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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05. 2023

말뚝집(수상주택) 주거 정착지.

여행- 보덴호수 운터울딩엔 수상 박물관

빙하기에 형성된 보덴호수(Bodensee/ Lake Constance)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걸친 커다란 호수이다. 시선을 세로 방향으로 먼 곳에 두면 마치 바다처럼 수평선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배를 타고가며 찍은 사진이다. 여긴 바다가 아니라 호수이다.

면적 536제곱Km로 세로63Km, 너비14Km, 수심은 평균90m인데 제일 깊은 곳은 254m이다. 보덴(영어권에서는 콘스탄스라고 한다) 호숫가 도시들은 휴양지로 유명하다. 호수에는 여객선들이 시내 노선버스 다니듯 하루종일 오간다. 물 위의 경계를 승객들은 알 수 없지만,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나라의 경계를 넘나드는 뱃길이다. 나의 스마트폰엔 나침반(compass) 앱이 설치돼있어서 배가 가는 동안 나침반(compass)으로 나의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마치 아이들처럼 재미있었다. 어린 손주들 속에서 살다보면 이렇게 된다. 

호숫가 작은 도시 메어스부르그(Meersburg)에 머물며 근처의 운터울딩엔(Unteruhldingen)에 다녀왔다. 콘스탄츠나 브레겐즈 프리드리히스하펜같은 큰 도시도 있지만 작은 옛도시가 쾌적하고 정답다. 무엇보다 나는 그곳의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모형 박물관에 가고싶었다. 


2011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알프스 주변의 선사시대 말뚝 주거지(수상 주택)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운터울링엔 박물관에서 남쪽으로 약 500m 거리의 운터울링엔-슈톨렌비젠(Unteruhldingen-Stollenwiesen)이 세계유산에 포함됐다. 내가 방문한 운터울링엔-뮐호펜(Uhldingen-Mühlhofen)은 원래 선사시대 주거지가 아니라 복제품으로 만든 말뚝 주거지역 박물관(Pfahlbauten Museum)이다. 집안에 전시된 가제도구나 수렵 어획 농기구들은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물들도 있다. 호수 위에 세워진 주거형태의 수상박물관은 1922년에 개관하여 2014년까지 수차례 재건하고 확장되었다. 

1853/54년 겨울, 스위스 중부 고원의 여러 호수의 수위가 매우 낮아 항구 시설이 확장되고 토지를 매립하려고 했다. 이 작업 중에 취리히 호수의 마일렌(Meilen)에서 나무말뚝, 도자기, 뼈들과 인류 정착 유적이 발견되었다. 이 발견을 근거로 페르디난드 켈러 (Ferdinand Keller, 1800-1881)는 강기슭 지역의 물에 서있는 선사 시대 주거지에 “말뚝 주거지(Pfahlbauten)”라는 이론을 만들었다. 물위에 세운 수상가옥인 것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스위스의 호수와 보덴제에서 수십 개의 말뚝 주거 정착지가 발견되었다. 

이 주거 형태는 무엇보다도 홍수와 포식자, 또 이웃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전체 통나무 또는 갈라진 통나무로 만든 말뚝은 두 개로 배열되어 얕은 지역에 박혔다. 말뚝은 일반적으로 두께가 15cm 이내였고, 길이는 물의 높이에 따라 3~5m였다. 파도에 대비하여 말뚝 아래에 무거운 돌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집은 나무로 짓고 밖을 점토로 발랐다. 거기에 짚이나 나무 껍질, 덤불로 덮었다. 습지와 해초층의 습한 환경에서 말뚝 거주지는 호숫가의 우수한 보존조건으로 6300~2800년 전 역사를 보여준다.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시대 초기 생활을 재현해 놓은 수상 박물관은 초기 농부와 장인의 일상생활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내부 설치장면은 내가 관심을 갖고있는 조선시대 풍속화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선시대의 풍속화에 그려진 모습이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이기도 한 것이 놀라웠다. 아, 인류는,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왔구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우리네 생활상에서 과연 변화라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 그것을 유지하는 모습은 다 그렇고그럴진대 우리는 왜이리도 '변화'에 호들갑을 떠는가?


