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폭 생조거상도, 7폭 총탕맥반도, 8폭 가가유름도
주희(주자)의 원시 <入瑞巖道間> (서암 길에 들어)
淸溪流過碧山頭 空水澄鮮一色秋 隔斷紅塵三十里 白雲黃葉共悠悠
맑은 계곡 흘러서 푸른 산모통일 지나고
하늘 맑고 물 맑으니 한 가지 가을 빛깔
세속 티끌 삼십 리나 멀리 바깥에 있나니
흰 구름 누런 잎만 아득히 멀리 흘러가네
웅화의 주註
審其幾而無五辟 則身自修
(善惡의 미세한) 기미를 살펴 (親愛 · 賤惡 · 畏敬 · 哀矜 · 敖惰)의 다섯 가지 편벽됨이 없다면 몸은 절로 닦여진다.
정조의 화운시 和韻詩
伯鐵王金好點頭 三皇五帝一春秋 審却幾微從此路 萬山紅樹興悠悠。
백이 숙제 아득한 띨 고개를 끄덕이니
그 옛날 삼황오제 事跡 역사에 남아 있네
사물의 기미 잘 살펴서 이 길을 따라가자
만산에 붉은 나무 흥취 길고 아득하네
아쉽게도 1폭과 5폭의 그림은 없다. 전체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감상인데 시작과 중간이 빠지니 많이 서운하다. 어떡하나...? 다행히 글이 남아있으니 글을 읽으며 그림은 상상으로 그려보자.
흰구름 둥실 떠다니는 가을 산을 상상한다.
노오란 단풍과 새빨간 단풍이 이루어내는 색채의 향연, 다른 그림으로 미루어보아 단풍색깔이 찬란하게 빛나는 그림은 아니었을 것이다. 담채에 약간 색을 더한 고풍스런 산수화였겠지... 아, 주자가 그 산의 오솔길을 거닐었을테니 산수인물화였을 것이다. 하늘도 맑고 계곡에 흐르는 물도 맑고.
웅화의 주註에 있는 다섯가지 편벽은 대학 8장의 글이다. 親愛 · 賤惡 · 畏敬 · 哀矜 · 敖惰.
위 사진의 책에 풀이가 있지만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면 이렇다.
이른바 ‘자기 집안을 잘 단속하는 방법은 자신의 몸을 닦는 데에 있다.’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상대 앞에서 형평을 잃고, 자기가 천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상대 앞에서 형평을 잃으며, 자기가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상대 앞에서 형평을 잃고, 자기가 가엾게 여기고 불쌍하게 여기는 상대 앞에서 형평을 잃으며, 자기가 오만하게 대하고 소홀하게 대하는 상대 앞에서 형평을 잃기 마련이므로 그런 상대 앞에서 몸가짐을 신중히 하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좋아하면서도 상대의 단점을 알 수 있고, 싫어하면서도 상대의 장점을 알 수 있는 자가 천하에 드문 것이다.
글과 그림이 함께 없으나 산과 계곡이 있는 산수화는 맑은 가을 하늘과 그 아래 물길처럼 자신을 올바르게 지켜나가는 선비의 길을 상징할 것이다. 맑음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과 연결하면 근신이다.
1250x40.5cm. 비단에 수묵담채. 호암미술관 소장. CC BY 공유마당.
주희(주자)의 원시 <壽母生朝> (어머니 생신 아침에 장수를 빌다.)
敬爲生朝擧一觴 短歌歌罷意偏長 願言壽考宜孫子 綠鬢朱顔樂未央
공손하게 생신 아침에 한 잔 술 올리오니
짧은 노래 가락 그쳤어도 뜻은 따로 기옵니다
원하시는 말씀 돌아가신 아버님과 아들 손주의 편안함뿐
검은 머리 홍안으로 즐거움 길이 누리소서
웅화의 주註
齊家之本 在父母其順
집을 다스리는 근본은 부모님께 공순함에 있다.
