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gen Jun 27. 2020

스마트 폰과 SNS

특별히 못생기지도 않고, 까막눈도 아니고, 궁상이 질질 흐르지도 않는다. 미인도 아니고,  얄미울정도의 똑똑이도 아니고, 입이 떡 벌어지는 부자도 아니다. 찌질이도 아니고 무슨무슨 짱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도대체 누가 이 평범한 나를 무시하고 왕따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나는 왕따 당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절친들 사이에서도 왕따로 굳혀졌다. 트윗, 페북, 카톡, 카스 때문이다. 이것들과 담을 쌓고 사는 사이에 주변 사람들과도 벽을 쌓기 시작했는데 그 벽이 이젠 제법 높아졌다.

모임에 나가면 내가 모르는 소식들을 서로서로 이야기하는데 왜 내겐 연락 안했냐고 물으면 카톡 안 봤어?라는의아한 표정의 답이 돌아온다.  참, 요즘 누가 문자를 보내나 카톡이지! 메일은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가 된지 오래이고.바깥모임 뿐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급할땐 제일 먼저 전화하는 딸의 근황 조차도 일상의 소식은 멀리 있는 친척들에게서 먼저 듣는다. 페북, 카스, 이런 것들 때문에. 그 안에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비밀은 아닐텐데 나는 그곳에 접근할 길이 없으니.

딸과 며느리는 내가 딱하여 마치 기부라도 하듯 아이들 활동 사진을 메세지로 툭 던져준다. 고맙다. 아들들은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 모임에서 나는 SNS 사용 안 한다고 하면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다. 얼마나 편한데 왜 안 하냐고. 할 줄 몰라서 못한다고 하면 갑자기 모두들 달라붙는댜. 그거 별 것 아냐, 아주 쉬워, 가르쳐줄게, 금방 배울 수 있어. 참 친절한 친구들! 다른사람에게서 딸의 소식을 듣고 전화로 서운하다고 말하면 결국은 또 그 SNS 사용 안하니까 그렇다는 핀잔만 듣는다. 저는 페북이나 카스에 올리면 끝인데 나 때문에 별도로 문자를 보내야하는 것이 귀찮은 일인가보다.

나는그리 비밀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신비주의에 휩싸인 유명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도 남편이 SNS 사용할 때는 나에 관한 내용은 내 허락없이 올리지 말 것이며, 내 초상권 함부로 침해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를 해뒀다. 그 경고가 지켜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아, 안 지켜졌다! 내가 전혀 말하지 않았는데 측근들이 내게 아프다더니 괜찮냐는 안부를 묻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 출처가 남편이나 자식들의 SNS 때문이리라.

내가 아직 폴더 폰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폰 이전에 PDA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그 편리함에 길들여졌으니 당연히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다. 트윗, 페북, 카톡, 카스, 이런 것들 전혀 안하지만 스마트 폰은 내게 아주 유용한 물건이다. 사진기를 대신하니 우선 소지품 하나가 줄었다. 당연히 간수하는 신경도 안 쓰고 가방 무게도 준다. 특별한 예술 사진이 필요 없으니 이것으로 사진 촬영하여 내 메일에 보내면 정말 편하다.  노인네답게 한가할 때는 데스크 탑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사진을 본다.

손녀딸들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서 저장해두고 가끔 멍한 시간에 넋놓고 보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집에서 컴퓨터를 켜는 일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어떤 날은 전혀 컴퓨터를 켜지않고 지나는 날도 많다. 메일 확인하고 답멜 보내는 일은 폰에서 다 해결이 되니까 말이다.

필요한 강의를 들을 때 메모를 하고, 이동중에 차속에서 불쑥 생각난 것들을 메모하고, 내 스마트폰은 메모노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한다.

또 내가쓰는 용도는 녹음기능이다. 그동안 좋지도 않은 눈을 혹사시킨 일이 슬슬 마음에 걸려, 이제는 눈을 좀 아끼자는 생각으로 눈 대신 입과 귀를 사용하는 것이다. 꼭 외워야할 자료 파일을 녹음하고, 틈틈이 재생하여 듣는다. 외우는일에 도움이 크다. 반복 재생하여 들으며 중얼중얼 따라하다보면 쉽게 외워진다. 이어폰을 끼고 이동하는 차속에서도 듣는다. 남들 10번 읽고 완벽하게 외우는 것을 나는 50번 읽어야 더듬더듬 외우는 수준이니 말이다.

녹음하고 시간측정이 가능한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정해진 발표 시간을 잘 맞출 수 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지게 말하고 시간 끌 이유가 없다. 성의없이 달랑 짧게 하고 끝내지도 않는다. 시간측정 기능은 꼭 필요하다.

물론 객관화 체험도 녹음의 중요한 기능. 내가 읽은 원고를 청중의 한 사람으로 들으며 첨삭을 하는 것이다. 중언부언도 즉석에서 걸리고, 누락된 부분도 드러난다. 나의 원고 내 목소리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듣게 되는 것이다. 활자로 읽을 때보다 더 객관적이다.

또 다른기능은 음악듣기. 손녀랑 나란히 누워서 잠재울 때 음치 핑계로 자장가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 폰으로 자장가를 들려준다. 잠자리에 끼고 눕지 말라는 경고가 있지만 우선 끄고 켜기 편한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사전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사전을 자주 본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모르는 단어가 많다는 증명. 모를 때 즉석에서 사전을 찾으니 순간 편리하기도 하고, 기억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할 일이 없을 때는 사전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찾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기능. 가고자하는 곳의 약도와 교통 수단을 찾아보는데 아주 편리하다. 걸리는 시간도 예측할 수 있으니 약속지키기도 쉽다. 코레일에 접속하여 기차시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도 참 편하고. 내 나름 내게 필요한 기능은 제대로 사용을 하는데 다만 SNS에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스마트 폰은 왜 들고다니느냐는 말도 듣고, 그런 것 안한다고 왕따도 당하고 그런다.

전화기, 사진기, 녹음기, 필기노트, 인터넷 접속가능한 컴퓨터 기능을 충실히 하는 나의 아이폰에게 고맙다. 나를 왕따시키지 않고 충복처럼 내 지시를 따르니 얼마나 고마운가!

독일 뮌헨. 이 사진도 나의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다. 아, 갑자기 더 가고싶어진다. 코로나야 빨리 물럿거라!!!

사실은 브런치 시작 초기에 작가 선정이 되었었다. 기분좋게 시작하려는데 로그인이 문제가 됐다. 카톡조차도 하지 않는 나, 브런치는 SNS를 통하여 로그인하게 됐기 때문에 나는 로그인을 할 수 없었다. 그러고 여러 해가 지났다.

내가 속해있는 곳에서 카톡 단체방에 올린 공지사항을 나에게는 별도로 메시지를 보낸다. 그게 좀 미안하던 차에 코로나 19로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카톡방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데 관리자에게 나에게 별도 메시지를 보내라는 요구를 하기는 참 미안한 일이다. 결국은 카톡 가입을 했다.

아, 나는 투넘버를 사용한다. 공적인 일(이것도 사적이긴 하지만)과 개인생활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서 아주 여러해 전부터 투넘버를 사용해왔다. 그 번호로 가입했다.

브런치 생각이 나서 로그인을 하게 됐다. 5월 20일인가, 다시 작가 신청을 하고 허락을 받아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5월 27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다. 이제 한 달. 여러 작가들의 놀라운 지성과 감성을 읽고 경탄을 금치 못한다. 브런치를시작하기 참 잘했다!















































작가의 이전글 호모 루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