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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n 30. 2023

새 투고와 출간했던 <삶의 미술관>

브런치를 여니 소식을 알리는 종위에 점이 꼭 찍혀있더군요.

누군가 댓글을 달았으려니 하고 열어봤더니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예의 이 안내였습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렸구나, 글 발행을 한지 오래되었구나, 하고 알게됐습니다.

발행할 글은 준비가 안 됐지만 갑자기, 정말 갑자기 번개처럼 이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6월15일에 저는 3군데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했습니다. 한 달후 채택될 경우에만 연락을 해준다는 출판사 한 곳, 검토에 두 달 걸린다는 곳 한곳, 이도저도 아무런 안내가 없는 출판사 한 곳, 이렇게 세 출판사에 투고를 했지요. 기획안을 처음 써봤습니다. <삶의 미술관> 출간은 출판사에서 제안이 왔기 때문에 투고 기획안을 쓸 필요가 없었고요.

투고할 출판사를 택했습니다. 3 곳만. 믿거나말거나, 혹시 복수의 출판사에서 출간제의 연락이 오면 나의 "결정장애"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꼭 3군데 출판사에게만 투고를 했습니다(이런 김칫국이라니!). 그리고 나는 집을 떠나왔습니다. 7월말까지는 답이 올 거라는 추측으로 메일에 별 신경을 안 쓰고요.

아, 겨우 2주일 지났는데 검토에 두 달이 걸린다는 곳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장혜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창비 인문교양출판부입니다.
먼저 저희 출판사를 가장 먼저 떠올려 소중한 원고를 보여주시고,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투고해주신 원고의 검토 의견이 정리되어 메일 드립니다.
보내주신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원고는 편집부에서 잘 읽고 논의해보았습니다.

오랜 도슨트 경력을 살려 풍속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비교의 관점으로 다루어주신 것이 매력적이었고,

미시사와 미술사가 결부되어 요즘 독자들의 관심사에도 부합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다만 ,저희의 출간 방향 및 향후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출간은 어렵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렇게 짧은 말로 의견을 전하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아쉽지만 원고와 잘 맞는 출판사, 눈 밝은 편집자의 손에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시고 항상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창비 인문교양출판부 드림.


약간 서운했을 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창비'에 투고한 건 꼭 되리라는 기대보다는 제가 50여년동안 <창작과 비평>을 읽어왔고, 우리 아이들을 창비의 어린이 책으로 키웠고, 이제는 손주들까지 창비의 책을 읽으니, '출판사'하면 '창비'가 먼저 떠올랐을 뿐입니다. 첫사랑 짝사랑인 출판사라. 이거 완전 짝사랑이죠. 책의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저도 짐작은 했었고요.

2개월이 아닌 2주일 만에 거절해 준것이 고맙지요.

이렇게 세 곳중 한 곳은 끝났네요.


이제 나머지 두 곳 출판사의 답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한 곳은 채택이 될 때만 연락한다는 곳이고, 한 곳은 아무 안내도 없는 곳입니다. 고민중이에요. 마음에 둔 다른 2곳 출판사에 더 투고를 할지, 답을 받은 후에 다른 출판사에 투고를 할지.

지금은 원고를 던져두고 놀러다니는 중입니다. 글이란 것이 참 이상해서 잠시 거리를 뒀다가 다시 보면 고칠 곳 투성이인데, 계속 보고 또 볼 때는 그냥 이정도면 된 것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멀리 던져놨습니다. 다시 손에 잡을 때는 고치고 또 고쳐야 할 곳이 수두룩하겠지요.


작년에 출간한 <삶의 미술관>을 다시 봅니다. 온라인 북숍 예스24에서 인터뷰한 글을 옮깁니다.

삶의 미술관 7문7답 인터뷰 글.


1.    아주 오랜만에 세 번째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삶의 미술관>은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5년동안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해왔습니다. 설명을 하기 위해 작품에 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했지요.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은 결국 작가와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작품에 대한 지식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을 전달했던 것이지요. 관람객들에게 던진 질문은 아주 단편적인 것이었고, 감정선이 겹치는 공감대가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삶의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본 처음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누군가 나의 그 감정선과 접점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림과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놨다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남들(같은 그림을 감상한 다른 관람객들)의 해석을 이해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작품 감상을 벗어나 “나”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같이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에 통념이 있듯이 예술작품 감상에도 알아야할 것들이 있기에 지식적인 부분도 함께 곁들였습니다.

<삶의 미술관>은 지식과 감정,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책입니다.