정조의 화운시 和韻詩
萱堂和氣捧瑤觴 觴挹南山獻壽長 秖願年年如此好 遲遲春日殿中央
어머니 온화하신 안전에 좋은 술잔 올리오니
이 잔으로 남산처럼 오래 사시길 비옵니다
다만 바라는 건 해마다 이처럼 편안하심이니
더디더딘 봄 날처럼 오래오래 사십시오
그림 아래에 파초잎이 있고, 난초분을 마당에 내놓은 것, 위쪽에 늘어진 버드나무에 매달린 잎을 보니 아직 더위가 남아있는 계절이다. 아마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쯤.
마당에 차일을 치고 큰 생일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1. 어머니는 독상을 받고 수염난 아들의 술잔을 받는다.(왼쪽 중간) 수염난 아들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잔을 올린다. 기와지붕에 덧대어 차일을 치고 마당에 자리를 깔아 가족들이 앉아있다.
2. 작은 아들이 독상을 받고 앉아있다.
3. 주자의 아들과 어린 두 손자들이 겸상을 받았다.
4. 어머니께 술잔을 올리는 동안 비어있는 독상이다.
5. 부인 둘이 마주 앉아있다.
6. 부엌쪽에서 음식을 들고 나오는 중이다.
그림 아랫부분은 별채인 초가인데 겸상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은 손님들이다.
생신상을 받는 주제로 집안 식구들의 화목함을 나타내고, 반듯반듯한 기와집을 그림으로써 '바로 잡힌 집안'이라는 것을 상징했다. 이 그림은 생활모습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으로 풍속화와 같다. 7폭과 8폭도 역시 풍속화적 요소가 많은 그림이다.
1250x40.5cm. 비단에 수묵담채. 호암미술관 소장. CC BY 공유마당.
주희(주자)의 원시 <蒸氏婦家> (채씨 부녀의 집)
葱湯麥飯兩相宜 葱養丹田麥療飢 莫道此中滋味薄 前村猶有未炊時
파국에 보리밥이 서로 잘 어울리니
파는 丹田을 길러 주고 보리는 허기에 요기 되네
이 가운데 무슨 재미냐고 말하지 마소
앞마을엔 오히려 밥 못 짓는 때도 있다고 하네
웅화의 주註
文王視民如傷而無凍餒
文王은 백성의 고통을 자기 아픔처럼 여겨 추위에 얼고 굶주리는 일이 없게 하였다.
정조의 화운시 和韻詩
一風一雨與農宜 上瑞黎民不阻飢 蔀屋生涯如在眼 晦翁葱麥幾多時。
바람 불고 비 내림이 농사에 좋을씨고
하늘의 조짐 보면 백성들 希주려 허덕이지 않겠네
허름한 집에 사는 양이 눈 안에 들어을 듯하니
朱子도 파국에 보리 밥 얼마나 드셨는가
아랫부분에 집이 있는데 ㄱ자형 초가집이다. 앞에 우뚝 서있는 오동나무는 기둥이 곧게 뻗어 목재로 쓸모있어 보인다. 시집갈 장을 짜거나, 관을 짜거나. 오동나무 옆으로 괴석과 관음죽이 보인다. 집 옆으로는 대나무가 촘촘하고 괴석도 멋진 장식으로 놓여있다. 비록 초가 살림이지만 주인의 품격이 보인다.
문밖에는 동자가 주저앉아 쉬는 중이고 수레가 있다. 격자마루에는(그림 오른쪽) 베틀과 의자와 반짓고리가 보인다.
들쳐올린 창 안으로 밥상을 받은 주자와 시중드는 부인이 있다. 상위엔 반찬이 거의 없는 조촐한 밥상이다. 마당에는 시녀가 쟁반을 받쳐드고 방쪽으로 향한다. 숭늉일까...
