 지역은 독자들의 거주지 중심이면 좋을 테고.
나는 많이 홀가분한데 작가 윤석철은 엄청 무거운 족쇄를 차게 되었다.
그가 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소설속 주인공 '예수'의 입을 빌어 작가가 쏟아놓은 말들을 기억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독자들이 작가의 언행을 관찰하는 무서운 현실이 남아있다. "아니, 당신 책에서는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썼으면서, 당신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거지? 왜 그렇게 하는거지?" 이 무거운 족쇄, 무서운 눈초리를 작가는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나의 브런치 매거진 '책을 읽다'에 발행된 <소설 예수> 북리뷰를 읽어주신 많은 분들, 관심을 갖고 읽고 댓글로 격려해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