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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09. 2020

장미 99송이

여자가 쓴 남자이야기 4

장미를 계절의 여왕이라 했던가. 

그 장미의 계절에 결혼했던 남자와 여자는 결혼 기념일 다음 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결혼 기념일 저녁 무렵. 

딩동~ 

누구세요? 

꽃 배달입니다. 

??? 


문을 열고 여자는 깜짝 놀란다. 

아름답게 빨간(무섭게 시뻘건으로 느껴지지만...)장미가 한 무더기 배달왔다. 

들기도 무겁고 끔찍하게 큰 덩치로 봐서 장미는 아마 100송이가 될 것이다.

여행 일정은 3박 4일. 평균 기온은 23~ 26도 정도. 

빈 집에 저 장미다발을 어쩐다??? 

여행을 떠나면 아무도 봐 줄 사람 없는 장미는 무슨 의미가 있나, 돈 아깝게. 


꽃 배달시킨 남자. 그것도 자그마치 99 송이의 장미를 보낸 남자. 

상큼한 기분으로 분위기 잡고 집안에 들어옴.  

맨발로 달려와 맞이할 여자를 기대하며. 

그런데 이상하다. 저건 분명 콧소리가 아닌 볼멘 소리다. 볼멘 소리. 

여자; 도대체 장미는 뭐하러 이렇게 많이 산 거야. 돈 아깝게. 

남자; (아하, 장미가 한 개모자라서 그러는구나. 아니, 케잌이 없어서 저러나... )  

다 세어봤어? 백 송이가안돼서 꽃장사가 한 송이 빼먹은 줄 알았구나. 그리고 케잌은 우리 내일 여행갈거라 다 못 먹을까봐 안샀어. 

여자; ??? (케잌이나 같으면 냉장고에 넣기나 하지.)

남자; 꽃 집에서 그러는데 백 송이보다 99송이가 더 좋대.   앞으로 채워질 하나를 남겨두는게 매력이라네. 


도대체 여자의 질문에 본질을 이해 못하는 남자. 

도대체 앞 뒤를 잘 헤아리지 못하는 남자. 

사랑은 하는데 도대체 그 방법을 잘 모르는 남자. 

아니, 방법도 잘 알고 있지만, 자기의 여자에게 잘 맞추지 못하는 남자. 


여자의 목소리 톤이 커지고 높아지고 날카로와진다. 

여행가면 자기는 집에 매일 와서 장미 물 갈아줘, 알았지!  

으크. 


장미 한 송이 살짝 들고 들어오면 좀 좋아. 

우리 내일 여행갈 거니까 꽃 다발은 이걸로 대신하자. 이런 센스 없나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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