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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01. 2020

빈센트 반 고흐에게

빈센트  고흐에게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당신을 만나러 오베르 쉬르와즈, 거기에 갔었다오. 당신의 좁은 방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보았고, 당신이 머물렀던 밀밭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소. 밀은 당신의 그림처럼 익지 않았고, 까마귀도 날지 않던 날, 나는 당신의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오.


테오와 함께 포근한 아이비 넝쿨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당신 앞에 섰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오?

당신의 신산했던 삶과 당신이 마침내 얻게 된 참 평안한 쉼에 대해 생각했다오.

그리고, 그리고 또, 내 아들들도 테오와 당신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소.

당신의 영원한 잠자리가 호사스런 비엔나 음악가들의 무덤 같지 않은 것이 한결 더 좋게 느껴졌다오. 푸른 아이비 넝쿨이 죽도록 살아내고자 했던 당신의 생명처럼 느껴졌다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당신에게 고백할 말이 있소.

당신이 아를의 햇살에 눈 찔리고 광염에 몸 맡긴 채 춤추는 해바라기 따라 당신의 속 마음이 너울거렸듯이, 나는 인상파 그림에 눈 팔리고 내 가슴은 울렁거렸었다오. 그런 세월 한참 동안 흘러간 후, 이제는 아니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아무 상관없이 이젤 들고 햇빛 쫓아다니며 캔버스에 그 햇살 잡아두는 당신들, 인상파 화가들에게 이제 나는 흥미를 잃었소.

이것이 나의 고백이오.


햇살은 캔버스 위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오. 세상의 음습한 모든 곳에,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곳에 당신들의 캔버스에 갇힌 빛을 풀어주고 싶소. 당신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게 <Sorrow>의 노인에게 그 햇빛 한 줌 나눠주는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소.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오.


위의 펼쳐진 책(one sheet)을 접은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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