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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09. 2020

자기 커피 좋아하잖아

여자가 쓴 남자이야기 3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 여자. 

그 여자를 끔찍이도 아끼는 남자. 


감기 몸살기로 끙끙 앓고 있는 여자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남자는 약국으로 달려간다. 

콧물 기침 인후통 종합감기약입니다. 식후30분에 하루 세 번 드세요. 

이건 진통 해열제인데 증상이 심하면 한 알을 감기약과 함께 드셔도 됩니다. 


급히 여자에게로 향하던 남자가 멈칫 선 곳은 도너츠 가게 앞. 

아참, 식후에 먹으라고 했지. 밥이없다. 도너츠? Good! 

딸기쨈 넣은 도너츠, 초콜렛 얹은 도너츠, 그리고 아주 뜨거운 핫 아메리카노 테이크 아웃. 


자, 자, 이거 먹어.  

아니 약 사온다더니 웬 도너츠, 게다가 커피까지? 


빈 속에 약 먹으면 속 쓰리고 안 좋거든. 식후 30분에 먹으라니까, 우선 이 도너츠를 먹고 조금 후에 약 먹으면 곧 좋아질거야. 오슬오슬 춥다고 했지? 자, 이 커피가 아직 뜨끈뜨끈하니까 뜨겁게 마셔봐. 

자기 커피 좋아하잖아. 어서 먹어. 


아이구, 이 남자야.  

여자가 커피 좋아하는 거 알아주는 것은 아주 기특하지만 그렇다고 약 먹기 전 빈 속 면하려고 먹는 것에 커피가 적당한가? 

여자 ; 저리 치워! 어서 약이나 이리 내놔 끙~끙~ 아이구 죽겄다. 

남자 ; 안돼, 속 버려, 빨리 이거 먼저 먹고 약 먹으라니까. 커피 다 식겠네. 


감기몸살 기운에 신음하다가 혼수상태로잠에 빠져든 여자. 그런데 갑자기 여자를 흔들어 깨운다. 머리맡에가습기, 전화 충전기, 전기 스탠드 어지럽게 놓여있다고, 여기다 머리를 대고 자면 어떡하냐고 다른 방향으로 누워서 자란다. 

꿈쩍않고 누워있으니 자리 옮기고 요 깔고 자라고 자꾸 깨운다. 

꿈자리 사나워도 잠이 깨는 것 보다는그냥 자는 게 더 나은데…

그렇게 걱정이 되면 자기가 발뒤꿈치 들고 숨죽이며 살곰살곰 머리맡을 깨끗이 치워주면 안돼나?

이건 완전히 자는 사람 깨워서 수면제 먹는 것 깜박했나보다 어서 먹고 자라는 식이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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