그림 왼쪽은 김홍도의 <논갈이> 장면인데 쟁기를 끄는 소가 겨리소이다. 오른쪽 그림은 박물관 포스터인데 소의 다리를 보면 소가 두 마리, 겨리소 밭갈이 장면이다. "완두콩, 렌틸콩, 견과류와 콩류와 장과류가 일일 식단을 보충했다."는 내용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수상주택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농사도 지었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엮어서 짜는 것은 오랜 역사를 지나왔다. 식물의 줄기에서부터 동물의 털까지 사용하다가 인공합성물을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김홍도의 <자리짜기>에 매달린 고드랫돌이 박물관 설치물에도 매달려있다. 

김득신의 <대장간>과 청동기시대의 작업장 모형. 가죽으로 튼튼히 만든 풀무가 눈에 띤다. 


도자기는 지구의 4원소로 이루어진 그릇이다. 흙을 물로 반죽하여 불을 때어 만든다. 불을 땔 때는 물론 공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흙, 물, 불, 공기가 만든다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야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 현대 고기잡이에 사용하는 그물과 통발을 그때에도 사용했다. 


일상의 모습이다. 이들은 기둥을 세우는데 이골이 났다. 물위에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지은 사람들이다. 집안에 기둥을 세우고 이층침대를 만드는 것쯤이야 아무일도 아니다. 왼쪽 그림 침대 2층에는 아이가 누워있고, 아래층에는 어린아기에게 엄마가 무언가를 먹이고 있다. 오른쪽 그림에 벌어진 일은 짧은 콩트 한 편 엮어볼 만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붙들리면 호되게 맞을 것이다. 


나무로 된 신상으로 장식된 집이다. 

당시 사람들은 삶이 죽음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사람들은(부유층이나 권력자, 왕족 등) 멋진 마차를 타고 다른 세계로 여행을 간다. 사회적 차이는 죽음 숭배에 반영되었다. 소수의 마차 무덤은 수천 개의 단순한 무덤과 마주한다. 후기 청동기 시대에 죽은 사람들이 많은 제물과 함께 사후 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화장되었다. 왼쪽 항아리는 나무와 주석으로 만든 소형 마차가 들어있다. 중요한 사람들은 성직자의 주문과 함께 다른 세계로 떠난다. 


며칠 머물던 메어스부르그는 인구 5300여명 밖에 안돼는 작은 도시이다. 관광객들에게 떠밀려다니지 않으면서 물멍때리기 좋은 호숫가 마을이다. 초록빛을 뿜어대는 포도밭이 있어서 산책에도 좋다. 그곳 와인은 유명하다. 

우리는 독일의 49유로 대중교통 카드를 샀다. 시간 다투는 급한 비즈니스도 아니고 그저 이곳저곳 다니기엔 정말 착한 교통카드다. 유효기간은 7/1~7/31이니까 앞으로 나의 여행기 몇 번은 더 쓸만큼 다닐 수 있다. (요건 좀 생각해볼 문제인데, 급행열차는 탈 수 없어서 이동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숙박료가 더 들어갈 수도 있으니 잘 계산해봐야 한다.)


메어스부르그 거리 모습들. 가던 날이 장날이라던가, 마을 축제가 열렸다. 


오른쪽은 우리가 머물던 숙소 창문에서 찍은 메어스부르그 노이에 슐로스. 숙소 근처 거리모습.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것 같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 근처. 가운데 시청건물. 오른쪽은 책방이다. 


메어스부르그 알테 슐로스. 


왼쪽은 배를 타고 가며 찍은 호숫가 마을. 오른쪽은 높은 성에서 내려다 본 호수. 바다같다.


메어스부르그 하펜(항구).


놀랍도록 큰 나무. 오른쪽은 나무 기둥에서 뻗은 가지인데 웬만한 나무 기둥보다 더 굵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문화유적도 좋고, 새로운 도시도 좋지만 아무래도 '자연'이 제일 좋다. 물이 있고, 나무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항상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건강한 나무들이다. 화려한 꽃이 아닌 건강한 나무가 팍팍한 삶에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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