그림의 위쪽은 주산과 산아래 작은 마을이 있다. 주자의 초가에서 개울을 따라 위로 쭈욱 올라가면 주산에 이르는데 원근법을 잘 사용하여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개울물은 보이지 않으나 다리가 놓여있고 가끔 작은 바위들이 냇물 속에 박혀있다. 노란선으로 표시한 것처럼 물가를 굽이굽이 갈지자로 그림으로써 물의 흐름을 나타냈고, 물가에 잘 자라는 버드나무를 그렸다. 산아래 먼 마을은 주자의 원시에 있는 "前村猶有未炊時 전촌유유미취시" 앞마을엔 오히려 밥 못짓는 때도 있다고 하네"라는 그 마을이다.
파로 끓인 국과 보리밥 한 그릇을 먹는 주자, 때때로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 어려운 백성의 처지를 늘 잊지 않는다는 주제를 표현한 것이다. 웅화의 주 "文王視民如傷而無凍餒"에서 "시민여상"은 정조의 애민정치愛民政治를 말하는 것이다.
1250x40.5cm. 비단에 수묵담채. 호암미술관 소장. CC BY 공유마당.
주희(주자)의 원시 <石廩峯> (석늠봉)
七十二峯都揷天 一峯石廩舊名傳 家家有廩高如許 大好人間快活年
일흔 두 봉우리 모두 하늘을 찌를듯 한데
한 봉우리에 돌노적가리라는 옛이름이 전하누나
집집마다 노적가리 있어 높기가 그만하니
참 좋은 사랑 세상 쾌활한 세월일세
웅화의 주註
民富則禮義措 而天下平
백성이 부유하면 예의가 자리 잡히니 천하가 태평하리라.
정조의 화운시 和韻詩
漢陽三角際靑天 露積峯如石廩傳 積廩四方謌笑裏 立春新帖願豐年
한양의 삼각산이 푸른 하늘에 맞닿았은 곳
노적봉 여기도 있어 돌노적가리라 전한다네
사방에 노적가리 쌓는 노래와 운음 들려오니
입춘 신첩을 쓸 때마다 풍년을 소망하네.
시에 있듯이 석늠봉 72봉우리가 시원스레 쭉쭉 뻗어있다. 이 그림은 아래 위 둘로 나누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두 개의 그림이 된다. 위는 암벽의 산수화요, 아래는 전형적인 풍속화이다. 석늠봉은 날카롭게 솟은 암봉들 앞에 노적가리 모양으로 우뚝 서있다. 석늠봉 아래로는 산기슭 윤곽선을 짙은 나무를 총총히 세워놓고 여백으로 아지랑이를 표현했다. 마을의 나무들은 구불구불한 가지들이 여기저기로 뻗쳐있는 형상이다. 김홍도 초기 그림의 수지법樹枝法과 같다. 중앙에 있는 나무는 윗가지가 왼쪽으로 확 꺾였는데 이는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에 있는 나무와 같은 모습이다.
김홍도의 벼타작 그림은 여럿이다. "풍속도첩"에는 완전히 타작마당만 그린 것이 있고, "행려풍속도병"에는 배경과 함께 벼타작 그림이 있다.
1. 뒷집에서 아기를 안고 밖을 내다보는 여인.
2. 키를 높이 쳐들고 곡식을 까부르는 남자.
3. 허리 아래로 키질하는 이.
4. 흩어진 낱알을 쓸어모으는 이.
5. 디딜방아를 찧으며 창턱에 얼굴을 내민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있다.
6. 동자의 도움을 받으며 절구를 찧고 있다.
7. 광주리 옆에서 어린애와 함께 일하는 아낙네와 서있는 아낙.
마당 곳곳에 쌓아놓은 노적가리와 그림 윗부분에 우뚝 서있는 석늠봉의 모습이 같다. 타작마당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소란스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많은 인물을 마당에 잘 배치하여 구성이 꽉 짜여진 느낌이다. 노적가리는 풍년을 상징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추수의 즐거움으로 더욱 부지런히 일하는 것같다.
이 그림은 태평천하를 이룩하려면 백성의 곳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그림이다.
