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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누가 이 선을 그었을까?>

연재 글 준비

by morgen

핵심 키워드

정체성, 디아스포라, 다문화, 탈영토화, 이주, 혼종, 경계인


시대를 읽다.
전쟁, 기후변화, 경제 불평등으로 인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방인됨’은 전세계적인 정서이자, 동시대 문화예술의 핵심 화두이다.


연재에 담을 내용들

국경은 왜 여전히 강력한가?

나도 어딘가에서 이방인

디아스포라 문학의 눈으로 본 고향

‘혼종성(hybridity)’의 미학

이주민 예술가의 세계관


독서층 해외 거주 경험자, 예술·문학 관심자, 철학/정치사회 비평 수용자, 인문적 깊이를 갖춘 에세이 독자층.


<경계, 누가 이 선을 그었을까?> – 시리즈를 시작하며

여러 해를 외국에서 살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평범한 일상—모국에서는 익숙했던 일들—을 해내기 위해 매번 큰 용기가 필요했다.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가고, 빵을 사는 것조차도 모두가 ‘첫 경험’이었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였을 때와 달리, 거주자가 된 이후 시간이 지나며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완전히 속한 적이 없구나.”


‘경계에 선 느낌’은 외국생활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외국인 며느리를 맞이한 이후, 우리는 때때로 문화의 다름 때문에 말로 설명되지 않는 서먹함을 느낀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도 우리는 ‘다름’과 마주해야 했다. 그 ‘다름’은 우리 집 울타리를 넘어, 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뉴스에서 ‘다문화 사회’를 다룰 때면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보도가 더 크게 이슈가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 시계를 거꾸로 돌려본다. 그 안에는 부정할 수 없는 기억이 있다—한국인도 한때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와이의 사탕수수 밭에서,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베트남의 전선에서, 한국인은 낯선 땅에서 노동자, 광부, 간호사, 병사로 외화를 벌기 위해 애쓰던 이주자였다. 그 외화가 국내로 들어와 부흥의 큰 밑천이 되었다. 그런 우리였는데, 지금은 왜 이주노동자를 외면하고 외국인을 경계하게 되었을까?

이 글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이자, 때로는 ‘나’의 이야기이다. 경계란 언제나 타인의 외곽을 가르는 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 그어져 있는 미묘한 거리의 선이기도 하다.

<경계, 누가 이 선을 그었을까?>는 가족, 언어, 고향, 노동, 예술, 국적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경계에 선 존재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기록이다. 단단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독자들과 함께 묻고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함 속에 잠시 멈춰 서보는 글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결국 모두, 어딘가에서는 이방인이니까.


작가가 생각하는 글의 방향은

일부는 체험기이지만, 나만의 고백에 그치지 않고 사회로 확장되는 메세지가 되기를 바란다. 미시사와 거대서사의 수레바퀴가 같은 도로를 달리는 풍경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떤 부분은 민감한 정치적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고싶다. 그러나, 서사적이지만 날카로운 시선을 굳이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비평과 역사 인식이 결합된 서사적 미시사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경험이지만, 하나의 시대를 비추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니까.

경계 위를 걷는 사람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와 세계의 단면을 조용히 되짚어 보며 연재를 완주(?)하려고 큰 마음을 먹는다.




게으름에 무너지고 있는 나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연재'를 택해봅니다. '지속적으로 쓰는 나'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독자와 약속하는 연재가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착실히 준비하여 7월부터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15회 정도 계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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