2.    첫 그림이 <요람>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산이나 탄생이 아닌 요람을 첫 그림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주 간단명료한 답이 있습니다. 인생의 순환을 나타내고자 ‘출생’부분을 중간에 넣었습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 것이 순서인데 그 중간지점에 또 다른 태어남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활이나 윤회의 개념이 아닌 ‘일생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또한 부수적인 의미는 미술 전문가들이 아닌 평범한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시작으로 하여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편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3.    생의 모든 순간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은 젊은 작가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책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원화를 보지 않고도 그림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모든 자료를 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게 미술 교양 서적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삶의 미술관>의 글을 뛰어넘는 훌륭한 책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인생’은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관점이 확실히 다릅니다. 변변히 내세울 것도 없이 나이만 먹은 제 속에도 꽤 쓸만한 것들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나이 속에 스며든 삶의 경험으로 이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이미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미지의 길을 기웃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4.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시대는 급변합니다. 책이 다루는 그림들 역시 이미 오래전에 그려진 그림들입니다. 하지만 그 그림들이 여전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시대는 급변합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창조하는 시대에 서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과거는 과거시대의 현재였고, 지금의 현재는 과거의 미래였습니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미래시대의 현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연결고리 속에서 서로 다른 시대에 대한 낯섦과 익숙함은 거의 같은 비례인 것 같습니다. 같은 비율의 감정 때문에 이질감과 동질감은 서로 배척하지 않고 공감하며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꿰는 것이겠지요.


5.    사랑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 끝나는 날, 소리 한 마디 입 밖으로 흘려 내보낼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두를 사랑했다고."(143pp.)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님의 생의 모든 순간은 결국 사랑이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아닙니다. 속내를 들켜버린 것 같은 어려운 질문입니다. 왜 강조하겠습니까?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확실히 적은 이 나이에는 모든 것들을 그냥 ‘사랑’으로 다 덮고 자신을 정화시키는 방법밖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인생의 마지막 길에 발을 디딘 사람이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이타심이 아니라 이기심입니다. 어찌어찌 살아왔든지 마지막엔 잘 죽어야 할 테니까요. 저는 잘 죽기 위해 제 안에 남아있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사랑’으로 잘 덮어 포장합니다. 인위적인 노력이라도 하다보면 아마도 죽는 순간에는 진정한 사랑을 말하며 죽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6.    책은 여러 작품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그 작품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삶의 미술관> 속에서는 밀레의 <괭이를 든 남자>를 좋아합니다. 밀레가 부조리의 사회에 대한 항의나 사회적 재조정을 위한 탄원으로 어둡고 무거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사회적 정치적 투쟁의 의미가 아닌 인간의 삶 그 자체를 그린 밀레를 존경합니다. <괭이를 든 남자>가 보여주는 것은 찌들고 궁상맞은 삶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노동의 신성함을 보여주거든요. 고된 노동 속에서도 지키고 이어가는 생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그 그림을 좋아합니다.

<삶의 미술관> 밖에서는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작품의 아름다움 이전에 그의 작품 표현 의도를 좋아합니다. 평면의 그림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뒷면과 옆면, 아래 위 부분들을 모두 우리 눈앞에 떡하니 펼쳐 놓고 보여주는 그 정신이 참 마음에 듭니다.


7.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삶의 미술관>을 읽는 독자들은 주어진 그림을 보며 그 그림과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위에 덧입혀 보시기 바랍니다. 작품 감상이 자신과 무관하다면 별 의미가 없잖아요? 아주 작은 한 점이라도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저의 글이 독자의 글이 될 수도 있고, 화가의 그림이 독자의 그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미술관>을 읽는 시간은 저와 화가와 독자가 함께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초판 1500부 중에 얼마만큼 팔렸는지 아직 모릅니다. 나는 남의 일처럼 홍보에 손 놓고 방관했고, 유명한 저자도 아닌 나의 책. 2쇄를 찍지 못하여 출판사에게 미안합니다. 출간 일년이 되는 9월엔 도대체 몇 권이나 소비됐는지 확실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는 매우 빈약한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지수는 적어지는데,  서점 매장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하거든요.

다행히 여러 달 동안 표지가 눈에 띄는 평대에 진열해 둔 교보에 감사할 땨름이지요.

여러 달이 지나 곁에 있던 몇몇 다른 책들이 서가에 꽂히고 바뀌었어도 그대로 한참동안이나 놔준 것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시간입니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여행글을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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