전체 그림을 보면 5,6,7,8폭의 그림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흐르는 구도이다. 5폭이 빠져서 아쉽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그대로 보인다. 낱폭은 낱폭대로 구도를 잡으면서 완성했을 때의 전체적인 구도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다. 연결성을 살펴보자. 6폭의 좌측 아지랑이와 개울은 7폭의 집 담으로 이어지고, 직선으로 내려오다가 8폭의 집담에 이른다. 그렇다고해서 이 그림 낱폭이 전체로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각 폭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다.
1폭에서 4폭까지는 몸을 수양하는 과정으로 산수화를 그렸고 여백이 많다. 여백이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7폭과 8폭은 쌓은 덕을 펼쳐 가정과 나라와 천하에 행하는 것으로 풍속화를 그렸다. 그림도 꽉찬 구성이다. 전체 병풍에서 보이는 것처럼 앞의 2,3,4폭과 뒤의 6,7,8폭은 그림이 점층법적인 구조로 되어있는데, 이는 성리학 이념의 전개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격물格物 치지致知는 학문을 뜻하고,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은 수양하는 과정, 제가齋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는 닦은 덕을 펼쳐 정치를 이루는 과정을 뜻한다.
<주부자시의도>는 김홍도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화원이 아니라 시서화詩書畵에 능하여 문학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는 교양인, 철학적인 주제를 소화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홍도의 이러한 재능은 <대학>을 그림으로 완성했다.
1800년, 김홍도 나이 56세에 그린 그림이다. 당시로서 그 나이면 노년이다. 그림에서도 노년의 필치가 나타난다. 마른 갈필渴筆 기운이 보이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넓은 여백으로 처리한 것이 노년의 특징이다. 곳곳에 그려진 괴석은 약간 누인 붓으로 방향을 자주 꺾으며 굵기의 변화를 많이 시도했고, 곳곳에 둥근 작은 구명을 그렸는데, 선묘 자체게 구불걸미이 많은 것이 노년의 특징이다.
나무에서 소나무 껍질은 느슨히 풀어진 용수철모양인데 필치가 워낙 단정하여 흐트러짐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수지법樹枝法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잔가지의 굵기가 제멋대로 넓었다 좁았다하는 변화가 많고 필선 자체도 매우 구불구불하다. 이는 실제 형식을 그대로 그린 것보다는 사의성寫意性이 그림 전체에서 들어나는 것이다. 사의성寫意性은 사물의 외형보다는 내재된 뜻을 표현하는 것인데, 사군자나 산수같은 구체적인 사물을 이용하여 내재된 뜻을 묘사하는 것이다.
시의도詩意圖를 사의성寫意性 그림으로 묘사한 것은 당연하게 생각된다.
<주부자시의도>는 <대학>의 구절과 조응하는 그림으로 1,2폭은 머무을 곳을 아는 것(知止), 3폭은 정하여짐(定), 4,5폭은 고요한 경치(靜), 6폭은 편안함(安), 7폭은 생각함(慮), 8폭은 얻음(得)으로 대학 8조목 주제와 맞추었고, 또한 주자의 시 내용과도 서로 잘 맞는 내용을 그렸다.
아래 사진의 밑줄 친 부분의 글이다.
주희(주자)의 원시 <春日> (봄날)
勝日尋芳泗水濱 無邊風物一時新 等閒識得春風面 萬紫千紅摠是春
좋은 날 꽃 찾아서 泗水 강가 나서 보니
가 없는 세상 경물 일시에 새롭구나
이따금 얼굴에 닿는 봄바람을 느끼나니
천만 가지 붉고 푸른 이 모두가 봄이구나
웅화의 주註
物理之表裏精粗 無不到
만물 이치의 겉과 속, 정세함과 거칠음이 모두 드러나지 않음이 없다.
정조의 화운시 和韻詩
瑤琴携過玉溪濱 樂意相關島語新 粟顆芋頭涵理妙 渾然三十六宮春
좋은 거문고 지니고서 옥같은 물가 지나치니
즐거운 뜻 서로 아는 양 새 소리도 새롭구나
곡식 알 토란 덩어리 싹트는 이치 묘하여라
온 세상 한 나라 궁실인양 봄이 찾아 왔구나
1폭 그림도 상상으로 그려볼 수 밖에 없다. 시 구절을 음미하며 그림을 그려보자.
봄바람이 훈훈하고 볕은 따사로운 날 주자는 강변을 거닐고 있다. 꽃나무에 산들바람이 불로 새들이 지저귀는 강변을 느리게 걷는 주자의 뒤를 거문고를 든 동자가 뒤따른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 생명이 움솟는 봄, 이 그림은 생명력과 우주의 이치를 추구하는 성리학적 열정을 상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그림마다 최선을 다하여 그리지만 그래도 첫 폭은 특별한 정성을 더 들일텐데 1폭을 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1폭 사빈신춘도 泗濱新春圖는 대학의 "격물格物"을 주제로 한 것이다. "격물格物"은 8조목 중에서 성리학 연구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그림이 있으면 김홍도는 "격물"을 어찌 해석했는지 알 수 있을텐데...
더하고 덜하고 없이 모두가 다 중요한 주제지만 5폭의 "수신修身"의 중요성도 크다. <주부자시의도>의 중심 폭에 해당하는 5폭이기 때문이다. <백운황엽도白雲黃葉圖>를 볼 수 없음이 아쉽다.
"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新) 民하며 在止於至善이니라. 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신민 재지어지선"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는데 있다.
<대학>의 핵심은 "명명덕明明德"이다. 영조와 정조는 왜 <대학>에 그토록 집중했는가? 바로 "명명덕明明德"에 사로잡혔다. 명덕明德이 성인정치聖人政治를 재현케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밝은 덕을 밝히면 붕당을 해체하고 탕평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군절대주의聖君絶對主義'를 추구하여 국왕이 중심이 되는 탕평정치의 사상적 기반을 이루는 경서로서 <대학>을 집중 연구한 것이다. "명덕明德"이 이루어지면 "신민親民"과 "지어지선止於至善"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김홍도가 그림의 주제로 선택한 <주부자시의도>에서 표현한 <대학>의 8조목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는 "명명덕明明德"을 이루는 과정과 같다. 8폭 그림의 각 폭이 점층적인 구도로 펼쳐진 것은 바로 8조목에 조응하는 구도이다.
<주부자시의도>가 제작 진상되었던 1800년 1월 1일은 바로 정조가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도록 명한 날이었다. 이어서 2월2일에는 어명에 따라 세자 관례와 책봉례가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대학>을 바탕으로 자신을 닦으며 위민정치에 부단히 애써온 정조는 <어정대학유의 御定大學類義>를 완성했다.
<주부자시의도>는 <어정대학유의 御定大學類義> 완성 후 세자책봉의 중대한 경사를 앞두고 제작된 것이다. <주부자시의도>는 어람용 회화로 격식차린 정형산수 양식의 작품이다.
이전 발행글을 함께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같다.
https://brunch.co.kr/@erding89/317
오늘 6월16일. 연애시절까지 합치면 50년 이상을 함께한 옆지기의 생일이다. 올해가 결혼 47주년이다. 참 오래도 살았다. 말 안해도 알 것같은데 그러다가도 생소한 낯선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는 현상은 결혼 47년이 되어도 신혼때나 마찬가지다.
출산 후 첫 이레가 겨우 지나 한국전쟁이 났고, 신생아를 데리고 숨을 곳을 찾아들었던 시어머님께 경의를 표한다. 어찌 다 감당하셨는지!!!
그는 오늘 저녁에나 집에 온다. 아침 미역국을 끓이는 대신 새벽부터 일어나 이 글을 썼다.
<주부자시의도> 글을 그의 생일 선물로 바친다. 미숙한 글이지만 새벽 내내 썼으니 정성으로 받아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